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가 뭐가 그렇게 좋아? 여사가 물었을 때 나는 고민조차 하지 않고 대답했다. 똑똑해. 그러자 현구 아저씨가 다른 점은 없느냐고 물어보았다. 대충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다른 점도 분명 있었다.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줄 수있을 것만 같은 애였다, 이해신은. - P95

"할머니."
"할머니라고 하지 말랬지."
"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여사가 했던 말 기억나?"
"뭐?"
"함부로 다리 벌리지 말라고."
"기억나지."
"근데 왜 여사는 그렇게 살아?"
왜 맨날 다리를 벌리느냐고. 나는 이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 뭔가 잘못된 줄을 알아서 몸이 발발 떨렸다. 그런데 여사는 침착했다. 대신 냉장고에 등을 기대더니 미끄러지듯이 주저앉았다. 나는 우리가 허물없는 사이길 바랐지만,
아주 속에 있는 것까지 내보이는 사이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 잘 살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여사는 끝까지 나에게 솔직한 사람이었으므로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그러지 않고 살기가 힘들어. 너는 그러지 않고도 살 수 있으면 좋겠고." - P99

순간 웃음을 뚝 그쳤고 거실은 다시금 조용해졌다. 뚜비가 침착한 얼굴로 문주에게 물었다.
"이상하니?"
"어떤 게?"
"친구가 그러더라. 징그럽다고. 나는 오히려 묻고 싶었어. 도대체 징그럽지 않은 사랑이 있기나 한 거냐고. 있다면 그건 어째서 징그럽지 않은 건데?"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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