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내복의 초능력자 시즌 1 : 4 - 인체의 비밀을 풀다! 와이즈만 스토리텔링 과학동화 시리즈
서지원 지음, 이진아 그림,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감수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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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내복의 초능력자 4-인체의 비밀을 풀다]

 

 

와이즈만의 과학 동화

빨간 내복의 초능력자

드디어 4권이 나왔다!!

 

 

 

3권까지 숨도 안 쉬고 읽어내던 우리 딸아이가 4권은 언제 나오느냐고~ 그렇게 성화를 해댔는데.

드디어 4권이 나와 버렸다!!

 

어찌 보면 유치한 이야기인데도 낄낄거리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어서인지, 보고 또 보며 웃어제낀다.

이번엔 특히나 빨간 문어로 변신한 주인공이 나와서 표지부터 즐거움을 선사한다.

 

어느 날 별똥별을 주우면서 초능력이 생긴 나유식. 과학 지식을 쌓아야만 초능력이 늘어 간다. 참으로 신비한 매커니즘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은 이런 설정이 있어야 깊이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나보다. 어쨌든, 유식이는 영화 속 슈퍼히어로가 되어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유식이가 사는 마을에 은행털이 사건이 발생하고 빨간내복의 히어로로 변신한 유식이는 범인을 잡고야 만다. 그런데...범인으로 몰려 감옥에 갇힌 것은 진짜 범인이 아닌, 유식이.

 

 

철커덩! 감옥에 갇힌 유식이.

 

아직 마음대로 초능력을 부릴수 있는것은 아닌, 좀 모자란 초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이 상황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아니야! 난 잘못이 없어. 나는 지구를 지키는 빨간 내복의 초능력자란 말이야!"

악몽에 시달리지만 여전히 감옥에 갇힌 것은 변함이 없는데, 설상가상 엄마와 아빠, 그리고 또 다른 나유식이 면회를 왔다.

 

 

중간 중간 들어 있는 과학 상식, 이번에는 인체 편이다.

"엄마, 아빠, 저는 원래 오른손잡이예요. 그런데 저 가짜는 왼손잡이라고요. 제 말을 믿어 주세요."

왼손과 오른 손을 증거로 내세우지만 엄마 아빠는 그만 돌아가고 만다.  

악몽을 꾸며 울고 불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질문을 멈출 수 없는 유식이.

유식이의 질문을 따라 의문을 품었다가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궁금증이 풀리는 신기한 책.

 

 

공부해야만 초능력이 생기는 다급한 상황에 닥치다 보니 머리에 공부가 쑥쑥 들어오나보다.

 

그런데 무슨 공부든 하려면 끝장을 보고, 완벽하게 해야지 어정쩡하게 하거나 덜 하면 이런 사단이 난다.

젖꼭지 달린 문어로 변신!^^

어쨌든 감옥에서 탈출한 유식이는 고물상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개 휴허의 도움으로 한숨돌린 후, 진짜 범인을 찾아나서는데, 과연,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남자에게 젖꼭지는 왜 있는 걸까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남자에게 많아지면 여자가 되나요?

키가 큰 사람은 뼈가 많은가요?

뼈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사람은 왜 동물처럼 털이 많이 나지 않을까요?

계속해서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는 나유식은 기초과학의 원리를 하나하나 깨우쳐 간다.

창의적인 과학 교육은 기초 과학이라는 틀을 벗어나 기술과 공학, 제품 등을 융합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것, 즉, '융합'을 이루어 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과학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키득거리며 유식이의 질문을 따라 하다 보면 저절로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해 "왜?"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모두들 빨간 내복의 슈퍼히어로처럼 거침 없이 "왜?"라고 질문을 던지는 그 날까지...

빨간 내복 시리즈는 계속되어야 한다,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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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에는 즐깨감 수와 연산 - 창의영재수학 + 교과사고력 즐깨감 수학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지음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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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 [3학년에는 즐깨감-수와 연산]

 

초등 저학년, 아니 이제 중학년에 접어든 아이에게 연산은 어떻게 보면 엄청 스트레스일 것 같다.

나 어렸을 때는 3학년 때부터 주산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10의 보수를 익히고 주판에서 셈을 해 내는 기본 과정을 연습하느라 반 년 정도는 엄청 혼났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 무서웠어요~~

그러나 그 시련의 과정을 거치고 나니, 웬만한 수학 계산은 아주 손쉽고 빠르게 할 수 있었고, 더하기 빼기 부터 곱하기 나누기까지는 일사천리로 죽~ 진행되었던 것 같다.

요즘은 부모들의 선택에 따라 주산학원을 보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학습지, 아니면 수학 학원으로 빠지기 일쑤다.

학원을 오래 다닌 아이들은 "학원 가기 싫어"를 입에 달고 산다고 한다.

그러면 공부가 재미있겠는가?

나는 주산 학원을 공부하러 가는 학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냥 주판으로 노는 학원인데 단지 선생님이 무서웠고, 좀 있다 보니 급수 따는 재미가 무진장 좋아서 3학년부터 6학년 까지는 그만둘 생각 하지 않고 꾸준히 다니게 되었다.

우리 아이도 공부를, 특히 수학 공부를 그렇게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공부 관련 아무 곳에도 보내지 않는 아이에게는 특히나 교재 선택이 중요했다.

 

 

와이즈만의 즐깨감 시리즈

요거요거~

너무 재미있는 시리즈여서 아이들이 절대, 공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놀듯이 풀다보면 머리 속에 저절로 수학 개념이 들어앉게 된다는 말씀.

 

학교 수업 진도에 맞추지 않고, 영역별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시험 대비용으로는 적절치 않지만 평소 실력 향상용으로는 그만이다.

 

"채원아, 수학 좀 풀어야지?"

"싫어."

"그럼, 즐깨감 좀 하지?"

"알았어."

 

즐깨감의 위력은 이 정도다.

공부가 아닌 놀이에 가까운 교재라서 시키는 엄마나 푸는 아이나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다 풀고 나서는 공부에 찌든 얼굴이 아니라 한 30분 신나게 놀다 온 표정이니 더 이상의 잔소리는 할 필요가 없다.

 

 

[수와 연산] 영역에는 1. 수와 셈, 2. 분수와 소수 이야기

3. 사칙 연산 퍼즐     4. 연산 규칙과 문제해결

 

을 다루고 있다.

 

 

적응이 필요한 문제는 한 바닥을 할애해서 <보기>로 충분히 문제에 대한 이해를 하도록 한 다음,

바로 옆으로 옮겨 실전 문제를 풀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색감이 뚜렷한 그림으로 시선이 모아지고, 뭔가 풀어보고 싶은 의욕이 마구마구 솟아오르게 만든다.

이러니~ 아이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생각하기 교재로 많이 사용되는 탱그램 혹은 칠교를 이용한 문제다.

놀이로 접해본 아이는 이걸 과연, 문제라고 생각할까?

놀이의 연장이라고 생각할까?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사실, 문제를  푸는 쪽보다 내는 쪽이 더~~ 좋지 않겠는가?

 

 

요런 식의 그림 문제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한다.

몇 문제 풀어보면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눗셈도 징검다리를 건너며 한 발짝씩 건너뛰다 보면 금세 끝에 다다른다.

다각도로 재미를 활용하며 깨달음을 일깨우는 문제들이 보여서 너무 반갑다.

 

수학 문제를 풀면서 키득거리는 모습을 이 때 아니면, 언제 보겠는가 싶다.  

수학에 대한 거부감 없이 흥미를 유지시켜주는 방법으로 즐깨감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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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
사쿠라기 시노 지음, 박현미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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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

 

 

단편을 참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쿠라기 시노.  아르테에서 이번에 소개된 건 장편 [순수의 영역]과 단편집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인데, 왠지 단편에 끌리더라니...

 

어쩐지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기 싫어서 책을 아무렇게나 펼쳐 처음 만나게 되는 작품부터 읽으리라 마음먹고, 짠~ 하고 펼쳤더니 [바다로]라는 작품이 나왔다.

으~ 기둥 서방 겐지로와 겐지로에게 속수무책으로 약해지는 여인 치즈루의 정사 씬이 한창이었다. 흠칫 하며 눈을 살짝 들어 책 속에서 빠져 나오려 했지만, 도무지 그 분위기를 더 들여다보고 싶어져서 참을 수가 없었다. 보려면 처음부터 봐야지.

 치즈루는 자신을 모욕하는 남자인 겐지로에게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수산회사를 경영한다던 가토의 전속계약 제의를 받아들이고 억지로 쾌감을 느끼는 척 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돈을 받고 사라진 겐지로는 어색한 전화를 끝으로 연락이 없고, 가토는 실은 기름 냄비로 튀김을 만들어내는, 쇼핑몰 매장 간이 점포 '가토 상점'의 주인일 뿐이었다.

 

창문 너머에 평평하고 잔잔한 강 표면이 보였다. 날이 밝기 전에 나가지 않으면 다시 똑같은 하루가 시작하고 만다. 바닷물이 차오르면 다시 이곳으로 돌려보내진다.

치즈루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휴대전화에 남아 있던 겐지로와 가토의 이름을 지워버렸다. -82

 

뭔가가 내 기억 속의 한 장면을 건드리고 갔다.

특별히 모난 데 없이 수더분하고 대부분의 것을 부드럽게 받아들이는 나의 유순한 성격은 내 밑의 두 여동생들과 딴판이다. 첫째의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는 부분인데, 나는 그저 좋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아, 내 성격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렇게 둥글둥글해진 것은 아마도 어린 시절 시장 입구에 살았던 환경의 영향이 있지 않나 생각해보기 위함이다.  

맹모삼천지교라고, 부모가 아이의 교육을 위해 좋은 환경으로 옮겨 살고 싶어하는 것이 우리네 전통을 이루고 있을 진대, 우리 부모님은 우리 자식들을 위해 좀 더 조용하고 안정된 곳에다 자리잡지 않으시고 어쩌다 시장입구에다 보금자리를 마련하셔서 어린 시절, 미리 보지 않아도 될 것들을 보게 하셨는지 원망하고 싶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그 때의 경험이 있었기에 세상을 좀 더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시장 입구에서 중국집을 하셨던 부모님. 배달이 주를 이루는 곳인지라 배달을 하는 부모님을 따라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게 되기도 했고, 앞집, 옆집, 뒷집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도 다니던 곳들이 횟집, 여관, 이발소, 레코드점, 돈까스집, 미용실, 쌀집 등등이어서 여러 형태의 가게들에 대해서 빠삭했던 어린 시절이었다.

특히 단정한 어른 여자가 되면 갈 기회가 없는 곳이, 아저씨들이 가는 이발소(안마 시술소라고 하나?^^), 나이트 클럽 등이 아닌가 싶은데, 어린 여자아이였던 나는 그 곳을 놀이터 삼아 놀 수가 있었다. 이발소 언니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이, 이발소 특유의 뒤로 젖혀 지는 안마 의자에 드러누워 보기도 하고 솔에 묻혀 바르던 면도 크림의 향기를 한껏 맡아볼 수도 있었다.

나이트 클럽은 낮에 가면 맥주 냄새, 양주 냄새가 스며든 퀴퀴한 카펫의 냄새가 베어든 빨간 계단참에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샹들리에의 반짝반짝하는 파편들을 만지작거리며 놀 수 있었고,  어느 날 밤엔가는 쿵쾅거리는 비트의 음악에 맞춰 둥근 무대위에 올라가 요염하게 춤을 추는 댄서도 살짝 볼 수 있었다.

만화방을 가다가 살짝 다른 골목으로 빠지면 재래시장의 으슥한 골목에 일렬로 작은 쪽방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안이 다 비치는 하얀 커튼 뒤에서 짧은 치마 속옷만 입은 머리 긴 언니들이 어린 눈으로 보기에도 몹시나 퇴폐적인 몸짓으로 앉아 담배를 피거나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음. 말하자면 어린 나이에 천천히 알아도 될 세상의 비의를 일찍 깨치게 되었다고나 할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나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있었는데...

커가면서 어른의 세계에 노출될 때마다 또래 여자 친구들은 "밤에 피는 그녀"들의 일상에 대해 사춘기적 감상에 젖어 호들갑을 떨며 얘기꽃을 피울 때, 나는 담담하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때에는 이미 "그녀"들의 삶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무대의 스트리퍼이건, 몸을 파는 창녀이건, 환한 대낮에 맨숭맨숭 혹은 푸석푸석한 맨얼굴을 드러낸 그녀들은 가끔 나에게 웃음을 나누어 주기도 하고, 가까이 불러 먹을거리를 쥐어주기도 했던 "언니"들이었기 때문에...

 

아,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에서는 그렇게 내 기억 속에 넣어 두고 별다른 구획을 정해 놓지 않았던 "그녀"들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었다.

특히나 밤무대 스트립 댄서인 시오리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바람 여자]는 남자가 아닌 여자 작가가 쓴 이야기였기에 특이하기도 했지만 나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로 너무나 공감가는 글이어서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했다.

여자라서 여자의 이야기를 더 잘 쓸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 또한 여자라서 관능적이고 섹시한 묘사, 올바른 몸가짐을 가진 진짜 무희의 삶을 진지하게 적어내려간 작가의 이야기에서 더 깊은 떨림을 맛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여자가 쓴 여자 이야기. 쓸쓸함을 안은 채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지만 휭하니 불어오는 시린 바람에 몸을 움츠리고 기어들어가는 여자들이 아니어서 좋았다. 나약하고 여자에게 빌붙고 뭐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남자들에 비해 유독 강인하고 대찬 여자들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문장 속에서 "밤에 피는 꽃"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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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레산드로 바리코 지음, 이세욱 옮김 / 비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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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은 뫼비우스의 띠 [이런 이야기]

 

 

 

 

알렉산드로 바리코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단순한 기쁨을 위해 글을 쓰는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가 들려주는 ‘이런 이야기’는 역시나 감기는 두 눈에 억지로 힘을 주고 읽을 필요가 없는 이야기였다. 울티모 파르리라는 인물을 파악하자마자 단숨에 매혹되어버렸기 때문에 책장은 퍼얼럭 퍼얼럭 잠시 적응의 시간을 보내며 넘어가다가 곧장 팔락팔락으로 속도감을 더하며 끝을 향해 달렸다.

 

 

 

 

 

울티모의 인생은 수학 기호 무한대 ∞, 혹은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켰다.

그가 관심을 가진 자동차와 길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인가...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영원히 돌고 도는 궤도를 따라 울티모는 아직도 달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분명 쓸쓸한 그의 끝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길’을 꿈꾸던 아이의 가슴 벅찬 이야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며 인생 중반을 맞이하여 잠시 언덕에 기대어 쉬고 있는 나에게 ‘어서 일어나서 나를 따라와 봐.’라고 말하는 듯이 저 앞에서 손짓을 하고 있었다.

요즘 한창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GD(지드래곤)이 모 광고에서 “Follw Follow Me" 하는 것을 들어본 적 있는가? 강렬하고 힘 있는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면 피리 부는 사나이에 홀린 것마냥 내 눈길이 저절로 그를 좇게 되는 것처럼... [이런 이야기] 아니, 울티모의 이야기는 내 온 정신을 쭉 빨아들이고 있었다.

마침내 이야기가 끝났을 때에도 울티모의 생애는 그가 만든 서킷을 따라 쌩하는 소리를 내며 달리고 또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를 본 것도 아닌데, 작가가 음유시인처럼 읊어댔던 절묘한 리듬에 도취되어 어느새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는 나.

눈을 깜빡이자 촤라락 펼쳐지는 필름들처럼 등장인물들의 삶이 지나간다.

 

울티모는 리베로 파르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어렸을 때 두 세 번 죽었다가 살아났고, 그 경험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평범하지 않은 분위기를 두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울티모 같은 아이를 보고 이렇게 말하곤 했다. “금빛 그늘이 어려 있지...”

 

화려한 전채요리 격으로, 1903년 224대의 여왕 같은 자동차들이 베르사유 정원에서 자동차 경주를 시작하는 장면에서부터 출발하는 이야기.

 

이야기는 다양한 맛을 조금씩 보여주며 그 풍부함을 더해간다.

 

아버지가 되는 것은 아이의 앞에서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되 아이가 길을 잃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게 하고 함께 걷는 것이 땅에 쓰여 있는 것처럼 의심할 바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40

 

절대로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갈 줄 아는 법을 아버지로부터 배운 그 때부터 울티모의 이야기는 뒤돌아보는 법 없이 앞으로 쭈욱 이어진다.

어느 날 언덕에서 도로의 굽이들을 따라 내려오는 먼지구름과 함께 금속으로 된 악마가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생애 처음으로 울티모가 본 자동차에서 담브로시오 백작이 내린다. 그의 등장으로 자동차를 독학하고 언젠가 정비사가 될 거라는 꿈을 꾸고만 있던 리베로 파르리는 자동차 경주의 세계에 발을 내딛게 된다.

아버지가 심어준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그에게 있어 선물과 같은 것이었고 울티모는 머릿속에 길들을 품은 채로 자랐다. 무엇을 보든 길로, 자동차가 달리는 길로 보였고, 엔진 소리에만 귀를 기울였고, 어떤 형태의 선을 보더라도 길을 떠올렸다. 그런데 그 길 가운데 하나가 리베로 파르리를 좌절시킨 날, 삶 자체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울티모는 카포레토 전쟁에 참가했다. 그의 길에 대한 탐구는 여기서 끝나는가 싶었지만, 다시 자동차에 올라타게 되면서 길은 계속 이어졌고 몇 개월간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실은 트럭을 운전하면서 만나게 된 엘리자베타를 마음에 품게 된다.

훗날 울티모는 엘리자베타를 이렇게 회상한다.

 

그 여자는 하나의 길과 같았어요. 생뚱맞은 굽이가 자꾸자꾸 나오는 길, 돌아올 것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광막한 벌판으로 내닫는 길,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달리고 또 달리는 길이었죠.(...)

가다가 죽는 한이 있어도 가볼 만한 길, 그녀는 그런 길들 가운데 하나였어요.-405

 

수시로 바뀌는 시점에서는 여러 인물들이 울티모를 공통 분모로 한 채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담브로시오 백작과 리베로 파르리, 그리고 플로랑스로 이어지는 울티모 부모 세대의 이야기.

세상을 뒤로 한 채 잠시 몸을 의지했던 전쟁터에서 만난 친구 카비리아와 그 아버지인 수학 교수의 이야기

울티모를 기억에 담고 평생에 걸쳐 그를 회상하곤 했던 엘리자베타 이야기 등..

 

 그야말로 한 올 한 올 생명력을 가진 채 살아 숨쉬고 있는 ...아마 따뜻한 체온마저도 느껴질 듯한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다.

 

자신의 길을 달린 가슴 벅찬 인생이 담긴 울티모의 이야기는 얼핏 아름다웠고, 열정적이었으며 안타까웠고 끝내 조용히 한숨을 토해내게 만들었다.

 

중간중간 인용하고 싶은 구절은 또 얼마나 많았는지.

음악과 시가 어우러진 문장이라고나 할까.

아버지의 인도가 울티모에게 선물이었듯이, 작가의 [이런 이야기]도 내게는 선물이 되어 주었다.

아무 기대도 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을 뿐이었는데, 놀랍게도 풍부한 인생의 지혜가 가득한, 선물 그 자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굽잇길이 처음 출발했던 곧은 길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곡선이 그토록 부드럽게 직선 속으로 녹아드는 건 삶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

재규어는 다시 직선 구간을 통과하여 U자 모양의 굽이로 나아갔다. 울티모의 보물 상자에 빨간색으로 써놓았던 U자를 닮은 굽이, 참담한 불행을 딛고 위안을 느끼게 하는 굽이로.-450

 

울티모는 악연의 고리를 끊을 때 ‘기억에서 지워버리기’를 택했고, 그래서 그와 유대를 맺고 있던 사람들은 하나씩 그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그럼에도 그의 ‘금빛 그늘’이 가진 힘 때문인지 사람들은 그를 기억하고 싶어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인연을 끊어버리는 것이었지만 그가 엘리자베타에게 남긴 서킷 그림으로 그녀는 그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었고, 그리하여 울티모의 인생은 계속 계속 돌고 도는 뫼비우스의 띠, 혹은 무한대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가 걸어간 길은 굽이졌으나 곧은 길 위에 있었음을...나도 그의 금빛 그늘을 따라 길 위로 걸어가려 육중하게 늘어져 있던 몸을 곧추세운다.

 

더 이상 “세상은 어떤 곳이에요?” 하고 순진하게 눈을 깜빡이며 물어볼 수 없을 만큼의 나이를 먹어버렸다. 일찌감치 꿈을 찾아 자신의 운명을 끝까지 밀고 나간 울티모는 뒷모습만으로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너는 무엇을 꿈꾸니? 너는 네 몫의 삶을 살고 있니?”

어떻게 자랄지 모르는 꽃나무의 시절을 지나온 지 한참 되어 “꿈”이라는 말이 주는 신비함을 잊고 살았다.

누구나 몇 굽이 서리서리 품고 있을 법한 삶의 고단함을, 빨간 꽃 무심히 툭 떨어뜨리는 동백나무 아래엔가, 청춘의 반짝임을 머금은 느릅나무 아래엔가, 어두운 과거 잊고 살자고 힘겹게 한 꺼풀씩 벗어버리는 배롱나무 아래엔가 묻어버리고 살았다.

이제 울티모가 던져 준 질문 앞에서, 온 생애의 절반쯤 지나온 것 같은 삶을 꺼내어 펼쳐본다. 나, 참. 다시 꺼내 볼 일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되짚어 볼 날도 오는구나, 싶다.

어지러운 가정사는 아직도 두꺼운 보자기로 푹 눌러 덮어놓고만 싶고, IMF로 허우적거리던 시절도 가히 떠올리기에 좋은 시절은 아니며, 그럭저럭 가정을 이루어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나의 삶은 뚜렷한 목표도 없이 그저 흘러왔구나, 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게 으르렁거리는 초기 자동차의 엔진처럼 내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나직히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직 늦은 건 아니라고. 길은 걸으라고 있는 것이라고...

“나를 따라와, Follow, Follow me" 하고 나를 이끌어 주는 울티모도 여전히 희미하지만 존재감 있는 모습으로 기다려 주고 있다.

이젠 내가 나의 길을 뚜렷이 보고 걸어가는 것만이 남았나.

이제야 알겠다. 길은 보려고 하는 사람에게 언제든 열려 있다는 것을.

곡선 또한 직선으로 녹아드는 것이 삶이기에 울티모의 뒷모습이 많은 것을 보듬어 안을 수 있었다는 것을.

거창한 꿈, 남에게 보이기 위해 부풀려진 꿈을 더 이상 꾸지 않겠다.

착실히 한 걸음씩 걸어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는 길을 걸을 것이다.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환상은 일찌감치 깨어져 버렸지만, 그래도 돌고 도는 길 위를 걸어가고 있을 것만 같은 울티모의 발걸음에서 삶의 비의를, 희망의 흔적을 읽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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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꿈꿀 권리
한동일 지음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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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스로 답을 구하라 [그래도 꿈꿀 권리]

 

푸른 하늘에 점점이 뜬 구름.

옛 선비들은 과거를 보러 갈 때 "청운의 꿈"을 품고 간다고들 했다.

그래서인지 자전적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들의 표지에는 유난히 "청운"의 이미지들을 차용한 것들이 많다.

표지를 보는 순간, 아~ 이 책도 그런 "류"의 책이겠거니. 했다.

힐링 열풍이 불어닥쳐 마음을 어루만지며 치유해주겠다는 에세이들이 한동안 서점가를 장악하였기에 더 이상은 그런 책들을 보기 싫다,싫다, 싫다...하던 차여서 딱히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그래도 꿈꿀 권리]라니.

제목이 묘하게 마음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띠지에 실린 작가의 눈망울이 무척 맑은 것도 마음을 움직였다.

 

한동일은 어떤 사람인가.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 로타 로마나가 설립된 이래 700년 역사상 930번째로 선서한 변호인이다.

솔직히 신앙을 가지지 않았기에 바티칸이라는 말, 목사라는 말에 한걸음 뒤로 물러서게 되긴 했지만, 그의 이력을 보고서는 두 걸음 앞으로 내디딜 수밖에 없었다.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유럽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진 교회법을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유럽인이 아니면 구사하기 힘들다는 라틴어는 물론 기타 유럽어를 잘 구사해야 하며, 라틴어로 진행되는 사법연수원 3년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마쳤다 해도 변호사 자격시험 합격 비율은 5-6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동안 아시아인들이 로타 로마나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이유다.

2009년  첫 변호사 자격시험에서 떨어지고 단 한 번 남은 기회, 2010년의 두 번째 시험에서 문제만 200쪽, 열두 시간의 승부 끝에 그는 당당히 합격을 거머쥐었다.

 

휘유우~ 여기서 휘파람 한 번 안 불어줄 수가 없다.

와 , 공부의 신 중의 신이구나.

그런데 그는 자신이 남들보다 모자라고 느린 아이였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더뎠지만 끝까지 걸었다...

 

요즘은 학원 하나쯤 안 다니는 아이들이 없고, 좀 모자라다 싶으면 과외까지 붙여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 없이 공부시키려는 부모들이 널리고 널린 세상이다.

그러나 "공부"만 하게 만들어진 아이들은 "공부"하나는 기똥차게 잘 해내지만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인지를 모르고 헤매는 경우가 많다.

그런 아이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다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밝히며 희망을 말하는 저자.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꿈을 찾고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또한 중요한 것 한 가지. 목표를 찾기 위해서 '나 자신에 대한 물음', 즉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반드시 스스로 답을 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큰 힘이다. 날카롭기만 하고 세상에 불만이 가득하여 모날 대로 모난 나를 둥글게 깎아준 침묵, 내게는 '가장 위대한 침묵'이었다. -176

 

그는 30대가 될 때까지도 들인 노력에 대해 특별한 결과가 나지 않아 그냥 보통 학생, 공부로 따지면 의외로 열등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언어공부를 좋아하고 언어에 대한 감각이 있다는 점을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스스로 '공부가 업인 노동자'라고 주문을 외우고  로마 유학 중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언어의 장벽을 넘을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 공부의 신으로 등극하기까지는 참으로 대단한 열정과 단단한 결심이 필요했을 것이다.

메리툼과 데펙투스! 장점과 단점이라는 말인데 뜻은 반대라고 결국 하나로 통하는 말이라고. 장점이라고 해서 무조건 디딤돌이 되는 것만은 아니고, 단점이라고 해서 모두 걸림돌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란다.

부모님과 환경, 건강 모두 단점이 될 수도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그의 말은 내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밖에서만 찾으려 드는 나를 깨우쳐 주었다.

 

중학교 시절 옥탑방에서 밤풍경을 바라보며 세계의 친구들과 경쟁하고자 결심했던 작은 불씨가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로 이끌어주었다고 하니, 그의 꿈이 그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것이나 다름 없다.

공부에 있어서나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에 있어서나 그의 발자취는 "꿈"을 찾아가는 이들에게 말 그대로 "희망의 좌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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