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대니얼스 선생님과의 약속에 늦지 않으려면 달려야한다. 선생님한테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선생님이 늘 말하기를, 사람은 곤경에 맞서기 전에 미리 계획하고 대비해야 한다. 지각은계획 없이 산다는 증거이다. - P42
제으크 로드리고는 정말 환상적인 배우다. 길게 땋아서 뒤로 늘어뜨린 머리, 가무잡잡한 피부, 근육질 몸매 그리고 파충류처럼 반짝이는 초록색 눈과 더불어 공중으로 날아올라 새처럼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부니는 놀라운 능력. 나는 잡지에 실린 그의 포스터를 내 사물함 안에 붙여 놓았다. 에드나가 그걸 보고 눈알을 뱅그르르 굴리며 말했다. "그 남자는 가짜야. 너도 알잖아." 나는 곧바로 대꾸했다. "그래도 이 학교의 진짜 남자애들보다는 훨씬 나아." - P68
아이들은 인생의 흉한 일들을 알 필요 없단다. 앞으로 그럴 시간은 많아. 전에 할머니가 했던 말이다. 할머니는 오빠랑 내가 보는 책과 영화에 슬프거나 잔인한 내용이 나오는 걸 싫어한다. 하지만 그건 너무 바보 같다. 아이들에게도 슬픈 일은 늘 일어난다. 기르던 개가 죽고, 부모가 이혼하고, 단짝 친구한테 버림받기도 한다. 비열하고 악랄한 문자메시지를 받을 때도 있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 P182
그러나 이 자전거보다 훨씬 더 간절히 바란 것들이 있는데, 아무리 원해도 얻지 못한다는 건 알고 있다. 나는 할아버지가 병들지 않기를 바랐고, 내 주변의 세상이 ‘늘 그대로‘이기를 바랐다. 소중한 것들이 변치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늘 그대로‘라는 것은 이네스 고모가 사이먼 아저씨를 사랑할 기회가 없을 거라는 뜻이다. 오빠가 대학에서 훨씬 더 똑똑해지지 못할 거라는 뜻이다. 내가 조금도 성장하지 않을 거라는 뜻이다. ‘늘 그대로‘라는 건 할아버지의 변화만큼 슬픈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내년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건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무슨 일이든 헤쳐 나갈 수 있다. 조금 더 힘든 기어로 바뀔 뿐이다. 난 그저 크게 숨 한번 쉬고 힘차게 페달을 밟아 나가면 된다. -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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