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당신에게 뭐라고 하던가요? 행복하지 않다든지요."

"잭슨, 대프니 이야기를 옮기고 싶지는 않아요."

잭슨이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그러니까 뭔가 이야기를 하긴 한 모양이군요."

"부탁이에요. 대프니가 행복하지 않다고 해도 그건 두 사람이 의논할 일이에요."

"행복하지 않다고 하던가요?"

"음, 별말 안 했어요. 전 몰라요. 신뢰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요."

잭슨은 술을 천천히 마셨다. "앰버, 내가 알아야 할 게 있다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말해줘요. 부탁이에요."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일 거예요."

"그래도 말해봐요."

앰버는 한숨을 쉬었고 가운을 느슨하게 해 가슴골이 슬쩍 보이도록 했다. "대프니 말이 부부관계가 지루하고 너무 뻔하대요. 그리고 매달 생리가 시작돼 임신하지 않았다는 걸 알 때면 너무 기쁘대요." 앰버는 초조한 척했다. "제가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대프니에게 말하지 말아요. 대프니가 그러는데 당신은 아들을 간절히 원한다면서요? 그녀는 생각이 다르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을 거예요."

잭슨은 말이 없었다.

"미안해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당신 말이 옳아요. 당신에게는 대프니의 감정을 알 권리가 있어요. 부탁이니 ……대프니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요."

그는 계속 말이 없었다. 얼굴이 시뻘겠고 앰버가 그동안 보지 못한 암울한 표정이었다. 그는 몹시 화가 나 있었다. 


(중략)


잭슨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대프니가 정말 그렇게 말했어요? 임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마다 기뻤다고?"

"네, 그랬어요. 정말 유감이에요."

"믿을 수가 없어요. 아이가 또 생기면 얼마나 좋을지 이야기했는데." 잭슨은 허벅지에 팔꿈치를 대고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앰버는 그의 등을 쓸어내렸다. "제가 이렇게 이야기했다는 걸 대프니에게 말하지 말아줘요. 비밀 지키겠다고 약속했단 말이에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고는 끝까지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그거 알아요?" 그녀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대프니는 이 이야기를 할 때 비웃으며 즐거워했어요. 당신을 속이는 일과 당신이 그걸 때닫지 못한다는 게 즐겁다는 듯이요." 앰버는 눈앞에서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기를 기도했다. 어쨌든 이 게임을 진전시켜야 했다.

그녀를 올려다보는 잭슨의 눈동자에는 혼란과 고통이 가득했다.

"비웃었다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p.209-211)



















잭슨은 대프니를 사랑하면서, 다른 여자에겐 관심도 없이 온통 신경이 대프니에게 쏠려 있으면서, 어째서 대프니가 하지 않은 말을 듣고 괴로워하는걸까. 앰버가 최근에 대프니랑 가장 친한사람이고 또 대프니가 신뢰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왜 대프니가 아닌 다른 여자가 전한 말을 듣고 괴로워하는 걸까. 사랑하는 사이에 신뢰는 기본일텐데, 불행하다면 뭔가 불만이 있다면, 그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직접 했어야 되는 게 아닐까. 저 부분을 읽는데 너무나 괴로워졌다. 이봐요 잭슨, 대프니의 말을 들어요, 대프니가 하는 말만 들어요, 당신의 아내는 대프니잖아요, 나는 여러차례 그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앰버의 말을 들었다. 앰버가 대프니와의 사이를 떼놓기로 결심하고 한 거짓말들을 듣고 괴로워하고 그렇게 앰버랑 자버린다. 자버리는 정도가 아니라 자고 또 자고, 그렇게 아내를 속이는 거다.


물론 이 책은 뒤로 갈수록 잭슨과 대프니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아니란 것이 명백해지므로 저 상황 모두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지만 딱 저부분까지 읽었을 때, 내가 그 뒤의 이야기들과 그들의 사정을 알지 못했을 때, 저 장면은 그저 내게 한 남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하지도 않은 말을, 다른사람이 전한 말만 듣고 실망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이야기인 거다. 너무 가슴이 아픈 거다. 왜? 왜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입으로부터 그 말을 직접 듣지도 않았는데, 왜 전달되는 말만 믿고 괴로워하고 그 다음 행동까지 결정하는거지?



앰버와 잭슨, 잭슨과 대프니에게 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런 사정이 아니더라도 저런 일은 있을 수 있다.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부터 나에 대한 말을 전해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저런 상황이 내게도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든거다.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전하면서, 사실은 내가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일. 나는 전달하는 사람에게 이 관계를 깨기 위한 악의가 있었던 것은 비난할 일이지만, 그 전달되는 말을 믿고 나를 판단하는 상대에 대해서 더 실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잖아, 나도 당신을 사랑하잖아. 그런데 우리 사이에 일어나는 일, 감정, 기분에 대해서 왜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 내가 당신에게 실망한 일이 있다면 당신에게 직접 말할게, 내가 당신에게 감정이 식어버렸다면 당신에게 직접 말할게, 당신 역시 우리 관계가 행복하지 않다면 나한테 직접 말해야지, 그걸 왜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듣고 그걸로 이 관계를 정리하려는 거야? 한없이 따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간질은 나쁘지만 서로 사랑한다고 하면서 상대에 대한 신뢰가 없는 건 더 나쁘잖아. 아 너무 속상한 거다. 속상해... 속상했어. ㅜㅜ



당신과 나는,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하는 말만 믿자.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말은, 우리 서로만의 것이어야 해. 그것이 특히나 우리의 관계 우리의 감정에 관한 것이라면 특히 더.





주말에는 친구와 불국사에 다녀왔다. 늦지 않게 불국사를 걷기 위해 이른 시간 기차를 예약한 터라, 주말에도 늦잠을 자지 못하게 됐고, 그렇게 친구와 아침 일찍 서울역에서 만나서 기차를 기다리면서는 너무 추워, 아휴, 우리가 또 왜 이러고 있는거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러면서 기차에 탔다. 친구랑 기차 안에서 수다수다 떨다가 불국사 역에 도착했는데, 아아, 추운데 우리 걸을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오오, 안추운거다! 여긴 날씨가 좋아! 그래서 우와 다행이다, 하고는 불국사역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도 2분 후에 도착했고, 이거 불국사 가나요? 물으니 터프한 여자기사님께서 네, 라고 답해주셔서 버스를 탔는데, 너무 기분이 좋은 거다. 또 실실 웃게 되고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불국사 앞에 내려서는 어디가서 점심을 먹을까, 하고 손칼국수 집을 선택했는데, 우리가 찾아간 곳은 작은 곳이었고 여자 사장님 혼자 일하시는 곳이었다.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인지 가게는 조금 추웠지만 국수랑 해물파전이 맛있었어. 이걸 시켜두고 내가 막 갈등하다가 소주도 한 병 주문했더니, 사장님은 엄청난 사투리로, 그래 여행왔으면 낮술 한잔 해야지, 하면서 소주도 주시고, 그게 여행이라고 하시면서 막 말씀하시는데, 그냥 이런 것도 다 넘나 좋았고. 낮술 한 잔 걸치고 점심으로 배 채우고 불국사에 오르니, 사람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놀랐다. 그리고 일전에 왔을 때랑은 다른 풍경이어서(겨울 불국사는 처음이다) 그냥 그것대로 좋고, 날도 좋고 하늘도 맑고 그래서 친구랑 걸으면서 오길 잘했다고, 역시 이래서 와야 한다고 계속 호들갑을 떨었던 거다. 그렇게 불국사 관광을 마치고 우리는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방이 생각보다 좋아서 둘다 신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 오 좋다좋다 ㅋㅋㅋㅋㅋㅋ 여행은 역시 숙소가 좋아야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면서 둘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우리 낮잠 한 시간 잘까? 이러고 피곤을 풀었다. 전날 둘다 빡센 일정이었는데 다음날 일찍 일어나기까지 해서 고단했던 터다. 그렇게 우리는 낮잠을 잤어. 낮술, 낮잠... 세상 좋은 것....


그렇게 저녁에 일어나서 우리는 콘도에 위치한 소고기집에 가서 소고기 시켜 묵고 ㅋㅋㅋㅋㅋㅋㅋ 구워서 묵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다좋다 와인도 시켜 마시고, 공기밥에 된장찌개에 냉면도 먹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갈비도 추가로 먹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러다가 야 배터져서 미치겠다, 이러고 콘도 주변을 산책했다. 그렇게 산책하다 커피까지 한 잔 마시고 숙소로 들어와서는 씻고, 장봐온 와인과 안주를 꺼내서 나란히 침대에 앉아 그것들을 먹고 마시면서 텔레비젼을 틀었다. 친구랑 나는 똑같이 여행 프로그램을 좋아해서 그런거 뭐하나, 하고 채널을 돌리다가 국제부부들을 다룬 프로그램을 보게됐다. 하필이면 패널이 ㅈㅇㅎ 이어서, 우리 둘다 너무 싫어해서, 꼴도 보기 싫다고 돌리자고 했지만, 나는 멜버른에 사는 부부를 끝까지 보고 싶은 거다. 멜버른만 보고 돌리자, 하고는 보는데, 이 부부가 휴가 마지막날 와이너리에 가는 게 나온 거다. 와이너리 가서 와인 시음하고 같이 피자 한 판씩(각자!!) 시켜서 식사를 하는데, 아아, 이상적인 삶이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어... 막 이렇게 된거다. 게다가 잔디밭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넘나 부러운 것.... 나도 와이너리 가면서 살고 싶다. 매일 가는 건 아니어도 어쩌다 한 번씩 와이너리 가서 시음해보고, 우리 이 와인 살까? 이러면서 차 트렁크 가득 와인 싣고 집으로 돌아와서, 그 와인 차곡차곡 와인 냉장고에 넣고 사는 삶.....너무 아름다워. 뷰티풀 라이프. 저것이 내가 바라는 삶. 나는 요트 안타도 되고, 유람선 안타도 되는데, 와이너리는 가끔 가면서 살고 싶어. 우리도 각자 피자 한 판씩 시켜서 먹으면서, 그렇게 살자.. 피자.. 내가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각자 한 판씩 시켜먹는 아름다운 삶.... 뷰티풀 원더풀 라이프. 와. 와이너리 가는 부부라니... 멜버른... 세상 좋네....... 부부가 와이너리를 갈 수 있다니,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 와이너리 가는 부부라니. 와 완전 나의 로망인 것이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멋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와이너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멜버르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와이너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당신이 운전을 하면 내가 와인을 살게요..............트렁크 가득 내 돈줄게 와인 채워! 크- 멋지구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름다워 원더풀 라이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이런거 보고 감탄하다가, 그다음 콜롬비아 부부 나오는데, 우리는 ㅈㅇㅎ 참을 수 없다!! 이래서 다른데 돌리다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영국편]을 보게 됐다. 친구는 이미 본건데, 이거 같이 보자면서, 이거 진짜 니가 좋아할거라고, 이거 보고 너랑 한우 먹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거다. 그래서 같이 보는데 오와 나도 한우먹으러 가자가자, 가자가자 했다. 너무 좋아. 이 영국 남자들이 한국에 와서 한우를 먹는데 여태 자기가 먹어본 소고기 중에 최고라고 막 그러는 거다. 친구는 이 영국 남자들이 말도 되게 정중하게 하고 되게 매너있다고 하는데, 친구들 사이에서도 되게 매너있는 말투와 억양이어서 너무 보기가 좋은 거다. 오, 좋은데? 게다가 장교가 되겠다는 멤버 한 명은 내 타입이기도 했어. 약간 재이슨 스태덤 삘이야... 어쨌든 그러다 우리 런던 갔던 얘기 하면서, 우리 영국 다시 가자, 다시 꼭 가고싶어, 그 때 못간 레스토랑도 가보고 싶고, 뭔가 아쉬웠어 다시가자, 이런 얘기 하면서 보는데, 아, 우리가 같은 거에 재미를 느끼고 같은 걸 보면서 대화를 나누니까 세상 좋구나 싶은 거다. 그렇게 준비해온 와인과 맥주를 다 마시고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아침 일어나 내가 먼저 샤워를 하고, 샤워를 하고 나올 친구를 기다리며 음악틀 블루투스 스피커로 켜두었는데, 샤워를 마친 친구가 나와서는, 지금이 너무 좋다고 하는 거다. 늦잠, 좋은 음악, 여유로운 분이기라면서, 지금이 너무 좋다고 계속 그래서 덩달아 나도 너무 좋았다. 좋구먼....우리는 그렇게 컵라면에 물을 부어서 먹고 음악을 들으면서 이 노래 좋네, 이 노래도 좋다, 했다. 다, 내가 틀어둔 음악이었다. 크.



그렇게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친구는 영국에 다시 가자는 내 말을 기억하고는, 또 혼자 어떻게 갈까, 생각하면서, 우리 이번에는 영국에 다시 가면 폴란드에도 들를까, 막 이런 얘기하고, 아니야 그러면 폴란드랑 영국은 좀 멀어서 별로인 것 같아, 이런 얘기 하면서, 또 다음 여행 계획에 대해 얘기했던 것이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번 여름엔 어디 갈거야? 친구가 물었고, 글쎄 하와이를 가고 싶은데, 막 이러면서 얘기하는데, 뭔가 같은 걸 좋아하고 같은 걸 즐길 수 있다는 게 이렇게나 좋구나 싶었다. 소고기 먹을 때도 너무 비싼가? 하고 내가 멈칫하니까 친구는 먹어먹어 먹자먹자 이래가지고 걍 소고기에 돈을 퍼붓고 왔어.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친구랑 말레이시아도 한 번 가야하는데. 거기 공항에서 파는 스테이크가 저렴해....그거 먹으러 가야하는데....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 조만간 한우 먹으러 강원도에 갈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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