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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청접대과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2
아리카와 히로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알고
보면 청춘 연애담 [현청 접대과]
“민간의 감각”과 함께 “연애 감각” 살아나다!!!
작은
섬 시코쿠, 그중에서도 완전히 남쪽에 위치한 조용한 마을 고치현. 그 고치 현청 관광부에 ‘접대과’가 발족했다. 엄청 딱딱하고 엄격하며 경직된
분위기의 대명사인 공무원 사회에서 ‘접대’라니.. 그러나 우리 나라 말로 쓰게 되니 묘한 뉘앙스를 풍기지만, 부정적인 성격의 ‘접대’가 아니라
건전한 이미지이니 마음 놓으시길...
관광객을
글자 그대로 ‘접대’하는 마음으로 관광을 부흥시킨다는 콘셉트를 담으면서 친근감을 추구한 결과 붙게 된 이름이다. -19
흔하지
않은 현청 사람들의 이야기라 처음엔 좀 시큰둥했다. 뭐야, 연애 소설이라더니...하지만 실망은 이르다.
스물
다섯 살의 가케미즈는 ‘젊다’는 이유로 접대과의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느데, 원체 보수적이고 수직적 위계 질서를 가진
공무원 사회에서는 반짝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해도 실행될 때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철밥통인 그들에게서 신선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랄까.
주인공
가케미즈가 ‘접대과’에 배속된 이후 독창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팀원들에게 지지부진 끌어오던 ‘접대’ 프로젝트에 관하여 관공 홍보대사 제도에
대해 건의하면서 프로젝트에 슬슬 시동이 걸리는 듯 보인다. 가케미즈는 기획에 대한 첫발을 내딛으면서 의욕에 차 고치 현 홍보대사 후보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건다.
하지만...
요시카도라는
고치 현 출신 작가에게 의뢰 전화를 함과 동시에 날카로운 지적을 받고 그야말로 의기소침해지고 만다.
요시카도는
가케미즈가 나름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추진한 일을 “따라하기”잖아요? 란 말로 헌 방에 결정타를
날려버리는 인물인 것이었다. 곧이어 팀원들이 생각조차 못했던 아이디어를 속속 제공하는 데에야...정말 미워 죽겠지만 손을 잡지 않을 수 없는
사람. 툭툭 내뱉는 느른한 말투로 지적질을 해대지만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당신들,
바보야?”
시간이
정지된 듯한 관청 공무원들의 사회에 직격탄을 날린 그는 이른바 “민간의 감각”을 발빠르게 전해주며 아울러 알짜배기 정보를 일러준다. 그의 제보
덕에 접대과는 ‘판다 유치론’으로 고치 현청에서 전설이 되어버린 기요토 가즈마사를 만나 ‘관광입현’의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된다. 한때 고치
현청 공무원이었으나 ‘판다 유치론’이라는 큰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려다 관청의 수직구조에 밀려 좌초당하고 결국은 사직하고야 말았던 기요토는 지금은
‘고치에서 알아주는 개성파 관광 컨설턴트’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기요토가
가지고 온 기획은
‘아웃도어
스포츠 및 자연투어’
‘그린
투어’ 였는데
좀
더 크게 바라보면 ‘고치 현을 통째로 레저랜드로’ 바꾸자는 것이라고 배포 크게 선언해 버리고 마는 기요토.
처음에는
어리버리했던 가케미즈는 한 때 부자지간 이었다고 하는 기요토와 요시카도의 훈수에 점점 의욕이 고취되고 적극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 프로젝트에
임하게 된다.
민간의
감각을 재빠르게 잡아내고 현민의 소리를 전달해줄 젊은 여성을 고용하라는 요시카도의 조언으로 평소 눈여겨 봐두었던 다키를 스카웃한 가케미즈. 왠지
달달한 냄새가 폴폴 풍겨나기 시작한다.
한편
입바른 소리를 툭툭 내뱉던 작가 요시카도는 한때 누이였던 사와와 어색한 첫만남을 가지며서 묘한 기류를 형성해 가는데...
어떻게
하면 척박한 시골 마을 고치에 관광 붐을 불러일으키느냐...
가케미즈는
일단 목표가 정해지자 돌진하는 남자었다. 요시카도라는 작자에게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노력하는 거라고 말로는 그랬지만, 자연의 이점을 한 껏 품은
고치 현의 패러글라이딩 상품도 직접 체험해보고, 고치의 산골마을이 주는 “도시에서는 없는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깨달아가면서 말로만 외치는
행정가가 아닌, 실천하는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역시,
여자는 자신의 일에 빠져 있는 남자를 바라볼 때 눈에서 하트가 뿅뿅 솟아나오는 모양인지.
가케미즈와
다키의 알콩달콩한 러브라인이 바야흐로 잔잔하게 펼쳐지는 동안, 사납고 가시 있는 여자 사와와 대범한 듯 하지만 상처를 속속들이 알기에 더욱
조심스러운 남자 요시카도의 이야기도 은근슬쩍 그 재미를 더한다.
쭈뼛쭈뼛
하면서 결국엔 제대로 해내는 귀여운 남자 요시카도.
관광입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케미즈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쓰는 작가 요시카도의 이야기를 큰 액자로 하고, 두 커플의 러브스토리와 분주히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젊은 청년 가케미즈의 이야기가 고치현청 ‘접대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내용이 액자 속 이야기가 되는 형식이 재미있다.
일과
사랑, 한꺼번에 이루기는 힘들지만 하나씩 열중하며 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둘 다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작지만 강한 울림을
주는 이야기.
긴박한
갈등은 없지만 소소하고 간질간질한 연애담과 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어리버리에서 건실하고 번득한 하나의 일꾼으로 거듭나는, 어찌보면 인간승리의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읽고 있노라면 마음이 저절로 따뜻해져 오는 책이었다.
“귀엽지?”요시카도가
속삭인다.
가케미즈는
흠칫했다. 뭡니까, 꼭 여자친구 자랑 같은 이런 말투는? 요시카도 씨, 실은 여동생 바보?
“그쪽은
귀엽긴 하지만 뾰족한 구석이 없어서 좀 싱거워.”
다키
이야기란 걸 알아챈 순간 저절로 불끈했다.
“상당히
뾰족하거든요.”
당신은
이 여자가 토라진 장면을 본 적이 없잖아요.
“그거,
경쟁할 분야던가?”
(...)
뭐랄까,
요시카도 씨는 ....마치 사와 씨가 여자라도 되는 것처럼 말슴하시네요. “
“아니면
뭐야?”
“말
안했던가? 친남매가 아니란 거.”
헉!
-273
긴장감
넘치는 커플들의 묘사-노련한 작가의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