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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정착해서 글을 쓰고 있는 그의 이력이 내게는 참으로 독특하게 느껴졌는데…, 어쨌거나 그는 대단히 가벼운 문체로 결코 어렵지 않게 언어에 대한 우리 사고의 오류(물론 언어학적인 접근은 아니다)와 그 역사적 왜곡 과정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나로써는 굉장치 수확이 많은 책이었다.
당연하게 여겼던 현대사회의 많은 것들이 오랜 역사에 걸쳐 만들어져 온 것임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도 ‘발전’이니 ‘성장’이니 ‘개발’이니 하는 것들이 정치용어라는 그의 식견은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충분히 공감할 만한 역사적 사실들이 이러한 그의 생각을 뒷받침해준다.
돈 받고 일하는 ‘강제’노동에 대해서도, ‘개발’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희생된 수많은 나라와 사람들에 대해서도.
‘영화 회화의 이데올로기’라는 짧은 에세이 글에서 그 일본과 너무나 닮아 있는 우리나라를 읽고 또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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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환경문제에 대해서 걱정하는 척하고, 관심 있는 척하고 책들을 읽으려 하곤 하지만, 정작 내 생활에선 여전히 세제를 퐁퐁 쓰고 있고, 일회용 컵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동료에게도 뭐라 말 한마디 못한다. 일회용 비닐을 쓰고는 깨끗이 물에 헹궈서 다시 쓰시고, 콩나물도 직접 기르자 하시고, 상추도 심어보자 하시는 시어머니를 귀찮고 구질구질하다 속으로 짜증내고, 먹은 밥그릇에 물을 부어서 남은 밥 한 톨까지 헹궈서 드시는 걸 지저분하다 생각하는 나다. 불편한 생활이 싫고, 자동차가 편하고, 돈 벌어서 낭비하고 소비하고 손에 들린 쇼핑백에 신나고… 왜 나는 이렇게 ‘오늘날’에 딱 맞는 나인가. 결국 나는 그런 것들에 약간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정도의 실천!밖에 못하고 산다.
녹색평론사의 책들을 더 읽으면서 얼마나 더 나는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인가. 얼마나 더 지나면 가책이 아니라 스스로 즐거이 ‘빼기’의 풍요로움을 즐길 수 있을 것인가. 실천하지 않는 자는 어차피 똑같다.라고 생각한다.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지 않는가. 요즘 들어 한 치 생각 달리 하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말을 실감하긴 한다. 자, 나도 서서히 변하려는가…
덧붙여, 녹색평론사의 작고도 가볍고도 알뜰한 편집에 감사했다. 낭비하지 않는 모습을 책 스스로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