뽀짜툰 1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1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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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마리 냥이와의 우당탕탕 러브하우스 [뽀짜툰]

 

뽀또, 짜구, 쪼꼬, 포비.

 

격한 발음의 이름들에서 주인이 어느 지역  출신인지 감 잡을 수 있으려나?^^

눈망울이 또랑또랑한 네 마리의 냥이들과 알콩달콩 러브하우스를 꾸려가는 웹툰작가 채유리.

경상도 사투리를 팍팍 써대며 부산 사는 나에게 완전 어필되는 매력을 발휘하는, 마음 따뜻한 츠자(처자)이다!!

냥이들의 엄마인 그녀가 경상도 사투리로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바람에 네 마리 냥이들의 대사에도 정겨운 사투리가 쉴새없이 섞여든다.

무뚝뚝하고 남성적이고 터프하기까지 한 무대포 경상도 사투리를 아무리 억세게 날려도 냥이 네 마리의 엄마인 이상, 기본적으로 그녀는 속이 여리고 정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똥을 싼 종이에서는 똥 냄새가,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 냄새가 나니까 말이다.

 

냥이 네 마리와 그녀가 쌓아온 역사가 참으로 구구절절하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농장을 하시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동물들과 떨어질 날이 없었다는 채작가. 스물 셋에 드디어 시골 생활을 청산하고 도시의 콘크리트 건물로 이사하고 나서부터 동물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단다. 그러나 새 집에 털 달린 동물 들이기를 극구 거부한 아버지 때문에 집에서 애완동물 키우기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고.

일자리 때문에 서울로 향한 그녀.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자 고양이에 대한 욕구가 급히 상승하게 되는데...

친구가 업어온 업둥이 중에서 처음엔 한 마리씩 키우다가 나중엔 자매지간인 두 마리를 같이 맡아 키우게 된 그녀. 그렇게 하여 그녀가 키우게 된 냥이들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같이 하게 된 두 마리가 뽀또와 짜구다.

아직 신림동 단칸방에 살던 시절, 그럭저럭 두 마리와의 생활이 안정기에 접어들자 한 마리를 더 입양할 마음이 들었다.  지인이 키우던 터키시 앙고라 새끼를 데리고 오려고 생각하던 차에 운명의 이끌림으로...꼬물이를 입양하게 되었다. 아는 사람이 창고에서 발견한 새끼 냥이였는데, 상담 전화를 받아주다가  젖 뗄 때까지만 길러주마 하고, 미니백에 쏙 들어가는 작은 사이즈의 아이냥이를 데려왔는데...그만 그 녀석이 눌러앉고 말았다. 쪼꼬맣고 쪼코렛색이라서...이름이 쪼꼬가 된 녀석.

냥이들을 키우며 손목, 팔 등 어디 상처 하나 없는 곳이 없게 되었고, 냥이들의 발정기에 악몽같은 시간을 견디기도 하며 산전수전...다 겪어 가던 어느날...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부산에 내려와 부모님과 동거하게 된 그녀.

고양이를 무지 싫어하는 아버지가 점점 냥이들과의 생활에 적응하고 차츰 거리낌이 없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느꼈던 서운함이 풀리는 경험을 하게도 된다.

 

 

 

<기적>

생각해 보면, 꿈같고 기적 같다.

내 아부지랑 고양이가 한 집에서 살게 되다니. 함께 한 공간을 공유하며 사는 이런 날이 오다니.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준, 얌전한 뽀,짜,쪼가 고맙고 너무나 많이 너그러워지신 아부지께 감사하다.

함께 가족으로 살아가는 지금이 참 좋다. -238

 

아~ 감동이 함께 하는 웹툰.

이런 대목에선 눈물이 찔끔.

 

 

이제, 한 마리 남았지?

소개 안 한 녀석이 말이다.

마지막 한 마리는 한밤의 산책 중 생쇼를 해가며 구출해낸 길냥이가 바로 주인공이다. 피부병을 치료해주고 겨우 입양할 곳을 구해 보냈는데, 다시 돌아오게 된 아이다.

"뭐? 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보자기로 보이나? 고내기들 다시 방에다 가둬!"

불호령을 내릴 게 뻔한 아버지 때문에 다시 받아들일 결심을 했을 때 혼자 전전긍긍했던 채작가.

그러나 그 녀석 '포비'는 '축복'이었다고.

가족을 더 웃게 만들고 뽀(또), 짜(구), 쪼(꼬)의 삶을 액티브하게 만들었으며 작품활동에 영감을 제공한 복덩이.

 

 

 

네 마리 냥이와의 역사는 그대로 추억이 되었고, 추억담들이 으례 그렇듯 웃음과 눈물과 감동이 함께 했다.

비록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되어보지 못한 캣맘이라도 책임감, 무한 애정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성 넘치는 네 마리와의 스펙타클한 삶을 하루하루 엮어나가고 있는 채작가.

앞으로도 계속 재미나는 이야기들을 엮어 뽀짜툰에서 소개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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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사랑 - 인생의 답을 찾아 세상 끝으로 떠난 일곱 현인의 마지막 이야기
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강만원 옮김 / 김영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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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직, 사랑]

 

깊은 명상을 부르는 그림이다.

 

 

으흠~

제목은 말이다, 아주 달다구리한 연애를 담고 있는 소설 같은 분위기를 마구마구 풍겨대지만, 표지의 한 수도승 그림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핑크빛 무드를 한 순간에 정지시킨다.

그거,아니야, 아니라고...

나를 응시하는 수도승의 눈빛을 피해 배경을 보고 있으려니 뒤에서 우스꽝스럽게도 누군가가 입을 벙긋거리며 ‘아니야~’라고 말하며 손을 위로 올려 마구 흔들어대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ㅋㅋ

웃을 때가 아니라고.

 

회색빛 고원에 고즈넉이 서서 차분하고 진지하며 지적인 눈빛으로 나와 마주하는 수도승의 그림 위로 순간 적요가 찾아든다.

어쩔 수 없이 표지만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내 뜻이 아니었는데...은근한 반짝임이 있는 배경을 뒤로 한 채 몸을 반쯤 돌려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도 어른도 아닌 저 수도승의 눈빛에서 무언가를 읽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힌 탓이다.

뭘까, 무얼까.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궁금해 미칠 것 같았는데도 섣불리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기싸움으로 대립각을 세우다가 일주일 이상이 지나버렸다.

[오직, 사랑]

이 제목을 부연하는 단 한 줄의 메모.

“삶을 움직이는 유일한 힘은 사랑이다.”

 

 

슬쩍슬쩍 미끄러지는 겉표지 사이로 강렬한 빨강이 내비치게 표지를 벗겼더니 우와~ 시선을 압도하는 선명한 빨강 배경에 예의 그 수도승이 서 있었다.

이번에는 이런 글을 옆에 두고서...

“인생의 답을 찾아 세상 끝으로 떠난 일곱 현인의 마지막 이야기”

 

마음이 일렁일렁 일어나 나를 이끌었다. 이제 읽을 때가 되었다!

 

불과 몇 시간만에 세상의 중요한 정신사조를 대표하는 일곱 명의 사람들이 꿈 속에서 똑같은 계시를 받았다. 샤머니즘을 대표하는 몽골의 무녀 , 유럽의 철학자, 힌두교의 신비주의자, 중국 도교의 스승, 유대 카발라 신학자, 카톨릭 수사, 이슬람의 수피. 이들은 꿈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툴랑카로 떠나라’는 메시지를 받은 것이다. 운명의 인도로 툴랑카 사원에 모인 그들은 그 곳에서 티베트 툴랑카 사원의 지도자였던 위대한 스승 토크덴 린포체 란마가 환상한 아이로 인정받은 텐진 라마 란포체를 만나게 되었다.

왜 이 곳에 왔는지, 얼마 동안 이 곳에 있어야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그들은 서로 소통과 토론의 시간을 보낸다.

네덜란드의 철학자 가브리엘이 데리고 온 그녀의 열 네 살 된 딸 나티나는 호기심 많고 적극적인 사춘기 소녀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텐진과 나티나는 서로를 알게 되고, 오랜 친구처럼 가까워졌다. 나이는 열여덟 달 어렸지만 텐진과 나티나는 서로에게 매료되었고, 그 감정을 “사랑”이라고 인정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영적인 지도자의 길을 걸을 운명을 타고난 텐진은 묵상으로 감정을 다스려야 하기에 신중하게 마음을 추슬렀고, 나티나를 향한 텐진의 사랑은 우정으로 자리 잡았다.

꽤 오랜 기간이 흘러도 명확한 답을 알아내지 못하자 현인들은 떠나기로 결정을 내렸으나, 그날 밤, 모두는 상징적인 꿈에서 제각기 종교를 대표하는 성지가 남김없이 붕괴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우리가 꾼 꿈은 인류의 새로운 역사가 도래한다는 사실을 의미하고, 새로운 인류에게 지혜의 보편 가치를 전하기 위해 서로의 차이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51

 

모든 종교의 개별적인 교리를 벗어나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보편적인 개념으로 사용한 ‘세상의 영혼’을 차용하여 이 세상에 전해야할 진리를 두 명의 아이들에게 전하기로 한 그들은 여러 줄기의 강물을 큰 강에 몰아넣기 시작한다.

 

지혜를 위한 일곱 가지 열쇠를 매일 한 가지씩 전달하는 현인들

 

첫째 날 항구와 샘물-인생의 의미에 대해

둘째 날 소중한 마차-육체와 영혼에 대해

셋째 날, 자신을 향하여-진정한 자유란

넷째 날, 마음을 열어라-사랑에 대해

다섯째 날, 영혼의 정원-키울 품성과 버려야 할 독

여섯째 날, 지금 여기에서-사는 것은 예술이다

일곱째 날, 행복과 불행은 네 안에 있다. -긍정에 대해

 

일곱 번의 가르침이 끝나고 모든 현인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지혜를 전달받은 텐진은 지금까지 받은 가르침을 정리하고 마음에 새기기 위해 몇 주간 혼자 지낼 곳을 찾아 떠난다. ‘세상의 영혼’에 인류의 운명을 맡긴 현인들의 가르침을 전달하는 사명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텐진은 사흘을 걸어 동굴의 은신처에 도착했다.

명상을 하는 도중, 엄청난 굉음과 함께 모든 것이 무너져내렸다. 40일 밤낮을 검은 먼지가 뒤덮이더니 온 세상은 폐허로 변해버렸다. 라마교의 기념물 ‘초르텐’에 안치된 스승을 찾아가 마음을 위로하고자 했던 텐진은 초르텐에서 스승의 편지를 발견하고 이 모든 사실을 예견한 스승의 말대로 살아남은 자들에게 지혜를 가르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떠나라, 텐진. 세상에 내려가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생명의 빛을 비춰라.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생명’의 힘과 진리를 깨우친 모든 존재의 사랑이 너와 함께 있을 것이다.” -241

 

[오직, 사랑]에서 전하는 핵심은 강압적인 교리와 형식에 사로잡힌 종교주의의 종말을 말할 뿐, 종교의 본질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보편적인 진리로만 존재하는 7가지의 알맹이들을 가지고 나티나를 찾아 떠나는 텐진. 오직, 사랑의 힘으로 세상을 다시 구원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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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부드러워 1 세계문학의 숲 38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진호 옮김 / 시공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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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의 자전적 소설 [밤은 부드러워 1,2]

 

마침내 겨울은 그 위세를 떨구고 얌전한 봄기운이 온 세상에 만연하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으로 쭈욱쭉 기지개를 펴자 온몸의 관절들에서 뚜둑뚝 소리가 나는데, 그마저도 반갑다.

봄밤.

볼에 살짝 바람을 불어넣고 가만가만히 내뱉어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

봄과 밤은 마치 한 몸인 듯, 은근히, 그리고 소리 없이 내 옆에 앉아 턱을 괴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흩날리는 벚꽃잎과 향내 진동하며 가녀린 가지가 휘어지도록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복숭아꽃들은 낮에 보아야 황홀하건만, 어째서 ‘봄’하면 ‘밤’이 떠오르는지... 아마도 밤인데도 불구하고 환하게 그 존재를 드러내는 은근한 반짝임들에 매료된 내 정신이 봄과 밤을 한 몸으로 이어주는 듯하다.

봄비를 맞아 촉촉해진 대지에서 흙내음이 물씬 풍겨오는 날. 나는 봄과 한 몸인 ‘밤’이 제목에 떡하니 들어 있는 소설 [밤은 부드러워]를 읽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열풍이 불어닥친 지난 해 [위대한 개츠비]를 영화로 보거나 책으로 다시 읽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밀려온다.

돈과 사랑, 상류사회, 그리고 매력적인 남과 여의 캐릭터.

피츠제럴드가 성공적으로 그려낸 그 세계에 제대로 한 번 푹 빠졌더라면 그 잔상을 되살려 [밤은 부드러워]에도 좀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었을 텐데...

아주 오래 전, 고전이랍시고 무턱대고 글자만 좇으며 읽어내렸던 기억에만 의지하자니 “개츠비”의 이미지가 가물가물하다.

피츠제럴드의 걸작이라는 “개츠비”에서보다 좀 더! 작가인 피츠제럴드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그의 자전적 소설 [밤은 부드러워]

첫 부분부터 묘사되는, 우리 정서에는 없는 ‘상류사회’의 분위기가 참 낯설었다.

 

하루키의 [더 스크랩]이라는 에세이를 얼마 전에 읽었는데, 하루키의 피츠제럴드에 대한 관심이 곳곳에 드러나 있었다.

*하루키가 <에스콰이어>지에 실린 피츠제럴드와 헤밍웨이의 추억담을 보고--

깅리치가 당시 한물가고 있던 피츠제럴드에게 보내는 따뜻함이 절절이 전해지는 아주 좋은 글이었다. (101)

** 뉴욕에 관한 오래된 기사를 읽다보면 ‘포 헌드레즈’라는 말이 곧잘 나온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에세이에도 ‘연배가 있는 사람들이 아무리 포 헌드레즈의 존재를 믿으려 해도 뉴욕은 점점 변해간다’고 하는 기술이 나온다. (...) 피츠제럴드가 말했듯이 미국 사회가 가진 본질적인 활력이 그런 유한계급의 존재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43)

 

포 헌드레즈란 사교계의 중재자인 워드 맥앨리스터가 뉴욕시 상류사회 저명인사들에 대한 ‘4백인 ’이라는 리스트를 만든 것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하루키는 [밤은 부드러워]에 피츠제럴드라는 인간이 그대로 깃들어 있다고 평했다. 말 그대로 이 소설은 그의 자전적 소설이기에 도대체 어떤 인물이 피츠제럴드의 현신인지...궁금해하며 읽었는데, 크게 2부로 나뉘어진 이 책에서 그 인물을 찾아보면 딕 다이버라는 인물이 딱~ 나온다.

시간적 순서대로 하자면 2부부터 읽고 1부를 읽어야 하지만, 작가는 일부러 딕 부부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빛나는 열여덟의 로즈메리라는 여배우를 통해 딕 다이버 부부를 돋보이게 하고자 했는지. 1부의 첫 등장인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은 로즈메리이며, 1부는 대부분 그녀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프렌치 리비에라(프랑스어로는 코트 다쥐르)의 쾌적한 해안, 마르세유와 이탈리아 국경 중간 쯤에 분홍장밋빛의 크고 당당한 호텔이 있다. 경의를 표하는 종려나무 가지들이 햇빛에 달아오른 건물 전면을 식혀주고, 그 앞으로 짧고 눈부신 모래사장이 펼쳐 있다. -13

 

이곳, 사교계의 중심지인 바로 이 곳으로, 영화배우이긴 하나 아직 여러 모로 세상 물정에 어두운, 제대로 첫사랑을 일구어보지도 못한 로즈메리가 찾아온다.

그 곳에서 딕 다이버라는 남자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는데, 열망과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빛나는 푸른 세상 같은 눈을 가진 그에게 푹 빠져 버린다.

딕이 니콜이라는 거의 완벽한 여성과 성공적인 부부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며 그들 부부 사이에는 두 자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딕 다이버의 세계에 포함된다는 것은 섬세한 배려와 정중함을 받는다는 뜻이었다. 그 시즌 동안 딕 부부(딕 부부는 호텔에 머물지 않고 근처의 언덕에 집을 지었다.)의 모임에 초대된 이들-매키스코 부부, 에이브럼스 부인, 덤프리, 시뇨르 캄피온, 토미 바르방 등-은 완벽한 딕 부부의 사교술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듯 보인다. 그러나 로즈메리가 모르는 사이에 매키스코 씨와 바르방은 결투를 벌일만한 사건을 일으키기도 하고, 절대로 로즈메리에게 틈을 줄 것 같지 않던 딕도 어느덧 로즈메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등, 완벽한 예절에 싸여 있을 것 같던 상류사회의 사람들이 허술한 틈을 내어주기 시작한다. 특히 딕의 무너짐은 2부에 가서는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1부의 끝 무렵, 누군가를 배웅하기 위해 역으로 나간 그들은 마리아 월러스가 누군가를 총으로 쏘는 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호텔에서 흑인의 죽음으로 상기시킨 붉은 피는 완벽한 세계에 사는 것 같은 그들에게서 모든 것을 서서히 붕괴시키고 있었다.

로즈메리가 나타나기 전부터 딕은 부유한 상류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삶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고, 아내 니콜과의 관계가 영속되지 않으리란 불안감에 흔들리고 있었다.

낭만주의자이자 이상주의자인 딕 다이버는 아내 니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그런 소망이 좌절됨에 따라 점점 술에 빠진다.

 

2부.

완벽한 부부인 줄로만 알았던 딕과 니콜의 충격적인 과거.

1917년으로 돌아가 딕과 니콜의 처음 만남이 펼쳐진다. 부유한 집안의 상속녀인 니콜은 어두운 과거 때문에 스위스 취리히에서 요양을 하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로 딕과 만났고 니콜을 지켜주고 싶었던 딕의 희생으로 결혼에 이른다. 딕은 본인 스스로도 어느 정도 재산이 있고 성공한 의사였지만,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자인 니콜과 돈 때문에 결혼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려고, 자신의 몫은 자신이 분담하고, 혼자 여행할 때는 3등석을 타고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니콜과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씀씀이는 헤퍼지고 느슨한 상류사회에 젖어들게 된다. 부자의 생활양식은 딕의 정신을 황폐해지게 만들었다.

니콜의 건강이 나아지면서 의사인 딕은 필요 없게 되고, 딕은 기꺼이 다른 남자에게 니콜을 보내 준다. 자신의 이상이 서서히 붕괴되는데도 자신을 돌보지 않고 니콜의 행복을 먼저 생각해주면서...

작아지고 움츠러들어 세상에 나아가지 않고 숨어사는 딕.

 

작가 스스로 신앙고백과도 같은 소설이라고 말한 [밤은 부드러워]

사뭇 낭만적이던 1부의 분위기는 점점 어두워지고 결국에는 딕의 꿈과 이상이 스르륵 허물어지는 과정을 보니 피츠제럴드의 순탄지 않은 인생을 엿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종속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돈”이라는 굴레로부터 자유로운 상류사회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그들도 중심을 잘 잡고 살아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가 더 필요하지? 먹고 싶은 대로 먹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는 삶. 아~ 부럽다!”

그러나 그들을 포장하고 있는 번듯한 껍데기를 한 꺼풀만 벗겨도 서서히 곪아가고 있는 환부를 최소한 한 군데씩은 찾아낼 수 있었다. 삶의 의미를 무조건 돈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언뜻 스치고 지나간다.

자신만이 니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했던 딕이 알콜에 잠식당해 가고, 반면에 니콜은 병이 나아가면서 새로운 여성으로서의 면모를 찾아가는 과정은 뭔가가 변화해 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로 과도기에 있는 세상. 새로운 가치관으로 무장하고 다가오고 있는 세상으로의 변화를 보여주는 듯하다.

부드러운 밤 바람 속에서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을 안타까워하는 나직한 한숨이 들리는 듯한 소설로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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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3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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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오름달이라는 이름이 너무나 딱 들어맞는 3월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샛노란 병아리를 연상케 하는 표지에는 새싹을 들고 얼굴 가득 미소를 띈 사람들이 유유히 날아다니고 있다. 덩달아 내 마음에도 물이 오르고 살며시 미소를 머금게 된다.

뭐랄까...나무가 물기를 머금어 싹눈을 틔우는 소리에 귀가 즐겁다고나 할까.

새학기가 시작하면 종알종알 떠들어대며 등교하는 아이들로 집 앞 길은 북적댈 것이다. 나무에 물오르는 소리. 아이들 마음이 새 희망으로 부풀어 오르는 소리.

3월에 듣게 되는 소리들이다.

 

내 아이도 초등학교 3학년으로의 첫 발을 내딛게 될 것이다.

요즘 들어 “교육”에 관련된 책을 읽을 기회가 많아서인지 이번 3월호 [샘터]를 받아들었을 때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많았지만 “교육‘관련 기사에 눈길이 먼저 꽂혔다.

<영어가 뭐길래>라는 꼭지.

영화 <굿모닝 맨하탄>을 소개한 것인데, 인도 미인이 낯선 땅 미국 한복판에서 영어 때문에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영어 좀 못 한다고 무시, 멸시, 괄시, 등한시까지 당한 그녀의 영어 울렁증 탈출기.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우리나라는 미국 맨하탄 한복판도 아니고,평소에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며 쓸 일도 그다지 많지 않건만, 학교에서건 직장에서건 어디에서나 영어 타령이요, 영어 때문에 몸살을 앓지 않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결국 영화 속의 그녀의 대사. 필요한 건 “사랑이 아니라 존중”이라는 말로 감독이 내린 결론은 존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나를 사랑하는 것’

 

자식 교육에 모든 걸 바치는 부모에게도 통하는 말일 듯 싶다.

‘나를 사랑하라’는 말.

 

아, 그리고 얼마 전에 읽은 김진명이 <신 황태자비 납치사건>과도 이어지는 기사도 있었다.

정신대 할머니들의 삶을 노래하는 뮤지컬 배우 강효성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분들이 원하는 건 사과뿐이에요. 아니면 사과도 필요없으니 내 청춘을 돌려달라는 것. 남자들은 내 딸 같고 내 누이 같은 이들의 고통을 느끼겠지요. 하지만 나는 여자니까, 그 고통을 내 것처럼 느낄 수 있어요.”

자신을 비롯한 제작진과 배우들이 개런티를 대폭 낮추고 재능 기부 형식으로 참여하는 뮤지컬 <꽃신>. 꽃길을 밟듯 그 가시밭길을 걸어갈 그녀의 행보에 복이 깃들길....

그에 이어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스님의 이야기도 눈여겨 볼 만하다. <금강경>의 ‘환지본처’라는 단어를 말한다. 문화재 제자리 찾기는 잃어버린 것을 제자리로 되돌리는 활동이고, 그것은 결국 참마음의 제자리 찾기, 양심의 제자리 찾기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는 스님의 말씀.

연이어 망언을 일삼고 독도와 동해를 마치 일본 땅인 양, 버젓이 국제 사회에 등록하는 일본.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만 보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처가 참으로 아쉽다.

 

맨 마지막 장에 실린 가족 사진을 보며 어수선한 마음을 달래 본다. 꽃샘추위도 사랑으로 넘길 것만 같은 사랑이 넘치는 사진이다. 매해 하늘로 껑충 뛰어오르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다는 가족. 입양을 통해 애인이를 가족으로 맞이한 지 11년째라고 한다. 사춘기가 찾아온 딸에게 “우리 딸로 태어나서 고마워.”라는 진심을 표현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대화와 기도와 사랑으로 조금씩 극복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아~ 따뜻한 봄기운에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린 벚꽃 나무 아래 뛰어오르는 가족의 모습이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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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학교 매니저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30
안미란 지음, 홍정선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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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때문에 일을 망친 거야.”

“그래, 알아. 안다고. 이 엄마가 미안해. 용서해 줄거지?”

엄마가 부드럽게 팔을 벌렸다. 범수는 엄마를 안아 주었다.

“다 엄마 때문이야. 엄마가 망쳤다고. 과학탐구 대회도 엄마 때문이야.”-120

 

무슨 일인지 엄마와 범수의 화해 장면 같은데, 엄마가 먼저 범수를 안으려는 제스처를 하고 그런 엄마를 범수가 안아 준 걸로 보아 일이 수월하게 풀리는 장면인 듯 하다.

그런데, 마지막 한 줄이 마음에 걸린다.

“다 엄마 때문이야.”라는 말.

초등학교 5학년인 범수가 엄마 탓을 할 나이는 지난 것 같은데, 엄마에게 저러니...이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학교에서 과학의 날 행사로 여러 가지 활동이 있었지만 범수는 엄마의 당부대로 과학탐구 대회에 나가기로 한다. 반 모둠별로 경합을 벌여 대표가 되어야 나갈 수 있고, 학교 대표로 뽑히면 교육청 대회까지 나간다고 꼭 신청하라고 한 대회였다. 나름 똑똑한 아이들만 나갈 수 있는 분야라나...

여기까지만 봐도, 딱 답이 나온다.

범수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 즉 마마보이인 것이다.

한편 같은 반의 솔지는 범수의 사촌인데, 물 로켓 발사 대회에도 씩씩하게 손을 들어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범수가 신청한 과학탐구 대회에도 손을 들었다.

나가봤자 덜렁대는 성격에 상도 타지 못할 것, 왜 나가냐며 속으로 궁시렁거리던 범수.

누구의 잣대인지 모르겠지만 이른바 스펙쌓기에 도움이 되는 일에만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자기보다 좀 공부를 못한다 싶은 아이는 무시하고 보는 데 익숙해져 있는 아이, 범수.

혼자 잘나고 똑똑한가 싶었는데, 대회에 나갈 팀원을 모으는 데도 엄마가 시키는 대로, 주제를 정하는 것도 엄마가 시키는 대로...아주 로봇이 따로 없다.

해마다 고무 동력기 대회에 나갔고 늘 금메달을 딴 수경이도 범수와 별 다를 것 없어 보인다. 똑같은 모양과 크기, 똑같은 회사에서 만든 재료로 똑같은 순서에 따라 고무 동력기를 만들고 또 만들었으니...금메달을 못 따는 게 이상하지 않겠는가?

그에 반해 솔지는 대회에 나갈 팀을 꾸린 후 각자의 의견을 모아서 모임 시간도 정하고 주제도 통일했다. 범수는 도란도란 개울물이 커다란 물줄기로 모아지는 것처럼 목표를 향해 흐르는 솔지네 팀원들을 보고 마음 속으로 이미 진 것이나 다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범수는 수경이가 고무동력기를 날리는 것을 구경하게 되었는데, 맘껏 하늘을 나는 고무 동력기가 독수리 같다고 말하다 느닷없이 마음 속의 말을 내뱉고 만다.

“새는 좋겠다.”

“새는 마음대로, 제 스스로 나니까.”

이런 수경이의 모습을 보고 범수는 동병상련을 느꼈던 것일까.

마음에 든 여자친구인 수경이에게 고백을 했다. 그런데, 큰일이다~ 엄마의 손을 빌어 편지를 쓰고 선물을 포장을 한 것이다. 수경이는 범수의 솜씨가 아니란 것을 한 눈에 간파했고, ‘마마보이’라며 한숨을 푹 내쉰다.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엄마와 연락을 해가면서 학원을 오가고, 일거수 일투족을 엄마 매니저의 허락을 받아가며 움직여야 하는 범수와 수경이.

그 아이들도 날고 싶을 텐데...분명.

 

수경이로부터 거절당하고 과학탐구 대회에서도 준비 없이 발표하다가 아이들의 질문 공세에 패닉 상태에 빠져 제대로 발표를 마치지 못한 범수. 엄마에게 달려가 “엄마 탓”이라며 몰아붙인다.

아~ 내 아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면 얼마나 끔찍한 기분일까.

아이를 다독이고 투정을 받아주면서도 엄마의 머리에서는 수백번 수천번 미안하다는 말이 메아리칠 것이고...

이러다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이건 다~ 엄마 탓'이라며 엄마에게 매섭게 쏟아지는 눈초리들을  받아내며 어떻게 살아갈까.

아이를 나약하게 키운 자기자신을 원망하게도 될 것이고, 그러면서도 자기자신이 나약하기에 아이를 몰아붙이는 것이 대세인 현실에 무릎 꿇은 엄마의 모습에 스스로를 몸서리치게 미워할 것도 같다.

 

 

범수네 엄마가 봉사활동을 하는 마을 도서관에서 “나만의 책 만들기”수업을 듣게 된 범수. 수경이와 솔지도 같이 듣는 수업이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다스릴 줄 모르고 시키는 대로만 살아 오던 수경이와 범수는 솔지의 자유분방함을 부러워한다. 강의를 진행하는 봉달 샘도 틀에 박힌 정답을 가르쳐주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 생각을 끌어내도록 유도한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하며 주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어내는 아이들.

꽉 짜인 답답한 생활 속에서만 살다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되도아보게 된 아이들은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한다.

이런 아이들의 변화가 눈에 보이자 괜히 내가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러면서 저절로 드는 생각.

나도 내 아이를 무슨 대회에 입상시킬 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지는 않았는지,

아이의 의사에 반하여 무조건 공부할 거리를 갖다 안기지 않았는지.

숨 쉴 틈도 없이 할 일을 들이밀지는 않았는지...

 

나는,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공부를 위한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다.

핸드폰도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으려 한다.

 

이러면...너무 시대착오적인 엄마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옭아매지 않고 관심만 충분히 보여주면 아이는 스스로 길을 찾아나갈 것이라 믿는다.

새처럼 날고 싶어 하는 이 책 속의 아이들, 범수와 수경이보다는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내며, 창조적인 공간을 스스로 꾸밀 수 있고, 밝고 건전한 교우관계를 유지하는 솔지 같은 아이로 키우고 싶다.

엄마의 껌딱지인 아이는 나도 싫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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