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편지를 쓴 적이 있다. 그와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서. 그러나 그와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던 것은 그를 싫어해서가 아니고 미워해서도 아니었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그것이 이유였다.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크니, 나는 그가 나를 구속하는게 아닌데도 스스로 구속 당하고 있었다. 그와 만날 약속을 정한게 아니어도, 어쩌면 그가 갑작스레 나를 부를지도 모른다는 기대때문에 외출할 때마다 좋은 옷을 입었고 예쁜 구두를 신고 싶었다. 친구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있을때면 자연스레 그를 떠올리며, 만약 그가 지금이라도 내게 보고싶다고 말한다면 친구들과의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를 만나러 가기 전에는 기대감에 부풀어 모든 행동이 서투르게만 느껴졌다. 택시를 타고 갈까. 아니야, 너무 빨리 가면 쉽게 보이지 않을까. 버스를 타고 갈까. 아니야, 그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않을까. 그리고 그를 만나러 가기전에 쇼윈도에 나를 다시 한번 비춰보고 그리고 그의 앞에 마주앉으면, 그때는 설레임이 나를 미치게 했다. 내 앞에 분명히 앉아있고 존재하고 있고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는데도 나는 좀처럼 편안해지질 않았다. 자꾸만 자꾸만 가슴이 뛰었다. 그 가슴 뛰는 게 티가 날까봐 또 전전긍긍했다. 차라리, 너랑 있으면 내 가슴이 뛴다고 말할것을.

 

 

힘들었다. 모든 시간과 공간속에 나는 그와 함께 있었다. 정미경이 그의 소설에서 말했던것처럼, 그는 내게 부재하면서 가장 강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여러장의 편지를 썼다. 너를 이제 그만 만나겠노라고, 너와의 관계를 끊겠노라고. 너를 알고 니가 내 옆에 있는게 오히려 나는 더 힘이 든다고.

 

 

 

 

 

 

 

 

 

 

 

 

 

 

 

 

 

테스는 나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자신의 삶을 비극으로 만들면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며칠을 택했다. 그녀는 그것으로 족했던 것이다. 맙소사. 나는 그녀가 선택한 그녀의 삶이 마음에 들질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삶이지, 내 삶이 아니다. 나는 책을 읽다가 가슴을 치고 싶어졌다. 이 여자야, 사랑 그까짓게 뭐라고, 그게 뭐라고 그 남자를 선택한거니. 그를 버려, 너는 더 안정적으로 편안하게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그러나 물론 이렇게 말하는 것은 철저하게 내 위주고 내 기준이다. 테스가 그걸 택했다. 자신의 과거 때문에 자신을 떠났던 남자를, '내가 사랑했던 건 당신이 아니야' 라고 말했던 남자를, 그러나 테스는 포기할 줄 몰랐다. 나는 아프기 싫고 상처 받기 싫어서, 고통받고 싶지 않아서 또 내 자존심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당연히 그를 포기하고 버렸을 것이다. 그와의 며칠 따위, 나는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테스가 아니고 테스는 내가 아니다. 테스에게 그는 전부였을 것이다. 그와의 사랑만이 그녀가 사는 유일한 이유였다면, 그것이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었다면, 내가 더 뭐라 말할 수 있을것인가.

 

 

빌어먹을 남자들. 테스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정말 엿같다. 한 명은 싫다는데도 계속해서 구애를 하고 같이 살자고 하고 돈으로 유혹한다. 한 명은 너의 과거 때문에 너를 온전히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아 재수없어..그토록 다정했던 남자가 그토록 사랑에 열정적이었던 남자가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말하면서 그러나 그녀의 잘못을 용서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사랑은 그토록 쉽게 불타올랐다가 그토록 쉽게 푹 꺼질수도 있는것일까. 사랑은 왜 마음대로 되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물론, 그에게 잘못했다고 말할 수만은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시대, 그런 환경에서 그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것이 어떻게 그의 탓이겠는가. 그가 아니라 다른 어떤 남자였어도 테스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을것이다. 그저 관습대로 살아왔다면 그들의 선택도 관습대로 흘러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들의 용서와 이해와 사랑 모두, 길들여진대로 했을것이다. 거기에서 혼자 빠져나오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을 테니까.

 

 

결국 내가 썼던 이별의 편지는 부치지 못했다. 나는 그 편지를 문서세단기에 넣고 갈아버렸다. 나는 분명 힘들었지만, 그래서 그런 편지를 썼지만, 그를 내게서 아주 떨어뜨려 놓는다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몽실 언니』를 이제야 읽었다. 아...읽지 말걸. 이건 뭐 처음부터 슬퍼 ㅜㅜ 그리고 끝까지 슬퍼 ㅜㅜ 작가님 진짜 너무해요. 아무리 전쟁이 배경이어도, 아무리 가난한 부모를 만났다해도, 아무리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해도, 아, 어떻게 몽실이를 이렇게 힘들게 해요. 아 너무해요 정말 ㅠㅠ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나도 내 입으로 부르짖었지만 몽실이와 난남이를 대하고나니 가난은 죄라는 생각이 들었다. 먹여살리지도 못할거면서, 굶주림에 아이들을 내몰거면서 무책임하게 부모가 된다는 게 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직 한글도 제대로 떼지 못한 아이가 밥을 구걸하러 다녀야 하다니. 정말 욕 튀어나올 상황 아닌가.

 

 

그러나, 그 부모라고 굶어죽을 지경이 될 거라는걸 알았을까. 잘 살고 싶었겠지, 물론. 잘 해먹이고 싶었겠지. 잘 입히고 잘 키우고 싶었겠지. 그런데 삶이 뜻대로 되는건 아니니까. 안다, 아는데....

 

 

 

 

 

 

 

 

홍상수 감독은 언제나 인간 본연의 찌질함을 여과없이 드러내는데, 이 영화에서도 그랬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특히 그것이 더했다고 해야하나, 아, 너무 오글거려서 어딘가로 숨고 싶어졌다. 사실 이 영화는 그간 내가 보아온 그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는 재미가 좀 떨어지는 편이긴한데, 극중 권해효가 이자벨 위페르에게

 

 

do you remember our kiss?

 

 

라고 묻는데 으으으윽, 손발이 오글오글. 그런데 이자벨 위페르는 이렇게 답한다.

 

 

what kiss?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싫어.......으으으으윽. 이것은 그러니까 내가 키스한 상대가 나와의 키스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절망에 빠질 권해효에게도 슬프지만, 기억나지도 않을 키스를 한, 그 질문을 받고서야 그 키스를 떠올려볼 수 밖에 없는 이자벨 위페르에게도 결코 기쁜일은 아닌것이다. 으윽.

 

 

 

 

 

 

금요일 밤에는 남동생과 오랜만에 바깥에서 술을 마셨다. 1차로는 소주 두 병과 맥주 한 병을 했고, 2차로는 집에 돌아와서 캔맥주 두개와 와인 한 병을 다 비워냈다. 덕분에 다음날 아, 머리가 아파서 미칠뻔했다. 열시가량 일어나 제부가 우리집에 엄청나게 가져다준 숙취해소음료를 마시고(고마운 제부) 다시 잠들어 열 두시쯤 일어났는데, 아, 그래도 너무 힘들었다. 사실 일어나지 않고 더 침대에서 머물고 싶었지만 토요일에 또 술약속이....인생은 언제나 그런 것.

 

금요일 밤 집에서 남동생과 술을 마시며 텔레비젼을 봤는데, 텔레비젼에서 영웅재중이 나왔다. 나는 술을 마시다가 남동생에게 말했다.

 

 

야, 왜 너는 영웅재중처럼 잘생기지 않았어?

 

 

그러자 남동생을 이렇게 답했다.

 

 

나는 믹키유천을 닮았으니까.

 

 

아! 그...그.........그런거구나...orz

 

 

 

 

 

 

 

오늘은 날이 아주 좋아(뜨거워;;) 뒷동산의 허브공원엘 다녀왔다.

 

 

 

 

 

 

아, 색이 너무 예쁘다.

 

 

 

 

친구가 어제 내게 보여주고 싶다며 자신의 갤럭시탭에 담아온 영상. 친구는 요즘 케이블에서 하는 『인현왕후의 남자』에 푹 빠져있다고 했는데, 그래서 지현우 관련 영상을 찾아본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맥주를 앞에 두고 이 영상을 봤다.

 

 

 

 

아...훈훈하구나. 달려가 안기고 싶구나. 이 음악 자체가 뭔가 사람을 흥분시키는데, 이렇게 길고 잘생기고 젊은 청년이................

 

 

 

 

 

꺅 >.< 며칠 있으면 이 음반이 나온다!

 

 

 

 

 

 

 

 

 

 

 

 

 

지현우의 영상을 한번 다시 보게 만든, 밤              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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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2012-06-09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와 ! 우연히 들어오게 되었는데.. 그냥 느낌이 참 좋아요 ~

다락방 2012-06-11 10:46   좋아요 0 | URL
하핫. 느낌이 참 좋다니 다행입니다, 소나기님 :)

2012-06-12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12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12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13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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