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은 끝났는가
김기원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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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97년 IMF 구제금융과 그에 따라 이루어진 일련의 재벌개혁과 구조조정 조치를 포괄하고 있는 연구저작입니다. 구제금융의 배경, 재벌 금융 공공 노동 4대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 과정을 서술하고,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깊게 추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재벌이 모든 경제위기의 원인이었던 양 편협한 시야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경제의 민주화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세부적인 내용에 앞서 구조조정의 큰 틀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구조조정의 세 측면을 (1) 과잉투자 해소 (2) 재벌 내의 개혁 (3) 재벌 외의 개혁 으로 나누고 있고, 재벌에 대한 문제의식은 각 항목에 있어서 한정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경쟁체제에서 산업 내 경쟁은 필연적으로 과잉투자를 가져오게 합니다. 개별 사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시장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투자이겠지만, 산업 전체의 측면에서 보면 총량은 분명 과잉입니다. 그리고 과잉된 투자는 필연적으로, 경쟁에서 뒤쳐진 개별 사업자를 위기에 몰아넣죠.

결과적으로 구조조정이란, (경쟁에서 뒤쳐진) 사업자가 자신의 사업을 합리화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 방법은 오직 두가지 뿐인데요, 첫번째는 팔릴 수 있는 만큼만 생산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더 잘 팔리게 만드는 것이죠.

첫번째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사업을 축소해야 합니다. 처분을 의미할 수도 있죠. 하지만, 이것은 사업가에게 큰 타격이 됩니다. 더구나 01년 구조조정과 같이 퇴출, 워크아웃, 빅딜을 통해 국가가 개입하는 경우, 이것은 사업가들의 큰 저항에 직면하게 됩니다.

두번째를 위해서라면, 사업이 아니라 자본을 축소해야 합니다. 현재의 판매량(이윤)을 유지하는 선에서, 최대한 투자자본을 줄여야 합니다. 투자자본이란 주주의 몫도 있고, 채권단의 몫도 있고,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몫도 있는 것이죠.
결국, 구조조정으로 인한 갈등이란, "누구의 몫을 줄일 것인가" 에서 시작하는 셈입니다.

01년의 구조조정은 국가가 관리하고 감독했다는 점에서만 특별했을 뿐, 과잉투자가 존재하는 한 자본주의와 구조조정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겠죠. 오늘도 구조조정의 유령은 세계를 방황하고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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