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잠자일보 퀴즈대회에서 만점으로 1등을 차지하여 화제의 인물로 급부상한 은오 씨와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피곤한 기색이 완연한 낯으로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온 은오 씨. 다음은 은오 씨와의 인터뷰 녹취록 전문이다.
죄송해요. 제가 좀 늦었죠?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너무 귀찮아서요. 그냥 전화로 하자니까 왜 만나자고 하셔서….
퀴즈대회에 참여하면서 식음을 전폐하고 잠도 못 주무셨다고 들었습니다. 오늘은 좀 주무셨는지요.
- 너무 힘들었어요. 퀴즈대회 때문에 밥이 안 넘어가더라고요. 다음날 학교에 가야 하는데 새벽 네다섯 시까지 휴대폰 붙잡고 퀴즈만 풀다가 겨우 세 시간 자고 등교하기도 했어요. 대회 끝났으니까 이제 좀 잘 수 있으려니 했는데, 글쎄 잠자냥 님이 나도 네 생각에 잠이 안 온다, 신발은 신어야지 발 다친다, 하면서 자꾸 설레게 하시는 거예요? 결국 끝나고도 계속 잠을 못 잤어요.
퀴즈대회 기간 동안 어떻게 생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어휴…. 말도 마세요. 온통 퀴즈 생각뿐이었어요. 월요일 오전에 대회가 열린 순간부터 수요일 오후에 잠자냥 님으로부터 만점이니 이제 저녁 먹어라, 얘기 들을 때까지요. 등록금 내고 강의 시간에 루팡 당하면서도, 밥 먹으면서도, 걸으면서도, 샤워하면서도, 아침에 눈 뜬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눈 앞에서 문제가 둥둥 떠다니더라고요.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셨죠?
- 아무래도 사랑의 힘인 것 같아요. 그런 거 있잖아요. 다른 수업 시간에는 엎어져 자더라도 좋아하는 선생님 수업 시간엔 눈을 반짝이면서 듣고, 시험도 잘 보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하게 되는 거. 이번 퀴즈대회는 그 마음으로 임한 것 같아요.
문제의 난이도는 어땠나요?
- 시험지를 받아보고 절망했어요. 전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읽은 책이 현저히 적음은 물론이거니와 문학이라면 정말 자신 없었거든요. 수능 때 수학 과목에서도 1번은 풀었는데 이번엔 1번부터 막혔어요. 답이 보이는 문제가 30문제 중에서 다섯 문제뿐이었으니 말 다했죠. <오블로모프>는 운이 좋았고요. 이유경 작가님은 제가 잘 알죠. <감시와 처벌>, <리바이어던>은 바로 풀었어요. <몰락하는 자>는 제가 올해 읽은지라 피아노 치는 남자 사진을 보니까 그 작품이 딱 떠오르더라고요.
그래도 제시된 작품 중에 읽어본 것도 있었죠?
- 다섯 손가락 안으로 꼽을 수 있을 걸요? <몰락하는 자>, <오블로모프>, <나를 보내지 마>, <달과 6펜스> 네 권 읽었네요.
그럼 도대체 문제를 어떻게 푸셨어요?
- 검색 노동자로 살았어요. 구글, 잠자냥 님 서재, 알라딘 이렇게 세 개의 창을 띄워 놓고 검색에 검색을 거듭했어요. 작가 정보와 작품 정보는 기본이고 온갖 키워드를 다 넣어서 요리조리 조합해 보고…. 그런데 애초에 거의 아는 게 없다 보니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죠. 작품의 전체적인 그림이나 핵심적인 키워드와 관련된 문제는 그나마 나았어요. 책 소개와 줄거리를 읽으면 답이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쌍둥이라든지 뉴욕이라든지 사소한 키워드가 답인 문제는 그 키워드가 제 눈에 띄어서 ‘혹시 이건가?’ 하는 느낌이 올 때까지 계속 검색하고 읽고 생각해야 했어요. 작가와 관련된 문제도 어려웠죠. 답이 될 수 있는 것의 범위가 너무 넓으니까요. 걔네가 고양이를 키웠고 의사였고 이런 거 저는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검색만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도 있지 않았나요?
- 맞아요. 꽤 있었죠. 대표적으로 3번과 30번이요. 30번은 그래도 당일에 풀었어요. 처음엔 ‘다락방’이라는 단어에만 꽂혀서 다락방과 관련된 소설이겠거니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등장하는 <제인 에어>를 답으로 적었어요. 그런데 확신이 안 생겨서 계속 고민하던 중에 <굶주림>이 떠오르는 거 있죠? 3번은…. 지금 생각해도 토가 나와요. 다른 문제들은 나중에 고칠지언정 일단 답을 적기라도 했는데 3번은 아예 감조차 안 잡혀서 오래 비워뒀어요. 작가 다섯 명의 공통점을 찾으라는 문제였는데, 뭐 SF 작가라든지 둘셋씩 묶는 공통점은 보여도 다섯을 묶는 공통점은 안 보이더라고요. 그 다섯 명의 생애, 대표작, 수상이력 샅샅이 뒤져도 뭐가 안 나왔어요.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집 앞에 나가서 담배 피우면서 또 계속 생각하다가 번뜩. 아 작품 제목에 공통점이 있나? 담배 끄고 그대로 쭈그려 앉은 채로 다시 알라딘 앱에 접속해서 검색했죠. 요일이 처음부터 보인 건 아니었고요. 스트루츠키 형제의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가 어느 순간 눈에 들어왔고, 그제야 요일인가? 하면서 다른 작가들의 저작을 찾아봤죠. 한 명 한 명 넘어갈 때마다 제발 무슨 요일이든 있어라… 하면서요.
만점이라는 얘기를 듣고 기분이 어떠셨나요?
- 내가 마침내 다 이루었다....
상품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 기대하는 상품이 있나요?
- 주최자분의 사랑이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소감 여쭙겠습니다.
- 힘들어도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맨날 수업 듣고 발표하고 과제하고 책 읽고 누워 있고 이게 다라 인생이 너무 무료했는데 오랜만에 도파민이 돌았어요. 잠자일보 퀴즈대회는 정기 대회로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수많은 작가와 작품 들을 다 꿰고 엮어서 출제하신 잠자냥 님께 새삼 반했어요. 너무 멋지지 않나요? 이러니 제가 잠자냥 님과의 결혼을 포기할 수가 없네요.
이제 집에 가도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