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꿈꿀 권리
한동일 지음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스스로 답을 구하라 [그래도 꿈꿀 권리]

 

푸른 하늘에 점점이 뜬 구름.

옛 선비들은 과거를 보러 갈 때 "청운의 꿈"을 품고 간다고들 했다.

그래서인지 자전적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들의 표지에는 유난히 "청운"의 이미지들을 차용한 것들이 많다.

표지를 보는 순간, 아~ 이 책도 그런 "류"의 책이겠거니. 했다.

힐링 열풍이 불어닥쳐 마음을 어루만지며 치유해주겠다는 에세이들이 한동안 서점가를 장악하였기에 더 이상은 그런 책들을 보기 싫다,싫다, 싫다...하던 차여서 딱히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그래도 꿈꿀 권리]라니.

제목이 묘하게 마음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띠지에 실린 작가의 눈망울이 무척 맑은 것도 마음을 움직였다.

 

한동일은 어떤 사람인가.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 로타 로마나가 설립된 이래 700년 역사상 930번째로 선서한 변호인이다.

솔직히 신앙을 가지지 않았기에 바티칸이라는 말, 목사라는 말에 한걸음 뒤로 물러서게 되긴 했지만, 그의 이력을 보고서는 두 걸음 앞으로 내디딜 수밖에 없었다.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유럽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진 교회법을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유럽인이 아니면 구사하기 힘들다는 라틴어는 물론 기타 유럽어를 잘 구사해야 하며, 라틴어로 진행되는 사법연수원 3년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마쳤다 해도 변호사 자격시험 합격 비율은 5-6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동안 아시아인들이 로타 로마나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이유다.

2009년  첫 변호사 자격시험에서 떨어지고 단 한 번 남은 기회, 2010년의 두 번째 시험에서 문제만 200쪽, 열두 시간의 승부 끝에 그는 당당히 합격을 거머쥐었다.

 

휘유우~ 여기서 휘파람 한 번 안 불어줄 수가 없다.

와 , 공부의 신 중의 신이구나.

그런데 그는 자신이 남들보다 모자라고 느린 아이였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더뎠지만 끝까지 걸었다...

 

요즘은 학원 하나쯤 안 다니는 아이들이 없고, 좀 모자라다 싶으면 과외까지 붙여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 없이 공부시키려는 부모들이 널리고 널린 세상이다.

그러나 "공부"만 하게 만들어진 아이들은 "공부"하나는 기똥차게 잘 해내지만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인지를 모르고 헤매는 경우가 많다.

그런 아이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다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밝히며 희망을 말하는 저자.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꿈을 찾고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또한 중요한 것 한 가지. 목표를 찾기 위해서 '나 자신에 대한 물음', 즉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반드시 스스로 답을 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큰 힘이다. 날카롭기만 하고 세상에 불만이 가득하여 모날 대로 모난 나를 둥글게 깎아준 침묵, 내게는 '가장 위대한 침묵'이었다. -176

 

그는 30대가 될 때까지도 들인 노력에 대해 특별한 결과가 나지 않아 그냥 보통 학생, 공부로 따지면 의외로 열등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언어공부를 좋아하고 언어에 대한 감각이 있다는 점을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스스로 '공부가 업인 노동자'라고 주문을 외우고  로마 유학 중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언어의 장벽을 넘을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 공부의 신으로 등극하기까지는 참으로 대단한 열정과 단단한 결심이 필요했을 것이다.

메리툼과 데펙투스! 장점과 단점이라는 말인데 뜻은 반대라고 결국 하나로 통하는 말이라고. 장점이라고 해서 무조건 디딤돌이 되는 것만은 아니고, 단점이라고 해서 모두 걸림돌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란다.

부모님과 환경, 건강 모두 단점이 될 수도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그의 말은 내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밖에서만 찾으려 드는 나를 깨우쳐 주었다.

 

중학교 시절 옥탑방에서 밤풍경을 바라보며 세계의 친구들과 경쟁하고자 결심했던 작은 불씨가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로 이끌어주었다고 하니, 그의 꿈이 그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것이나 다름 없다.

공부에 있어서나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에 있어서나 그의 발자취는 "꿈"을 찾아가는 이들에게 말 그대로 "희망의 좌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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