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샀습니다. 책 안 사며 사는 삶.... 그런 거 어떻게 하는 건지 전 몰라요? 연휴 기간 동안 택배 못 받아서 고통스러웠어요. 연휴는 끝났지만 책이 왔다! 그리고 내일은 토요일!
1.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 한 정신 의학자의 정신병 산업에 대한 경고>, 앨런 프랜시스
종종 생각하는 주제입니다. 우울증이건 불안장애건 (요새 특히) ADHD건, 정신질환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남용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야기되는 고통이 오직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이 사회는 정신병이 생길 수밖에 없는 사회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나약해서 그런 것이라며 자책하고, 약물로 고통을 막고, 약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비싼 심리치료를 받고.... 물론 치료적 개입이 긴요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거니와 힘들 때 도움을 받는 것을 나쁘다고 여기는 건 아닙니다만, 그와는 별개로 정신의학계와 사회적 분위기가 좀 위험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네요.
그러다 이 책을 발견했는데요. 저자인 앨런 프랜시스 박사는 30여 년간 현장에서 환자들을 만난 정신과 의사입니다. 게다가 DSM(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개정 작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라고(내부고발!). 믿음이 가지 않습니까? 게다가 살펴보니 역자가 믿고 읽는 김명남 번역가. 그래서 샀습니다. 하악.... 너무 재밌을 것 같아....!!!!!
2. <보통 일베들의 시대 - '혐오의 자유'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김학준
일베도 망한 지 좀 되긴 했는데.... 옛날엔 일베 이용자들의 행태가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지만 지금은 그냥 SNS건 커뮤니티건 여기저기에 일베에 비견되는 언행이 편재해 있어서 봐도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으며 일베와 일베 아님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세상이 되지 않았습니까. 이 책은 2022년에 출간된 책으로, 제목을 '보통' 일베들의 시대라고 정한 데서 드러나듯이, 지금 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다시 일베를 말한다고 합니다.
3. <다시, 책으로 -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 매리언 울프
제가 전자기기로 텍스트를 읽을 때 거의 항상, 종이책으로 읽을 때도 집중이 깨지면 가끔, 텍스트를 '읽는' 게 아니라 '훑는' 습관이 있는데, 이 책에서 "늘 훑어보기로 책을 마주하다 보면 뇌의 읽기 회로가 바뀌어 공들여 찬찬히 읽으며 속속들이 파헤치는 '깊이 읽기'가 어색해"진다며 깊이 읽기의 능력을 강조한다고 합니다.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인 것 같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 책이나 읽기와 관련된 책은 뭐든 재밌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4. <팩토텀>, 찰스 부코스키
잠자일보 퀴즈대회의 폐해 1 - 관심 가졌다가 잊고 살았는데... 문제에 찰스 부코스키가 나오는 바람에....
5.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잠자일보 퀴즈대회의 폐해 2 - 전 4대 희곡만 읽었는데 체홉은 사실 단편이 짱이라면서요?! 드디어 읽는다!
6. <가벼운 나날>, 제임스 설터
잠자일보 퀴즈대회의 폐해 3 - 이라고 해야 할지.... 문제에 나오지는 않았으나 잠자냥 님 서재 뒤지다 보니 계속 보여서 삼.... 유열 님도 좋아한다고 했던 소설!
7. <그래도 우리의 나날>, 시바타 쇼
아마 예전에 신형.... 아니 잠시만요?
잠자냥 님이 신형철 마니아와는 결혼하지 않는다고 하셨으므로.... 잠시 잠자냥 님의 귀와 눈을 가린 후 이어서 얘기하겠습니다.
예전에 신형철 책에서 신형철이 인생소설이다 뭐 이런 식으로 추천해서 알게 된 소설입니다. 가벼운 나날을 사니까 그래도 우리의 나날도 사야 하지 않을까(?) 싶어 샀습니다. 게다가 100자평들을 읽어보니 다들 이건 청춘일 때 읽으라고.... 청춘이 지나가기 전에(ㅋㅋ) 올해도 벌써 세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얼른 읽어보겠습니다.
8. <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SF 소설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건 소재가 마음에 들어서 구입했습니다. "중독성이 없고 부작용이 없는 완벽한 진통제의 등장 이후로 고통은 신체적 통증의 일부로 축소되었다." "고통이 사라진 곳에서 고통을 갈망하는 이들을 둘러싼" 소설이라니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난 그 알약 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요새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사안이 있습니다. 제가 24시간 암막커튼을 친 암흑의 집에서 n년을 살다가, 그렇게 사니까 사람이 더 게을러지는 것 같아서 암막커튼을 모두 제거한 지 한 달이 넘었단 말입니다? 이제 나름 자연광이 들어오는 밝은 집에 적응했고, 그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서 쭉 그렇게 살고 있는데(그래도 형광등 빛은 불편해서 못 켜겠음) 책이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책장이 하필 햇빛이 제일 많이 들어오는 창문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는 위치에 있어서.... 다들 아시다시피 책에는 빛이 쥐약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책장의 위치를 옮겨야 할 것 같은데.... 그러려면 책장째로 옮길 순 없으니 몇백 권의 책을 다 꺼내야 하고.... 책장을 옮긴 후에 다시 꽂아야 하고.... 그 과정이 상상만으로도 지난해서.... 며칠째 고민만 하는 중. 게다가 좁은 방의 구조상으로 볼 때 책장은 지금 위치가 딱 적당한데.... 아니 그런데 쓰다 보니까 아무래도 옮겨야겠네요. 내 책 살려!!!!!
내일은 책장 대이동을 하는 걸로....
너
무
귀
찮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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