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톤 프로젝트 - 정규 3집 각자의 밤
에피톤 프로젝트 (Epitone Project) 노래 / 파스텔뮤직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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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에서 차세정이 내세운 보컬은 기존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부담스러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차세정은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을 선택하되 그들의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힘들게 느껴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테면 '바다' 라든가 'BMK', '김현정' 등의 가수들은 노래를 잘 부르긴 하지만 나로서는 듣기에 힘들게 느껴지는데, 기존 차세정의 앨범에 참여한 한희정이나 심규선 그리고  이번 앨범의 '손주희'와 '선우정아' 모두, 부담스럽지 않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노래를 잘하고 들으면서 힘겹게 느껴지지 않으니 차세정 앨범의 색깔과 잘 맞는다 여겨진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노래부르는 목소리로는 차세정이 압권이다. 차세정은 위에 언급한 모든 보컬들처럼 노래를 '잘'하는건 아니지만 그 목소리가 무척이나 조심스러워 사랑스럽다. 조용하고 수줍은 듯한 목소리, 조심스러운 그 느낌이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나 크- 나는 이 목소리를 사랑하는구나, 싶어졌다. 


며칠전에 정식이랑 '목소리'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정식이는 누구의 목소리가 좋고 누구의 목소리는 그렇게 좋진 않고...하며 말을 하는데, 그러고보니 나는 한 번도 다른 사람의 말하는 목소리에 대해 '좋다' 혹은 '싫다'에 대한 감정을 가졌었다는 생각이 들질 않는거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사소한 몸짓이라든가 태도, 웃는 모습 혹은 그들에게서 맡아지는 향기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했지만 목소리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것. 목소리에는 내가 예민하지 않은가보다, 생각하다가 정식이와 내가 동시에 아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떠올려 보았는데, 그 중 누구도 특별히 목소리가 좋다라든가 싫다 라는 느낌으로 떠오르질 않는거다. 그렇지만,


노래 부르는 차세정의 목소리는 좋았다. 이렇게 조심스러운 사람이라면 어떤 관계를 맺어도 힘들지 않게 할 거라는 생각과 동시에 이런 목소리를 가진 남자가 상대에게 집착을 하지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의 노래들 면면을 살펴보면 그는 사실 상당히 집요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앨범은 이제 아플만큼 다 아팠다는 생각이 든다. 《긴 여행의 시작》과 《유실물 보관소》에서 한없이 아파하다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에서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애를 쓰고 《각자의 밤》에서 비로소 털어낸 느낌. 그는 이제 '생각하려고 해야만 생각이 나는' 단계에 이르른 것 같다. 노래들의 안정된 느낌 덕인지, 이 앨범은 바로 전의 앨범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보다 훨씬 좋다. 사실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는 별로였어.....마음에 쏙- 드는 노래가 한 곡도 없었어.....



에피톤프로젝트를 좋아해서, 차세정을 좋아해서, 이 앨범을 특별히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싶은 마음에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해달라고 할까, 하다가 어쩐지 '나 시디 하나만 사 줘' 라는 말을 하기가 도무지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아 그냥 내가 샀다. 그리고 실린 곡들을 차례대로 들으면서 내가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서 들어도 충분히 소중하고 아름다운 앨범이니까. 앨범에 집중하기 위해선 그 편이 더 나았던 것 같다. 한 곡 한 곡 음미하면서 이 앨범을 내 스스로 선택했다는 데 대해 강한 자부심이 밀려들었다. <낮잠>도 좋고 <미움>도 좋다. 요즘 이 앨범을 듣고 있는 친구중 한 명은 <시월의 주말>이 참 좋다고 하는데, 나는 현재 <회전목마>가 가장 좋다. 



다시 바람은 불고/ 우린 함께 있으니



라는 가사에서 나는 그냥 무너져버리는 것이다. 이 세계로부터 동떨어지게 되고 땅바닥에서 십일센티쯤 공중부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차세정이 만든 음악, 그렇게 내가 선택한 음악이 내 속에 아주 흠뻑 스며드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속에서 특별한 감정으로 나를 감싸주고, 현재를 살면서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매력적인 곡이다. 



그는 이제 혼자 지내는 밤을 안다. 언젠가 이별을 한 후, 이제 앞으로 펼쳐질 모든 주말들이 내 것이란 생각에 짜릿했던 기억들이, 이 앨범을 들으며 떠올랐다. 혼자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안락한 밤들과 더 많은 사랑에 대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흡족하다.



고마운 앨범이며 지독히 사랑스러운 앨범이다. 나는 그의 팬으로서 그는 나의 가수로서 이 사랑을 지속시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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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4-09-24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께 있을때면 무너지는 락방씨
으흠..

다락방 2014-09-24 12:03   좋아요 0 | URL
함께 있어서 무너지는 게 아니라 그렇게 노래 부르는 에피톤프로젝트 때문에 무너지는 겁니다...( ˝)

Mephistopheles 2014-09-24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음악 리뷰라지만.......˝고기˝라는 단어가 눈에 안띄는군요...(그동안 식생활에 변화가 온 건 아닌가요.)

다락방 2014-09-24 14:57   좋아요 0 | URL
엊그제도 삼겹살을 먹었습니다만. ㅎㅎㅎㅎㅎ
그나저나 오랜만입니다, 메피스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