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물
비가 차창을 뚫어버릴 듯 퍼붓는다
윈도브러시가 바삐 빗물을 밀어낸다
밀어낸 자리를 다시 밀고 오는 울음
저녁때쯤 길이 퉁퉁 불어 있겠다
차 안에 앉아서 비가 따닥따닥 떨어질 때마다
젖고, 아프고,
결국 젖게 하는 사람은
한때 비를 가려주었던 사람이다
삶에 물기를 원했지만 이토록
많은 물은 아니었다
윈도브러시는 물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밀어내고
있으므로
그 물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저렇게 밀려났던 아우성
그리고
아직 건너오지 못한 한사람
이따금 이렇게 퍼붓듯 비 오실 때
남아서 남아서
막무가내가 된다
벚꽃이 달아난다
그는 나를 앞에 두고 옆사람과 너무 화사하다
이편 그늘까지 화사하구나
죽방렴 사이를 빠져나가는 한 마리 멸치처럼
빠른 내 그늘을 눈치채지 못한다
나무둥치라 여긴 내 중심은 자주 거무스름하다
임산부가 행복하다면 가뜩 낀 기미는 말할 수 없었던
속내일까
덜컹거리며 꽃길 백 리,
어쩌자고 화염길 천 리,
나는 역방향에 앉아서
그가 다 보고 난 풍경을
뒤늦게 훑는다
그 자리 그대로인데
풍경은 왜 놀란 듯 달아나고 있는지
벚꽃은 제가 절정인 줄 모르고
절정은 또한 제 시절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