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호를 키우면서... 남을 내 맘대로 재단해서 함부로 말하지 말자..라는 반성을 하게 된다.  겉으로는 유해보이지만 간혹 가다 한 성깔하는 나를 나 스스로는 당당하고 정의롭다! 고 생각하고 있었다. 세상에나!

작년에 팀장, 나, 그리고 그녀가 같이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울회사 야근이 거의 없긴 하지만, 그래도 성우나, 교사 녹음이 저녁시간에나 가능하다든지 하는 특수한 경우에는 남아서 일해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 그렇지만 한살배기 아기가 있는 그녀는 항상 땡 퇴근이었다. 아기를 보러 가야 한다는 거다. 사실, 그녀가 근무시간에 룰룰랄라 놀지도 않았고 태만히 한 것두 아니었지만. 어린이집에 맡긴 것도 아니고 시부모님이  봐주시는데 좀 늦게 가면 어떻다구 저렇게 땡퇴근을 하는 것이며, 교사녹음이 있는 저녁에도 야근을 못한다고 하는 것일까. 참으로 황당하고 얄밉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육아휴직까지 빠빵하게 다 챙겨서 1년 2개월을 쉬고 나온 터였다. 그렇게 할 베짱이 없던 나는 왜 그걸 칫!하고 배아파했었을까.

바쁘게 돌아가던 그 때 난 만삭의 임산부였다. 그래서 더 억울했고 팀장한테 돌아가면서 하자. 왜 그녀는 아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야근에서 열외냐. 난 용납할 수 없다. 했었따....  당시 결혼을 앞두고 있던 여자 팀장은 이해하자 했지만.... 난 안 된다고 했따. 그런식으로 개인 사정 다 생각하면 남들도 다 사정이 있다. 아기를 보러 가야하는 것도 그냥 그 개인에게 속한 개인의 문제다.. 그럴 때는 남편이 하루 일찍 올 수도 있지 않냐..라고 떠들어댔다.  그리고 나눠서 녹음야근을 했다. 음하하.. 나는 이제사 세상이 공평하게 돌아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작년 연말까지 근무하고 퇴사했다. =.=;; 물론 나 때문은 아니다.  ㅠ..ㅠ

요즘 직장 다니면서 제호를 맡기고 데려오고 하는 중에 문득문득 흥분했던 그 내모습이 떠오른다.  요즘 난 맨날 회사 그만둘까? 댕길까? 수십번도 넘게 갈등한다. 그만큼 고되고 힘들다.

아침에 일어나서 맑고 뽀얀 얼굴로 엄마에게 앵겨드는 걸 보면, 어린이집서 멍하니 엄마를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며, 내내 감기로 병원을 들락거리는 아들을 보면 당장 그만두고 싶다.. 가도 간혹 음식점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열올리는, 울 회사 여자부장님들과는 너무 다른 같은 연배의 아줌마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늙어가면 어쩌나 싶어서 두렵고, 집에서 있을 체질도 아닌데 잘 견딜? 수 있을까 두렵고.. 울 제호 학교가고 나면 그 때 난 뭘하지 싶고... 이렇게 매일이 고민이고 그 때마다(아니, 그 때마다는 아니고  ^^) 그녀에게 미안해진다.

난 아이를 기르는 직장맘의 맘이 이렇게 복잡하고도 심란할 줄 몰랐다. 극성떠는 엄마들이나 그렇게 안절부절 걱정하는 줄 알았다.

30년을 넘으니 그 해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배울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가벼이 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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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12-30 0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덧 여섯 해 지난 옛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올해에는, 또 새해에는 새삼스레 다른 이야기로
받아들이며 거듭나시겠지요.

늘 좋은 생각을 스스로 품으시기를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