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쉬다 출근했더니 회사를 5년 더 다닌 것과 같은 무기력한 피로감이 몰려 온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모두들 너무 성실하다는 것이다. 맷돌처럼 우직하게 꼿꼿한 자세로 업무를 소화해 내면서도, 정시퇴근은 일방통행로 역주행과도 맞먹는 위험한 일탈행위요 범죄인 양 퇴근할 줄을 모른다. 그들에게 회사는 어떤 존재일까? 스피노자가 신을 자연과 동일한 개념으로 받아들였다면, 그들은 회사를 자연과 동일한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회사이외에는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회사내에서만 모든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INFP, 혹은 ENFP인 나는, 존재하지도 않는 바깥세상으로 정각 다섯 시에 튀어 나갔다. 매트릭스는 견고하지만 네오의 비밀스러운 각성은 오늘도 이어져야 한다. 물론, 첫번째 이유는 세미나 참석이었지만, 굳이 땡~하는 시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것은, 삼 분을 목표로 물 속에 얼굴을 담그고 있다가 삼 분이 땡~하고 지나자 마자 강력한 탄성을 띈 머리를 쳐들며 반가운 숨을 가삐 쉬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아홉 시간동안 호흡을 참고 있었으므로 그 해방감의 크기는 훨씬 클테지만...

이번 휴가 복귀 증후군은 얼마나 오래 갈까? 홈...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휴가 복귀 증후군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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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8-20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 개학 임박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어요.
방학 숙제가 장난 아니에요.

전자인간 2008-08-20 19:45   좋아요 0 | URL
자녀분들 숙제요?
일기를 너무 미뤄 쓰다 보니 저도 옛날 생각이 나네요.
 

그동안 있었던 일들...

<미학 오디세이> 3권까지 모두 읽다. <무중력 증후군> 읽는 중. <국가론> 군주국가에 관한 장들(6, 7장)까지 읽음. <Multitude> 2-1장 읽는 중.

<월-E> 영화 보다. <식코> DVD 보다.

휴가 여행 다녀오다.

밀린 일기 쓰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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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처남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분당 '탈리'에서 인도요리를 먹었다. '탈리'는, '강가'의 횡포에 가까운 가격을 피하기 위해 찾아간 곳으로, '강가'에 비해서는 확실히 싼 듯했다. 그러나 여전히, 된장찌개를 먼 이국땅에서 20불 주고 먹는 것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본전생각'이 머리속과 지갑속에서 돌고 돌았다.

수유+너머 세미나에서 스피노자의 <국가론>을 5장까지 읽었다. <미학 오디세이> 2권을 끝냈고, 3권을 읽고 있다. <Multitude>의 Part 2를 시작하려 한다.

MBTI 검사 결과 INFP형이 나왔다. 나와 같은 인물은 잔 다르크, 헬렌 켈러, 줄리아 로버츠, 세익스피어, 슈바이처, 김정일(응?), 그리고 이건희(헉!)란다. INFP형이 기업조직에는 그리 썩 좋은 유형이 아니라서(사실은 굉장히 안 좋다.), 검사지를 수거해 간 회사 인사부가 나를 내쳐버리는 것은 아닌지 내심 안도섞인 걱정을 하긴 했지만, '이건희'에서 잠시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이 초 쯤 후, '이건희'의 심리 검사결과가 INFP가 나오든 싸이코패스가 나오든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깨닫고, 더군다나 나와 같이 평범한 직원이 '이건희'와 비슷한 성격유형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깨닫고, 짚신벌레 정도 레벨의 미물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겸연쩍고 비굴한 썩소가 잠시 얼굴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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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us65 2008-08-06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저두 INFP와 ENFP 중간인데, 하이파이브^^
저처럼 얌전한 바람둥이셨군요. 어쩐지, 클클.
저 누군지 모르시죠? 생각해보세욤 자알.
아이엔에프피 유형이 엔지니어라니 참, 갑자기 존경스러워집니다.
기계와 조직문화를 어떻게 견디시는 건지.
글 몇 개 읽었는데, 재미난 것은 물론 군더더기 없는 글솜씨에
약간의 시기심이 일어나려고 합니다. 흠.^^
시간 날때 제 블로그에도 놀러오세요. http://rulurulu.tistory.com

전자인간 2008-08-18 16:47   좋아요 0 | URL
엄청 느린 댓글이네요. -.-a
블로그에 가지 않아도 누군지 알겠습니다.
저와 비슷한 MBTI 결과를 얻으셨다니, 약간 이해가 됩니다.
INFP가 회사원, 그것도 엔지니어라는 사실이 서글프네요.
자유롭게 사시는 님이 부럽습니다.
저도 탈주를 위한 모색중인데, 답이 없네요.
님 블로그에 잠깐 가봤는데, 아직 흔적은 남기지 않았습니다.
언제 시간내서 더 자세히 둘러보고 흔적도 남기지요.
 

회사에서 MBTI 검사를 했는데, INFP 형이 나왔다. 그런데, E와 I는 거의 한끗 차이라서 (E:I=13:14) ENFP와 INFP의 중간형이라 해야 보다 정확할 것이다. S/N 차이는 퍼펙트 스코아로 N승 (S:N=0:25), T/F 와 J/P 차이는 압도적 스코아차로 F(T:F=7:15)와 P(J:P=5:23) 승. 적어도 MBTI라는 검사의 테두리 내에서 내가 INFP와 ENFP 두 유형을 벗어날 확률은 거의 없을 듯하다. 아래는 INFP와 ENFP에 대한 설명.

INFP : 정열적이고 충실하며 목가적이고 낭만적이며 내적 신념이 강하다.

마음이 따뜻하고 조용하며 자신이 관계하는 일이나 사람에 대하여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하다. 이해심이 많고 관대하며 자신이 지향하는 이상에 대하여 정열적인 신념을 가졌으며, 남을 지배하거나 좋은 인상을 주고자 하는 경향이 거의 없다. 완벽주의적 경향이 있으며, 노동의 대가를 넘어서 자신이 하는 일에 흥미를 찾고자 하는 경향이 있으며, 인간이해와 인간복지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기를 원한다. 언어, 문학, 상담, 심리학, 과학, 예술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한다. 자신의 이상과 현실이 안고 있는 실제 상황을 고려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ENFP : 따뜻하고 정열적이고 활기에 넘치며 재능이 많고 상상력이 풍부하다.

온정적이고 창의적이며 항상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시도하는 형이다. 문제 해결에 재빠르고 관심이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수행해내는 능력과 열성이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으며 사람들을 잘 다루고 뛰어난 통찰력으로 도움을 준다. 상담, 교육 과학, 저널리스트, 광고, 판매, 성직, 작가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 반복되는 일상적인 일을 참지 못하고 열성이 나지 않는다. 또한 한가지 일을 끝내기도 전에 몇 가지 다른 일을 또 벌이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통찰력과 창의력이 요구되지 않는 일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열성을 느끼지 못한다.

대체로 맞다. MBTI 검사 결과로 보면 나는 천성적으로 엔지니어가 될 수 없다! 요즘들어 부쩍 회사를 뜨고 싶은 고민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고민을 충동과 번뇌로 증폭시키는 결과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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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8-1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ENFJ가 나왔어요.
그런데 다시 그 검사를 해도 그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져요.
앞에서있는 사람이 얼른하라고 하면서 잔소리를 많이 해서 집중이 안되었거든요.


전자인간 2008-08-18 16:49   좋아요 0 | URL
"따뜻하고 적극적이며 책임감이 강하고 사교성이 풍부하고 동정심이 많다."
님의 글과 많이 닮아 있네요.
 

일기를 짧게는 이틀 많게는 거의 일주일을 몰아 쓰는 것이 일상화된 지금, 일기쓰기란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 있다. 내 삶의 역사는 어떤 타인이 대신 기록해 주는 것이 아니니까. (아, 내가 조선왕조의 임금이었다면!)

7/26~7/27 : 가족과 재회했다가 헤어졌다. (정확히 말한다면, 재회는 7/25이다.) 그동안 분당 삼*플**에서 내 러닝화와 스포츠 샌달, 마눌님 화장품을 샀고, 동대문 밀*오*에서 마눌님 샌달을 샀다. 지섭이가 좋아하는 '페*카* 치킨'과 나와 마눌님이 좋아하는 삼겹살(국산이었다. 쿨럭), 청국장 쌈밥 등을 먹었다. 가장 화려해야 할 일요일 저녁 만찬은 과자 쪼가리 몇조각과 맥주. 일요일 저녁에 비가 오지 않는 틈을 타서 자전거로 한강을 찍고 왔다. 총거리 35.27km, 시간 1:26:59, 평균속도 24.3km/h. 갔다 오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맹장 수술 이후에 운동을 쉰 탓이다. 자전거를 타고 갔다 왔더니 마눌님과 지섭이 가고 없다. '내가 떠나 보내는 것을 피했으니, 오늘 작전은 성공이다.'라고 홀로 맥주를 홀짝이면서 생각했다.

7/28 : 수유+너머 세미나. 오늘부터 다룰 책은 스피노자의 <국가론>이다. 오늘은 우리 세미나(세미나 이름은 '네그리 세미나'인데, 나는 그들과 네그리를 읽은 적이 없다.) 방장인 연** 선생과 나와 동갑내기인 신** 선생이 빠졌다. 연** 선생은 갑자기 일이 생긴 것이고, 신** 선생은 삼개월 정도 빠지게 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사실 그 두 사람이 가장 활발히 세미나 활동을 했던 모범 학인이었고 세미나 때에도 가장 발언을 많이 하던 분들이라, 두 사람이 빠지면 김빠진 맥주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세미나는 소수의 몇 사람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이고 상보적으로, 그러면서도 단독으로 읽을 때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이해해 가면서 진행되었던 것이다! '이게 바로 진정한 '꼬뮨'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불손한 생각이 약 0.8초 간 들었다.

7/29~7/30 : <미학 오디세이> 1권을 다 읽었다. <국가론>은 5장까지 읽은 상태다. (왜 나는 계속 <국가론>을 쓰면서 '국개론'이 생각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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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7-31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학오디세이의 비닐을 풀었다가 몇 달 전에 사 둔 앙겔루스 노부스 생각이 나서 그것 먼저 읽고 있어요. 가독성이 생기지 않는 주부의 입장인지라 앉았다하면 한 두 페이지 읽고 일이 생깁니다.

웃으며 이야기하셨던 국가론은 저는 사지 않았어요. 그리고 같이 주문했던 책이 뭐가 있었는지 찾아 봤는데 게을러서 나의 계정은 열어보기 싫고,주문장은 어디 뒀는지 모르겠고....해서 잘 모르겠네요.그리고 어제 새로 주문한 책이 또 왔어요.언젠가부터 책을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쇼핑을 위해 주문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세미나할 때 말하는 사람만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열심히 골고루 참여한다는게 궁금해요,어떤 모습일지.
제가 공부하는 모임에서는 서로 입 다물고 선생님 혼자서만 말씀하시거든요. 그게 저는 좋은데...

전자인간 2008-08-05 14:30   좋아요 0 | URL
답글이 너무 늦었네요.

미학 오디세이 2권 끝을 보니까 <앙겔루스 노부스>를 미학 오디세이 다음에 읽을 책으로 소개했던데요.. 님은 거꾸로 가시는군요~~ ^^

세미나에서 골고루 참여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는, 모두들 그 주제에 대해 잘 모르는 때입니다. 잘 아는 사람이 없으니 주도하는 사람도 없고, 다들 자기 나름대로의 해석을 부끄럼없이 풀어놓게 되는 것이죠. ㅋㅋㅋ

2008-07-31 0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05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13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