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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보르헤스 전집 3 : 알렙>과 <게 공선>을 다 읽었고 <스피노자>를 2/3 쯤, <지각의 현상학>은 서문(서론도 아닌)을 약간 읽었다.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은 수유+너머 세미나의 학인이 '끔찍한 번역'이라고 말리는 바람에 읽지 않고, 그 학인이 권해 준 <발터 벤야민 선집> 중 한 권을 다음에 읽을 생각이다. 그는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폭력 비판을 위하여', '초현실주의' 등의 글이 있는 <발터 벤야민 선집> 중 5권을 권했는데,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사진의 작은 역사' 등의 글이 있는 2권이 개인적으로 더 끌린다.

<알렙>은 기대했던 대로 재밌기도 했거니와, 환상적인 분위기의 소설을 선호하는 내 입맛에도 잘 맞았다. 게다가, 너무 거대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쌉쌀한 맛이 감도는 거대한 철학적 담론이 건포도처럼 알알이 박혀 있기도 하다.

<게 공선>은 대단히 선동적인 작품이다. 1920년대 일본이라는 역사적, 지리적 배경이 현재의 한국과는 동떨어진 듯 느껴지다가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 소설의 현실이 '지금,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다키지가 2000년대 한국에서 살았다면 <기륭전자> 같은 소설을 썼을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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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1 0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라딘에 주문한 책들을 방금 경비실에서 찾아 왔다.

어제의 일기에서도 언급한 피에르-프랑수아 모로의 <스피노자>. 수유+너머의 다음 세미나 때 읽게 될 책이다. 스피노자에 대한 여러 주해서나 입문서 중에서 가장 쉽다고 전해지는 책. 스피노자의 생애와 시대 상황을 가장 먼저 다루면서 "이 책은 스피노자 쌩초보용 입문서다"라고 선언한다. 본문 내용이 200 페이지가 약간 넘고, 그나마 스피노자의 글 중 발췌한 것이 1/4을 차지하므로 실제 읽어야 할 양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어떤 의미에서는 '깔보게' 만드는 책.

드디어 벤야민에 손을 댄다. 세미나 학인이 들고 다니던 두툼한 나무토막 같은 2 권짜리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침흘리며 부러워하기만 하다가, <미학 오디세이> 3 권의 황홀한 벤야민 뽐뿌질에 두 손 들고 사버린 책. 왜 하필 '문예이론'인가하면, <미학 오디세이>에서 참고문헌으로 소개되기도 했고, 제일 처음에 도전할 만하기도 하겠다는,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는 편견이 작용한 까닭이다. 그러나 아뿔싸, 책을 펼치는 순간 페이지를 가득 메운 점들. 보통 시력을 가진 사람도 돋보기를 들고 보아야 할 정도로, 점에 수렴하는 글자들이 독서의 의욕을 처절히 꺾는다. 민음사 이데아총서는 기피대상에 넣어야 하나? 일단, 중요한 것은 알찬 내용과 훌륭한 번역이라는 자기 최면을 걸자. 사실 '훌륭한 번역'이란 것도 가정에 불과하지만...

이 책도 <미학 오디세이>의 뽐뿌질에 넘어간 경우다. 나는 대체로 <미학 오디세이> 3 권에 뿅~갔는데, 이 책도 3 권에서 여러 차례 언급되고 있다. 전생에서나 들었을 법하도록 희미하게 기억하던 '보르헤스'라는 작가의 세계를 <미학 오디세이>의 주선으로 처음 맛본다. 개인적이고 인간적으로, 이번에 산 책들 중에서 가장 재밌을 것으로 기대되는 책.

 

그리고......... 무시무시한 책, <지각의 현상학>. 포장을 뜯은 후, 다른 네 권을 합친 것에 육박하는 부피에 한 번 놀라고, 차례에서 무수히 발견되는 학술적이고 난해한 제목들 - 이를테면, '유기적 억압과 선천적 복합체로서의 신체', '가능적인 것을 향한 정위, 추상적 운동', '대자 존재와 세계-에로-존재' ... - 에 또 한 번 놀라서, 이 책에 지불된 삼만 원 가량의 돈을 그리워하도록 만든 책. 그러나, 비르노의 <다중>을 읽으면서 접했던,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알쏭달쏭하게 매료된 이 책의 인용구만으로도, 달콤한 고난의 독서 여정은 예고된 것. 도전의식에 불타기도 하지만, 문제는 시간.

명랑파 경제학자 우석훈의 '임시 연습장' 블로그에서 소개된 책. 그의 소개를 읽어 보면 일본 프로 문학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책인가보다. 일단 뭔가 있어 보여서 충동구매를 했는데, 프로 문학이라지만 부르주아틱한 고급 표지 재질에 무협지스러운 글자 밀도가, 꽤 자본주의스러운 독서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바람에, 뜻하지 않은 기이한 죄책감에 살짝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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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8-28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전자인간님 따라하는것 같은데요,
저도 첫번째,두번째,세번째 책을 주문한 상태예요.
진중권은 개인적으로 미학오디세이 3권이 가장 애착이 간다고 작가노트에 쓰여있었는데
저는 3권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전자인간 2008-09-01 08:00   좋아요 0 | URL
첫 번째 책은 쉬운 책이라고 승연님께 권해 드리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읽어 본 바로는 (최소한 한국어로는) 읽기가 엄청 까다로운 책이네요. 책 내용 자체는 스피노자에 대한 기본 사항으로 이뤄진 것 같지만, 의미를 종잡기 힘들게 만드는 것은 아무래도 번역의 문제 같습니다. 영문판이라도 있다면 비교를 해 보겠는데, 이 책은 영어로 번역되지도 않은 것 같고요...
 

<국가론>을 다 읽었다. 더불어, 세미나에서도 <국가론>을 끝냈다. 세미나에서 다음에 읽을 책은 프랑스와 모로의 <스피노자>다.

<국가론>은 <에티카>와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힘들었다. <에티카>(아직 처음만 조금 읽은 책이지만...)는 스피노자의 정치한 논리를 따라잡기가 어려워 힘들지만, <국가론>은 지루해서 힘들었다. 아마도 내가 스피노자 시대의 네덜란드인이었다면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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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8-27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티카를 읽으려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도 님께서 스피노자에 열중이어서 저도 스피노자의 철학(질 들뢰즈)을 도서관에서 빌려왔지만 열어보지도 못한 채 내일 갖다줘야 해요.
웬만한 책은 사서 보는데 이상하게 철학책은 사놓고도 못 보게 될까봐 선뜻 안 사지네요.
철학은 무지 어렵고 너무 낯설어요.

전자인간 2008-08-27 22:56   좋아요 0 | URL
<스피노자의 철학>은 들뢰즈의 책 중 쉽다고 얘기되는 책인걸요. ^^
같은 들뢰즈가 쓴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는 10여 페이지를 맥락이나마 이해하고자 두 시간을 씨름해야 했던 극악의 책이었는데, 세미나 학인들이 이런 어려운 책에 하도 데 놔서 스피노자에 대한 제일 쉬운 책이라고 고른 것이 바로 이 모로의 <스피노자>입니다.
승연님도 스피노자를 시작하실 생각이시라면 이 책으로 시작하시는 것이 좋을 듯 싶네요. 조금 전에 도착한 책을 봤는데, 전체적으로 생김새가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얄팍한 것이 디저트 마냥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

비로그인 2008-08-28 11:06   좋아요 0 | URL
너무도 마음에 드는 말씀을 하셨네요.
디저트~~
열심히 읽을래요.
책읽기가 재밌어지는 나날이에요.
 

그간 <무중력 증후군>을 다 읽었다. 빈티지가 얼마 되지 않은 와인처럼 싱그럽고, 프레스토 속도로 달려가는 목관 오중주처럼 경쾌하고 맑은 문체가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의 서글픈 소외감이 이 소설의 기본적인 정서로 깔려 있다. 한없이 투명한 멜로디의 한꺼풀 속에 씁쓸한 비애가 똬리틀고 있는 모차르트 단조곡들과 비슷하다고나할까?

<국가론>도 막바지인데, 이 책은 속도가 나지 않는다. 스피노자가 살 당시의 정치/사회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상태여서 겠지만, 정치체제에 대한 시시콜콜한 얘기가 잘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도대체 군주국가나 귀족국가에서의 회의체 인원과 임기를 알아서 뭣에 쓴단 말인가? 맥락속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쉽지 않다.

8/21에는 퇴사한 최**, 유** 등을 강남역에서 만났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여성이 안정을 찾게되는 나이인 삼십 언저리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그녀들이 멋지고 반가워서 조금 과음했다.

일본, 쿠바와의 멋진 승부가 벌어진 올림픽 야구에 대해서는, 우리 생애가 다 할 때까지 지겹도록 반복해서 언급될 것이므로 긴 얘기는 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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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8-25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요일 아침에 글을 쓰셨네요.
직장인들에게는 가장 바쁜 시간일듯한데요.

무중력 증후군을 어디선가 본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아요.
책을 읽다 그 책에 언급된 책을 읽게 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하다보니 처음 시작은 이 분야가 아니었던 것같은 느낌만 들어요.

30언저리에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사람이라...부러워지네요.
40언저리에 시작하는것보다 훨씬 빠른거죠.

전자인간 2008-08-27 07:51   좋아요 0 | URL
업무가 8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그 전에 빨리 글을 후다닥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길어져서 업무 중간에 틈틈이 썼습니다.

<무중력 증후군>은 올해의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저도 40 언저리 쯤에서 새 삶을 모색하고 있는데, 너무 늦었다는 느낌이 자꾸 드네요..
 

그동안 있었던 일들...

<미학 오디세이> 3권까지 모두 읽다. <무중력 증후군> 읽는 중. <국가론> 군주국가에 관한 장들(6, 7장)까지 읽음. <Multitude> 2-1장 읽는 중.

<월-E> 영화 보다. <식코> DVD 보다.

휴가 여행 다녀오다.

밀린 일기 쓰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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