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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 언젠가 어디선가 당신과 마주친 사랑
남미영 지음 / 김영사 / 2014년 3월
평점 :
사랑을
배워야 한다.[사랑의 역사]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사랑에 관한 책을 읽으며 공부한댔자 무슨 커다란 변화가 있을라고...
사랑을
책으로 배울 순 없는 거잖아...
괜히
심통 난 아이처럼 책에다 대고 딴지를 걸어본다.
최근
드라마를 보는데 묘하게도 닮은 듯 다른, 돌싱들을 다룬 두 드라마가 눈에 띄었다. (응급남녀, 앙큼한 돌싱녀) 돌싱이래서 각기 다른 짝을 찾는
내용이 아니라, 한 번 결혼했던 부부가 우연히 재회하면서 재결합을 하게 된다는 줄거리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첫 번째 결혼에서 원만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지 못한 것인가. 뒤늦게야 자신들의 처지를 반추하며 이제는 잘 할 수 있겠다는 투지를 불태우는 커플들. 안타깝게도 결혼은 연습을 해
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실패할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다며 이혼하는 이들에게 점점 관대해지는 게 요즘 사회의 추세다. 막장드라마
보다야 훨씬 얌전한 줄거리이지만 이혼 후, 혹은 한 두 번의 실패 후에야 사랑의 참맛을 알게 되는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는 보는
순간은 재미있고 훅 빠져들지만 보고 나서 곱씹어보면 왠지 모르게 속이 아리고 입맛이 쓰다.
괜히
심통내면서 이 책 [사랑의 역사]를 집어들었지만, 읽으면서 이 모든 사랑의 역사를 그 두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이해하고 있었다면, 사랑과 인생을
연습할 수 있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이
많아지면 한 번 읽은 책들을 몽땅 꺼내놓고 다시 읽으리라는 야심찬 계획을 나도 세워본 적이 있다. 그러나 언제나 희망사항일 뿐 어떤 계기가 닿아
두 번 읽게 되는 책이 간혹은 있어도, “사랑”을 키워드로 하는 책들을 올망졸망 모아놓고 그것을 “공부”해야겠다는 그 생각을 실현하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씹을수록 새록새록 새로운 맛을 음미하게 되는 “재독”의 과정을 저자는 나보다 먼저 걸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나이
들어 다시 읽어 본 책들은 그 때 그 책이 아니었습니다. (...)
다시
읽지 않았으면 영영 듣지 못했들 저자의 속깊은 목소리들, 그것이 너무 아름다워 이 책에 담았습니다. -9
목차를
훑어보니 재독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책의 제목들이 꽤 보였다.
모든
이의 첫사랑으로 마음속에 심어져 있을 황순원의 <소나기>를 시작으로,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작자 미상의 <춘향전>,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 로버트 제임스 월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에밀리 브론테<폭풍의 언덕>,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등...
저자는
동서양의 고전 34편 중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되 비판과 질문과 탐구의 시선을 잃지 않은 작품을 골랐다고 한다.
내가
읽은 책들 외에도 읽지 않은 책들이 더 많았지만, 이 책의 장점중의 하나는 독자가 읽어보지 않은 책들에 대해서도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줄거리가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는 점이라서 낯설지 않게 책에 다가갈 수 있었다.
아무도
우리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이런 문학 작품을 읽는 동안 알게 모르게 전수된 “사랑”에 관한 가치와 철학들이 바로 이런 것이었음을 각
6개로 나뉘어진 챕터를 통해 정리해 볼 수 있었다.
칸칸이
나뉜 6개의 서랍 안에 정리되어 있지 않은 채 둥둥 떠다니고 있던 아스라한 “사랑”에 관한 논의들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나만의 서랍에 차곡차곡
쌓이는 듯한 묘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사랑의
문을 두드리는 첫사랑
사랑의
주인이 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사랑과 열정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사랑과 성장
어긋난
너와 나는 실패한 사랑일까-사랑과 이별
인정받지
못한 사랑이 세상에 던지는 질문-사랑과 도덕
사랑이
결혼에게 행복을 묻다-사랑과 결혼
6개의
서랍은 뚜렷한 주제로 나뉘어 있었다.
내
서랍 중 6번째인 “사랑과 결혼” 칸에는 작가와의 경험을 공유할 만한 책이 들어 있지 않았다. 작가가 책에서 추천한 책들을 먼저 읽으며 그 칸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드라마나
연속극을 통해 배우는 현실성 강한 막장 드라마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은 잠시잠깐의 공감과 “사랑의 허무함” 뿐이다.
나
스스로 “사랑의 본질”과 “사랑의 과정”에 대해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데, 딱 적합한 텍스트는 바로 고전이 아닌가 싶다.
젊은
날 무작정 읽어대었던 글자 그대로의 텍스트가 아닌, 가슴 깊이 파고드는 발자국으로 남는 글로서의 텍스트로 사랑을 배워나가야겠다.
지금부터
새기는 사랑에 관한 글들은 내 영혼으로 받아들이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
날이
저물어도 환하게 빛을 내는 등불처럼 내 무지의 어둠을 밝혀줄 것이다.
사랑이
밥은 못 먹여줘도 마음의 허기는 달래줄 것이며, 앞으로 남은 인생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여줄 물감이 되어주리라.
다시
하얀 도화지를 준비하고 사랑의 텍스트로 선명한 무늬를 그려나갈 것이다.
작가들은
왜 이렇게 실패한 인생을 보여주는 것일까? 톨스토이는 왜 <안나 카레니나>를 썼고, 플로베르는 왜 <마담 보바리>를 쓰고,
피츠제럴드는 왜 <위대한 개츠비>의 실패한 사랑과 인생을 썼을까? 작가들은 실패하지 않을 독자들의 삶을 상상하며 실패한 인생을 쓴다.
어떤 작가도 실패할 독자를 상상하며 실패한 인생을 쓰지는 않는다.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