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주의 체제를 전복할] 계획을 실행하기로 결심한 피식민자는 처음부터 폭력을 준비해 왔다. 금기투성이인 자신의 협소한 세계에 싸움을 걸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폭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들은 태어나자마자 깨닫는다. (…)식민 세계의 질서를 통치하는 폭력은 (…) 직접 역사를실현하기로 한 피식민자들이 금지된 도시들로 떼 지어쳐들어갈 때 죄를 씻을 것이요 합당한 수단이 될 것이다. 이제 식민 세계를 산산이 부수는 것은 모든 피식민주체의 이해력과 상상력 안에 명료한 이미지로 자리 잡는다.(…) (프란츠 파농,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재인용) - P24
그러나 결과는 심히 불균등하다. 비행기의 기관총 사격과 함대의 포격은 범위와 공포 면에서 피식민자의 대응과는 비교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피식민자 중 가장 소외된 이들은 테러와 대항 테러의 진자 운동을 통해 최종적으로 미혹에서 벗어난다. 이들은 어떤 미사여구로 인간의 평등을 치장하더라도 부조리를, 즉 사카모디의 매복 작전에 참가한 일곱 명의 프랑스인이 죽거나 부상당하면 문명화된 양심의 격분을 일으키는 반면, 매복 작전으로 구에르구르 마을과 제라 촌락이 약탈당하고 주민이 학살돼 봤자 아무 일도 아니라고 여겨지는 부조리를 감출 수는 없음을 깨닫는다. (프란츠 파농,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재인용) - P25
서로 다른 야만은 정의의 저울 위에서 같은 무게를 지니지 않는다. 야만이 ‘정당한 자위‘의 도구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야만은 정의상 그자체로 언제나 부당하다. 그렇더라도 두 종류의 야만이 충돌할 때 억압자로 행동하는 강자의 책임이 더 크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비합리성을 표방한 사례를 제외하면 약자의 야만은 거의 언제나 강자의 야만에 대한 대응이었고 이는 충분히 논리적이다. 그게 아니라면 뭐하러 궤멸의 위험까지 무릅쓰며 약자가 강자를 도발하겠는가? 덧붙여 말하면 강자가 자신의 책임을 은폐하려 하면서 적수를 제정신이 아닌 악마이자 짐승으로 묘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P27
이렇듯 시온주의 국가를 상대로 유효한 승리를 거두려면 국제주의가 꼭 필요합니다. 이 방안 말고 시온주의국가를 패배시킬 합리적인 전략은 존재하지 않아요. 이스라엘 사회 자체 내부에 주된 파열을 일으킬 필요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스라엘 사회의 주요 분파가 이스라엘 정부의 호전적인 정책에 적극 반대하고, 정의, 자결, 모든 차별의 종식에 기초한 지속적인 평화적 해결책을위해 싸워야 하는 것이죠. 이것이 주된, 엄청난 중요성을 갖는 요인입니다. - P90
다르다. 이스라엘은 2008년 이래 주기적으로 가자 지구를 대규모로 침공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침공 첫 주 엿새 동안 이스라엘은 4,000톤의 폭탄을 6,000발 쏟아부어 주민 1,417명을 학살했다. 네 달여가 지난 지금도 이 속도는 줄지 않았고, 최근 국제사법재판소는 이것이 집단 학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스라엘에 방지 명령을 내렸다. 그렇다. 지금 우리는 한 인구 집단을 절멸하겠다는 의지의 실현을 목도하고 있다. 집단 학살 외에다른 규정은 불가능하다. (옮긴이 해제 중) - P96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가 어렵고 복잡하다고들 말하지만 나는 이보다 더 명확하고 단순한 사례를 모른다. 1967년 3차 중동 전쟁부터 세어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군사 점령은 57년간 지속중이다. 이것은 서양 강대국조차 인정하는 객관적 사실이다. 점령자와 피점령자, 식민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문제다. 점령자가 점령을 그만둬야 한다. 이보다 선명할 수 있는가? (옮긴이 해제 중) - P96
그러나 미국 등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주도하는 국게 질서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억압자와 피억압자가 아닌 ‘평화 과정‘에 임할 동등한 책임이 있는 두 당사자로 호명된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 지금의 팔레스타인을 부르는 공식 명칭이 ‘피점령지 팔레스타인‘occupied Palestinian territory,oPt인데도 그렇다. 그래서 팔레스타인에 동조하는 사람들조차 이 프레임에 갇히곤 한다. 힘세고 악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괴롭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팔레스타인도 ‘테러‘로 반격하고 있다고, 이런 ‘폭력의 악순환‘이 ‘분쟁‘ 해결을 요원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말이다. (옮긴이 해제 중) - P97
하지만 팔레스타인의 대응 때문에 폭력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내러티브는 선후 관계가 분명한 원인과 결과를 전도시키고, 정의와 해방을 위한 투쟁이라는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탈각시킨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군사 점령과 식민 지배라는 근본 원인이 사라지면 팔레스타인의 대응도, 군사 저항도 필연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옮긴이 해제 중) - P97
"투쟁의 방식을 좌우하는 것은 피압제자가 아니라 압제자다. 압제자가 폭력을 쓴다면 피압제자는 폭력으로 응수하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 지금껏 이스라엘은 어마어마한 폭력을 휘둘러 왔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서양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급습한 것이 문제의 시초라며 하마스를 압제자로 위치시킨다. (옮긴이 해제 중)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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