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소리소문없이 개봉했다가 금방 잊혀진 영화지만, IMDb(http://www.imdb.com)에서 이 영화를 검색해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IMDb에 등록된 모든 영화들 중에서 평점으로 톱 250 내에 들었다는 것!(글을 쓰는 시점 기준으로 181위이다.) IMDb 영화 순위로 말할 것 같으면, 나로서는 그리 신뢰하지 않는 것이기는 하지만(이를테면, 좋은 영화이긴 하지만 그리 훌륭한 영화라고까지 생각되지는 않는 <쇼생크 탈출>이 IMDb에서는 언제나 1위 아니면 2위다.), 어쨌든 IMDb 영화순위 250위 내에 들어 있는 영화라니, 그러면서도 이 나라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영화라니,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
독립영화의 정확한 정의는 모르지만, 이 영화는 독립영화가 분명하다. 그걸 뒷받침하는 몇 가지 사실들: 제작비 문제로 완성될 때까지 5년이 걸렸음, 가장 값나가는 소품이라고 해 봤자 구닥다리 폭스바겐 미니버스 정도 뿐, 영화의 거의 모든 재미를 배우들의 연기와 각본으로 충당하고 있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계최고의 독립영화제인 선댄스 출신이라는 사실... 이런 기본적인 조건에 덧붙여, 넘치는 블랙유머와 기발함, 금기를 넘나드는 소재의 선택 등을 볼 때, 아주 훌륭한 독립영화가 분명하다. 단, 독립영화라는 말에서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무거운 이미지들이 교묘하게 가려져 있거나 효과적으로 억제되어 있다. 뭐랄까, 이 영화는 설교하려 들지 않고, 주제를 너무 진지하게 다루지 않으며, 무엇보다 정말 유쾌하다. 기름기 좔좔 흐르는 감동을 짜내려고 애쓰는 디즈니 풍 가족영화의 대책없는 천박함도 찾아볼 수 없으면서도 말이다. IMDb의 네티즌 평론가들을 매혹시켰던 것이 바로 이런 균형감각이 아닐까? 최근에 본 영화중에서 이런 훌륭한 균형감각에 가장 근접한 예로는 <헤어 스프레이> 정도를 찾을 수 있겠지만, 삶을 바라보는 태도의 성숙함에서 이 영화가 조금 더 앞선다. (물론, 유쾌함으로 따지면 <헤어 스프레이>를 따라가긴 힘들겠지만...)
사족으로 제목에 대한 잡설: 원제는 <Little Miss Sunshine>인데, 한국 제목은 <미스 리틀 선샤인>이다. 듀나는 이에 대해 굉장히 어이없는 실수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내 생각에는 마케팅 잔머리가 아닐까 한다. '리틀'이 강조되는 것보다 '미스'가 강조되는 것이 '애들 영화'라는 오해를 피하고 왠지 미녀들이 우글거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물론 <리틀 미스 선샤인> 쪽이 영화와 더 어울리는 제목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