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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대한 단 한 줄 감상: 방패는 무적이다.
…
섬진강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가신 어머니를 마중하기 위해 나갔다가 어머니가 예상보다 훨씬 늦게 도착하시게 된 바람에 붕 떠버린 시간을 때우기 위해 선택한 것이 이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었다.
꽤나 인기가 많은 이 영화를 보기로 결정한 덕에 이미 만석에 가까운 상영관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자리는 맨 뒷줄의 맨 구석에 위치해 있었다.
그나마도 내가 혼자여서 구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그만큼 이 영화의 그 날 성적은 괜찮았다.
시간에 맞추어 가보니 줄줄이 붙어있는 네 개의 좌석 중 세 개의 좌석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이미 자리에 앉아 그들보다 늦게 들어와 앉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점은 나이에 맞는 영화가 있다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도대체 이 영화의 어느 부분에서 재미 혹은 감동을 느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상투적인 갈등의 원인,
뻔한 배신,
절친이 가장 막강한 적으로 등장한다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설정,
하다못해 영화 속에서 선보이는 최첨단 기술이나 무기들조차도 식상하기 그지없었고,
단 한 컷을 찍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구르며 열연한 배우들에게는 참 미안한 말이지만, 그 정도의 액션은 100년이 넘는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차고 넘치는 장면들이었다.
…
그러다 보니 영화가 끝났을 때 나와 내 옆으로 줄줄이 앉은 어린 남성 관람객 3인조의 감상평은 극과 극을 달렸다.
나: 아우~ 뭐래… (하품과 더불어 늘어져버림)
내 바로 옆 남자아이: 야~ 진짜 재미있지 않았냐??(흥분)
그 옆의 남자아이: 완전 짱이야!!(감탄)
또 다른 남자아이: 아, 또 보고 싶어~~(아쉬움)
나: -_-;;
…
생각해보면…
나 역시 지금 보면 참 별 영화도 아닌 <인디펜던스 데이>를 보고 흥분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 때는 그 영화가 그래픽이나 스케일, 소재 면에서 꽤나 볼만한 영화여서 그랬을 거다.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내가 아니므로 관점이 달라진 것.
그저 점차 확산되어 가는 4DX 상영관을 체험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며 느린 걸음으로 영화관을 빠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