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책을 요즘 읽는 중인데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여자들이 남자에 의해서 잔인하게 살해당하는데, 그 잔인한 장면이 너무 끔찍해서 가슴이 아프기도 하지만, 그녀들이 너무나 '좋은', '괜찮은' 사람들이라걸 알기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 이런 말은 물론 잘못된 말이다. '그렇다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죽음이 가슴 아프지 않냐'라는 되물음이 올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진짜 이렇게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칼에 찔려 난도질을 당하면서, 엄마 없이 살아가야 할 어린 아이들을 걱정하고, 막 낙태한 미성년자가 지금 이 자리를 떠나 안전한지를 확인하고, 칼에 찔린 개 때문에 운다. 이 여자들이 자기가 당하게 될 고통 앞에, 내가 죽어서 어쩌나, 를 생각하기보다, 다른 이들의 안전을 걱정하고 염려한다. 그리고 다른이들이 당한 고통 때문에 운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그녀들이 그렇게 한다. 피를 철철 흘리고 죽어가는 와중에도,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고 머리가 멍해지면서도, 그녀들은 그렇게 한다. 아, 너무나 눈물이 난다. 이렇게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과 연민과 공감과 애정과 예의를 가진 여자들을, 남자는 잔인하게 죽인다.
이 책의 절반정도를 넘겨 읽었는데, 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 한 권을 통해 그녀는 하고 싶은 말들을 정교하게 잘 해내고 있다. 남자들은 항상 여자들을 죽여왔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잔인한 죽음 앞에 무방비하게 놓여진 그녀들이 얼마나 한 명 한 명 괜찮은 사람이었는지를, 그리고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까지를, 사소한듯 하지만 사소하지 않게 중요한 메세지들을 꼭꼭 잘도 박아두었다. 살인자는 여자들을 죽일 때마다 그녀들을 죽이는 이유가 그녀들이 '빛나서'라고 말하는데, 정말 그랬다. 그녀들은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빛나는 여자들이었다. 삶을 열심히 살고자 했고, 그래서 치열하게 살고 있었고, 애정과 공감과 배려를 갖춘 자들이었던 거다.
후.. 여자주인공 커비는, 제대로 걸을 수도 없을만큼 만신창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개를 안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걷는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개를 그 곳에 두고 오는 게 아니라, 이미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자신의 개를 안고 걷는다. 어휴.. 진짜 읽다보면 사람은 대체 뭘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죽기 직전의 개가 자신의 주인을 살해하려는 남자를 공격하는 것에도 놀랐지만, 대체 이 사람들은, 뭔가, 어쩌면 이렇게 좋은 사람들인가 싶어진다. 아..사람은 뭘까? 인간은...도대체 뭘까? 너무나 괜찮은 인간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고, 아니 존재 했었다고 계속 말하고 있어서 펑펑 울고 싶어진다.
빌어먹을 항상, 여자들은 살해당한다고.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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