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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학교 매니저 ㅣ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30
안미란 지음, 홍정선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1월
평점 :
“엄마
때문에 일을 망친 거야.”
“그래,
알아. 안다고. 이 엄마가 미안해. 용서해 줄거지?”
엄마가
부드럽게 팔을 벌렸다. 범수는 엄마를 안아 주었다.
“다
엄마 때문이야. 엄마가 망쳤다고. 과학탐구 대회도 엄마 때문이야.”-120
무슨
일인지 엄마와 범수의 화해 장면 같은데, 엄마가 먼저 범수를 안으려는 제스처를 하고 그런 엄마를 범수가 안아 준 걸로 보아 일이 수월하게 풀리는
장면인 듯 하다.
그런데,
마지막 한 줄이 마음에 걸린다.
“다
엄마 때문이야.”라는 말.
초등학교
5학년인 범수가 엄마 탓을 할 나이는 지난 것 같은데, 엄마에게 저러니...이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학교에서
과학의 날 행사로 여러 가지 활동이 있었지만 범수는 엄마의 당부대로 과학탐구 대회에 나가기로 한다. 반 모둠별로 경합을 벌여 대표가 되어야 나갈
수 있고, 학교 대표로 뽑히면 교육청 대회까지 나간다고 꼭 신청하라고 한 대회였다. 나름 똑똑한 아이들만 나갈 수 있는
분야라나...
여기까지만
봐도, 딱 답이 나온다.
범수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 즉 마마보이인 것이다.
한편
같은 반의 솔지는 범수의 사촌인데, 물 로켓 발사 대회에도 씩씩하게 손을 들어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범수가 신청한 과학탐구 대회에도 손을
들었다.
나가봤자
덜렁대는 성격에 상도 타지 못할 것, 왜 나가냐며 속으로 궁시렁거리던 범수.
누구의
잣대인지 모르겠지만 이른바 스펙쌓기에 도움이 되는 일에만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자기보다 좀 공부를 못한다 싶은 아이는 무시하고 보는 데 익숙해져
있는 아이, 범수.
혼자
잘나고 똑똑한가 싶었는데, 대회에 나갈 팀원을 모으는 데도 엄마가 시키는 대로, 주제를 정하는 것도 엄마가 시키는 대로...아주 로봇이 따로
없다.
해마다
고무 동력기 대회에 나갔고 늘 금메달을 딴 수경이도 범수와 별 다를 것 없어 보인다. 똑같은 모양과 크기, 똑같은 회사에서 만든 재료로 똑같은
순서에 따라 고무 동력기를 만들고 또 만들었으니...금메달을 못 따는 게 이상하지 않겠는가?
그에
반해 솔지는 대회에 나갈 팀을 꾸린 후 각자의 의견을 모아서 모임 시간도 정하고 주제도 통일했다. 범수는 도란도란 개울물이 커다란 물줄기로
모아지는 것처럼 목표를 향해 흐르는 솔지네 팀원들을 보고 마음 속으로 이미 진 것이나 다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범수는
수경이가 고무동력기를 날리는 것을 구경하게 되었는데, 맘껏 하늘을 나는 고무 동력기가 독수리 같다고 말하다 느닷없이 마음 속의 말을 내뱉고
만다.
“새는
좋겠다.”
“새는
마음대로, 제 스스로 나니까.”
이런
수경이의 모습을 보고 범수는 동병상련을 느꼈던 것일까.
마음에
든 여자친구인 수경이에게 고백을 했다. 그런데, 큰일이다~ 엄마의 손을 빌어 편지를 쓰고 선물을 포장을 한 것이다. 수경이는 범수의 솜씨가
아니란 것을 한 눈에 간파했고, ‘마마보이’라며 한숨을 푹 내쉰다.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엄마와 연락을 해가면서 학원을 오가고, 일거수 일투족을 엄마 매니저의 허락을 받아가며 움직여야 하는 범수와 수경이.
그
아이들도 날고 싶을 텐데...분명.
수경이로부터
거절당하고 과학탐구 대회에서도 준비 없이 발표하다가 아이들의 질문 공세에 패닉 상태에 빠져 제대로 발표를 마치지 못한 범수. 엄마에게 달려가
“엄마 탓”이라며 몰아붙인다.
아~
내 아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면 얼마나 끔찍한 기분일까.
아이를
다독이고 투정을 받아주면서도 엄마의 머리에서는 수백번 수천번 미안하다는 말이 메아리칠 것이고...
이러다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이건 다~ 엄마 탓'이라며 엄마에게 매섭게 쏟아지는 눈초리들을 받아내며 어떻게 살아갈까.
아이를
나약하게 키운 자기자신을 원망하게도 될 것이고, 그러면서도 자기자신이 나약하기에 아이를 몰아붙이는 것이 대세인 현실에 무릎
꿇은
엄마의 모습에 스스로를 몸서리치게 미워할 것도 같다.
범수네
엄마가 봉사활동을 하는 마을 도서관에서 “나만의 책 만들기”수업을 듣게 된 범수. 수경이와 솔지도 같이 듣는 수업이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다스릴 줄 모르고 시키는 대로만 살아 오던 수경이와 범수는 솔지의 자유분방함을 부러워한다. 강의를 진행하는 봉달 샘도 틀에 박힌 정답을
가르쳐주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 생각을 끌어내도록 유도한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하며 주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어내는 아이들.
꽉
짜인 답답한 생활 속에서만 살다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되도아보게 된 아이들은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한다.
이런
아이들의 변화가 눈에 보이자 괜히 내가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러면서
저절로 드는 생각.
나도
내 아이를 무슨 대회에 입상시킬 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지는 않았는지,
아이의
의사에 반하여 무조건 공부할 거리를 갖다 안기지 않았는지.
숨
쉴 틈도 없이 할 일을 들이밀지는 않았는지...
나는,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공부를 위한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다.
핸드폰도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으려 한다.
이러면...너무
시대착오적인 엄마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옭아매지 않고 관심만 충분히 보여주면 아이는 스스로 길을 찾아나갈 것이라 믿는다.
새처럼
날고 싶어 하는 이 책 속의 아이들, 범수와 수경이보다는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내며, 창조적인 공간을 스스로 꾸밀 수 있고, 밝고 건전한
교우관계를 유지하는 솔지 같은 아이로 키우고 싶다.
엄마의
껌딱지인 아이는 나도 싫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