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의 도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반란의 도시 - 도시에 대한 권리에서 점령운동까지
데이비드 하비 지음, 한상연 옮김 / 에이도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사회 구조와 실천의 결합으로 이념을 구현하는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도시
『반란의 도시 - 도시에 대한 권리에서 점령운동까지』, 데이비드 하비 지음, 한상연 옮김, 에이도스, 2014. 3.
『정기용 건축 작품집 - 1986년부터 2010년까지』, 정기용 지음, 현실문화, 2011. 7.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5640229
정기용 선생님의 건축 작품집을 다시 읽는다. 그것은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삶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섬세한 안내서다. 곳곳에 선생님의 삶의 미학에 심취한다. 다큐 ,말하는 건축>에서 선생님의 건축적 사유에 공감하면서, 그의 철학이 담긴 풍부한 도면과 사진을 다시 본다. 주변과의 조화 속에서 튀지 않고, 사연을 만들어가는 건축물을 구현해 나가는 그의 모습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 흔적과 상상, 건축가 오기사의 서울 이야기』, 오영욱 지음, 페이퍼스토리, 2012. 5.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6583480
다시 오기사의 서울 이야기를 읽고 본다. 그것은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의 흔적에서 상상을 길어 올리고, 추억을 사랑하는 한 청춘의 이야기다. 발터 벤야민식의 관찰하는 시선은 이전의 건축과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 공간은 시간의 흔적에 관한 모자이크다. 엔틱이라는 미명 아래 새것도 낡은 것으로 탈바꿈하여 상품화는 것에 대한 그의 이야기라든가, 서태지가 소유한 건물에서 건축주의 미학이 살아나지 않는 점에 대한 생각에 공감하며 잔잔하게 펼쳐볼 수 있다.
『반란의 도시』를 펼치며...
나이를 먹나 보다. 사람과 사람의 경계, 공간 지리학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싹튼다. 물리적 공간은 사람의 의식을 지배한다. 앞만 보고 달리는 청춘의 시절에는 ‘시간’이 삶의 지표였다. 시간의 효율성으로 삶은 의미를 갖는 것처럼 보였다. 풍요와 비옥함의 생성이 시간으로 이루어진다면, 공간은 고정되어 있는 정지된 영역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제 시간이 중첩되고, 추억이 켜켜이 쌓여서 한 개인의 삶을 지배하는 공간에 오랫동안 천착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리적 공간이 사회적 공간으로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물리적 공간을 가득 채운 시간의 궤적이 보이기 시작한다.
건축 관련 서적 사이에서 읽기 시작한 신간 도서 데이비드 하비의 『반란의 도시』는 자본이 지배하면서 도시 주변부로 밀려난 99%의 ‘도시에 대한 권리’를 이야기한다. 앞서 언급한 두 책이 연성(軟性)이라면, 『반란의 도시』는 경성(硬性)으로 도시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반란을 다루고 있다. 하비가 차용하여 사용하는‘도시에 대한 권리’는 생태주의자 르페브르가 구상한 개념이다. 그는 도시가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계급적 예속과 대립을 심화시키는 착취와 지배의 중심이자, 동시에 구성원에게 진정한 공통 이익을 고취시키고 변혁을 창출하는 장소로서 양면성을 지닌다고 하였다. 도시는 단순히 행위자들이 거주하는 물리적 공간이면서, 동시에 사회 구조와 실천 행위의 결합이 역사적으로 축적되어 특정한 사회 질서와 이념을 구현하는 사회적 공간이다(이성민, 2013, 한국교원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쪽. 장세룡(2006)의 글 재인용).
도시가 누구의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자본으로 흡수된 도시에 대한 권리를 되찾기 위한 투쟁으로 이어진다. (이질성의 차이의 공간인) ‘헤테로토피아’와 (자본이 만들어내는 합리화의 공간인) ‘이소토피’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변증법적 공간 창출이 도시의 권리를 되찾는 최선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성장 우선’의 신자유주의는 도시를 하나의 상품으로 소비한다. 엘리트가 추구하는 입장이 보편성을 획득하여 도시 정책을 정당화한다. 쇼핑몰, 멀티플렉스, 대형매장, 패스트푸드점, 수제품 시장, 부티크 문화(43쪽)가 도시를 가득 채운다. 지대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저소득층과 증간소득 세대는 도시 중심부에서 내몰렸고, 이로 이해 계급 격차는 더욱 벌어졌으며, 아무 특권도 누리지 못하는 주민의 복리에 악영향을 미쳤다(66쪽). 급속한 도시화를 이끈 추동력은 자본이었다.
재력이 풍부하고 신용이 높은 사람이 부동산을 매수하고 나면 그 다음으로는 그보다 소득이 낮고 위험이 높은 계층이 부동산을 매수하고, 맨 마지막으로 수입과 자산이 없는 계층도 부동산 매수에 뛰어든다. 이들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한 부동산 전매를 통해 이득을 올릴 수 있다. 이런 일은 버블이 터질 때까지 계속된다. 금융기관은 수수료 수입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이런 점에서 버블을 최대한 오래 유지해야 하는 강력한 유인이 되는 셈이다(94쪽).
저자 데이비드 하비는 자본이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화과정을 재생산하는 과정을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논증 자료로 활용한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중국 등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에게 ‘삼성 공화국’이 낯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본가 계급은 국가기구는 뿐 아니라 일반 주민을 지배한다. 이런 지배 수준에 도달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 그 자체를 만들어내는 도시 형성 과정은 정치투쟁, 사회투쟁, 계급투쟁이 일어나는 주요한 장소다(122쪽).
도시에 대한 권리를 되찾기 위한 산발적인 대항 운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도시 공간은 정치 활동과 저항의 중요한 장소로 기능한다(205쪽). 투쟁의 방식으로 머레이 북친이 주장하는 ‘연합주의’와 엘리너 오스트롬이 내세우는 ‘다극적 거버넌스’는 수용할 만하다. 국가를 대신하는 지자체 회의의 연합 네트워크는 지자체가 공개적 회의의 장에서 시민기구가 되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이다. 단 하비가 진단한 것처럼 이 또한 - 하트와 네그리가 주장한 ‘공동체’처럼 국가 시스템으로 기능하는 한계를 갖는다. “공동체에 가입하지 않은 개인에게 가해질 억압(256쪽)”을 경시하기 때문이다.
보수든 진보든 다양한 이유로 자신들만의 공유재화를 실천하고 있지만,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우리만의 리그’라는 점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문화인들의 마을, 정치적 공동 행동을 추구하는 코뮌에 가서 느끼는 점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외부 세계와 이질적인 사람들에 대한 배척일 때가 더러 있었다. 지난 30년간 신자유주의의 긴축정책으로 줄어든 공공재를 확대하기 위한 투쟁이 요구된다.
“도시의 공기는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현재의 상황에 대한 “계급 전쟁이 존재한다. 내가 속한 계급, 부자계급은 이 전쟁을 먼저 시작했고, 지금 한창 이기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유일한 문제는 언제 민중이 반격을 가할 것인가이다”라고 말한 (102쪽) 워런 버핏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도시의 공기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 소외되어 있는 99%의 연합 이외의 방법은 없다. 이 지점에서 화두로 떠오르는 것은 어떻게 99%가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론이다. 불평등을 허용하고 재생산하는 정치권력의 불평등에 대한 점령 운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정확한 답은 (하비가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확한 질문에서 시작될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