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가 그렇게 가셨다. 우리가 모두 다 가버려서 할아버지가 우시면 어떡하냐고, 깜깜한데 혼자 계시면 무서워서 우시면 어떡하냐던 제호 말대로 그렇게 아빨 혼자 두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친구일로 정신이 멍한 사이 주말이 지나갔고, 수요일쯤 며칠 못가겠단 말을 듣고도 한 주의 딱중간인지라 목욜은 나가서 정리하고 금욜 휴가내서 하루 일찍 내려가보자 했었다. 그런데 수요일밤. 힘들실 것 같다더니. 내려가야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이는 사이 목요일로 넘어가자마자 전화가 왔다. "처제,......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그 먹먹한 느낌. 죄송한 마음. 보지 못한 한스러움. 사무치게 그리워지던 아빠. 그렇게 가셨다. 가시기 전에 막내딸 꿈엔 꼭 나타나셔서 미리 알려주시리라 생각했는데. 아무런 언질도 없이 암시도 없이 가시진 않으시리라 했는데 내 꿈에도 오지시 않으시고 그냥 그렇게 가버리셨다. 막내딸 내려오길 기다리지시 못하신 채. 아니, 2주 동안이나 아빤 힘들게 버티시며 기다려주셨는데 이 무심한 딸이 그냥 놓쳐버렸다. 어느 자식이 부모님 돌아가시고 남은 후회가 없겠냐마는 그렇게 놓쳐버린 2주가 너무 죄송하고 부끄러워서 긴 밤을 혼자 보낼 수 조차 없었다. 겨우 잠든 남편을 깨우고는 엉엉 울었다. 멀리 있다는 핑계로, 아이 둘 데리고 있다는 이유로 자주 뵙지도 못했는데. 

오래도록 아프시면서 이런 날이 오리라 상상도 해보고, 맘도 단단히 먹어도 보고 했건만 그런 거 하나 소용없이 여전히 아프고 죄송하다. 입관할 때 아빠 얼굴 단단히 못 봐둔것도 후회스럽고 화장하러 들어가기 전에 관 한번 못 끌어안아본 것도, 관 내려갈 때 목놓아 아빠!라고 소리쳐부르지도 못한 것도 다 후회스럽다. 병원에 계셨던 아빠라 집엔 내내 없었었는데도 장례를 치르고 집에 가니 왜 그렇게 텅 빈 느낌인지.  

슬프다는 감정도 너무 추상적인 것 같고. 그냥 아빠가 너무 보고 싶다. 근데 그 아빠를 볼 수 없어서 자꾸만 눈물이 난다. 아빠..사랑해요. 이말도 자주 못해드렸네요.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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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0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1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극곰 2009-12-15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서재인 3명이 나란히 댓글 주셨어요. 이런 거 확인하고 이래저래 그런 거 싫어서 다른 분 서재에도 댓글하나 안 달고 눈팅만 수년간 해왔지만, 그만!! 댓글을 달지 않고는 못베기는 글들/상황들 때문에 올리고나니 또 이렇게 제 서재를 들락거리게 됩니다. 제가 글을 올리거나 하는 것두 아닌데 말이죠? ^0^ 말 한마디가 더더욱 고마울 때가 있쬬 ^^
 

xx 친구시죠? xx-xxxx으로 전화 좀 부탁드립니다.  

아니러니하게도 지극히 사적인 소식은 이렇게 사무적인 메시지로 온다. 너무도 불길하게. 묘하게 가슴이 쿵쾅거리는 걸 억누르고 전화했는데. 사고사. 믿어지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떨렸고, 전화기에서 상대방의 목소리가 멀리서 규칙적으로 앵앵거리는 느낌으로 들려오고 있었고, 드문드문 들려오는 단어들. 그리고 조합. 무슨 사고냐고 차마 물어볼 용기조차 안 난 건, 또 이사를 해야 하고 나라를 옮겨야 한다며 그래서 요즘은 다운무드라고 하던 친구의 방명록 글 귀퉁이가 생각나서였고, 또 남미쪽에 있던 나라에서는 출산하고 한동안 우울증약을 먹기도 했다는 얼핏 낡은 기억때문이기도 했다.   

가만 그녀를 떠올려보니 나가있던 6, 7년동안 전화를 한통화도 안 했다는 게 생각났다. 한시간씩 떠들던 전화수다가 그립다. 라는 소리들은 했던 것 같지만. 온라인에서 알게 되는 우리의 생활들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도 몰랐고. 조금은 마음 맞지 않았던 구석의 응어리 같은 것들도 있었을 거다. 여전히 미니홈피에서 웃고 있는 그녀와 그녀의 딸과 그녀의 세상들.  진숙아, 문득 보고싶다. 그리고 왜 이렇게 미안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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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하루이틀일도 아니다만, 미디어법에 대한 헌재의 판결을 보니 참 어처구니가 없다. 위법행위로 법안이 통과된 건 맞는데, 어쨋거나 그 법안은 유효하다. 라는 건. 법관의 최소한의 양심으로 '위헌'이라는 결정은 내렸지만, 감히 나랏님 거슬를 순 없어 결과론적으로는 원하는대로 만들어드렸다. 라는 이중의 자기위안, 나름의 합리적 판단?  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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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가을을 타나. 부활. 사랑할수록. 1994년, 아.... 보컬, 정말. 

자꾸 가지않은 길을 생각하면서 후회한다. 별반 인생을 매번 감사하며 사는 긍정적인 사람은 아닌지라 그 길을 갔더라도 미워하고 후회하고 했겠지만. 참 내가 서툴렀고, 겁 많았고, 무정했던 것 같아 새록새록 아프고 미안하고 미안하고 미안하다. 나도 그를 참 많이 좋아했는데도 왜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 사실, 며늘아기 명절나기가 싫어진거고, 남들처럼 나도 똑같이 살아가게 되는 직장맘, 엄마로써의 삶이 막 맥빠지는거다. 그냥 한국이 아닌 다른 세계, 돌파구가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가을이면 항상 더 앓는다. 처음엔 남편에게 다 털어놨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말할 수 없어진다는 게 더 미안하고 찔린다.   

죄책감의 이중고.  

 

온전히 사랑한 사람은 오히려 나중에 후회가 없다는 말은 진실이다. 

시간이 모든 걸 다 치유해준다는 건 그냥 바람이다.  

 

정말 죽겠다, 가을. 노래도 영화도 죽겠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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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계속해서 쓰는 연습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글 잘쓰는 사람들에 괜시리 기가 죽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만 보냈는데.  

이젠 회사에서 일할 때 쓰는, 그렇고 그런 말 꾸미는 것도 힘이 든다. 어째 그닥 맘에 들지가 않고 구라도 잘 안 쳐지고, 뭔가 빠진 듯한고 그런 말들의 연속이다.   

블로그에 거의 항상 장문의 글을 써대던 친구가 있었다. 사실은 그의 글이 지루해서 잘 읽지 않게 되었는데, 그러다 2, 3년만에 들어가서  보니 그의 글에 줄기가 있고, 명료함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렇게 오랜시간동안 연습하니 발전하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는 걸 넘어서, 시간이 쌓여서 같은 사람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발전'에 내가 참 시시해졌다.  

끝까지 하는 거 하나없이 맨날 생각만으로 그치는 하루들. 결정들, 결심들. 따지고보자면 올해 그닥 좋을 것 없는 일들만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그걸 역으로 생각하니 오기도 생기고, 반성도 되고, 힘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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