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올해 들어서 부쩍 안 좋아지셨다. 간만에 내려가면 아빠는 그 시간만큼이나 훌쩍 약해져 계신다. 제호가 커가는 만큼이나 기운이 쇠해지시고, 제호의 재주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아빠는 하나씩 잃어가신다. 한 쪽을 보고 웃으면서도 그 웃음이 곧 가슴 아픈 눈물로 변한다.

희미하게 웃으시면서 포도알을 손수 까셔서 아직은 일렀던 백일박이 아기 입에 넣어주셨다. 손가락으로 빼내긴 했지만, 아빤 손주가 이쁘기만 할 뿐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 그런 판단이 동시에 안 되신다. 그래서 슬프다. 우리 아빠가 다시 아기가 되어 가시는 구나….

퇴근길에 항상 종이 봉투에 맛난 것들을 사 들고 오셔서 우리를 기쁘게 하셨던 그 아빠가 점점 기억에서 사라지고 힘없이 앉아만 계시는 회색빛의 아빠만 기억이 난다. 그렇잖아도 살집이 askg이 없으셨는데 넘어지셔서 생긴 여기저기 상채기를 볼 때마다 속상하다라는 말로는 모자란 아픔이 울린다.

낚시로 수석채집으로 매번 주말을 나가계셨었지만 그래도 엄마에게 야단을 맞기라도 하면 아빤 늘 우리의 든든한 방패막이였고, 가끔씩 내뱉으시는 그 재치있는 말솜씨에 우리 가족을 웃음을 터트리곤 했었다. 

그래서인지 요즘 부쩍 아빠 꿈을 꾼다. 얼마 전엔 아빠가 돌아가시는 꿈을 꾸고 얼마나 먹먹하게 울었던지.

크리스마스 연휴라 부산집에 내려가는데 가기도 전에 왜 눈물이 먼저 날까. 아빠한테는 환하고 이쁜 모습만 보여야 할 텐데. 제호 키우면서 문득문득 더 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 서울로 다시 올라올 때 희미한 미소로 배웅하시던 아빠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라 또 눈가가 젖는다.

아빠 너무 아프시지 말고 더 나빠지시지만 말고 그렇게 계세요. 아빠 기운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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