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많이 보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적당히 즐기는 정도...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가 없는 덕분에 여러 장르를 고루고루 차별없이 보는 편이며, 장르마다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꺼려지는 부류가 있다면 쓸데없이 피칠하는 영화들... 대개는 스릴러 혹은 공포 장르인데, 피를 여기저기 튀기는 영화는 그 감독에게는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공포 보다는 짜증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화매니아도 전문가도 아니며, 특정장르 애호가도 아닌 내가 이제까지 접해온 SF장르가 많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까지 SF영화는 그 숫자를 알 수 없을 만큼 만들어졌으며, 그 중 내가 본 편수는 정말 구우일모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따라서 내가 지금 떠들고자  하는 내용은 그 소재의 수량에 있어서 상당히 한정적이며, 그 영화 장르의 매니아들에게게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내용일 수도 있다. 또한 그 장르의 전문가들에게는 비웃음이 나오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냥 여전히 오랜만에 어슬렁어슬렁 서재를 들려본 차에 떠오르는 생각을 잠시 적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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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장르에서 흔히 사용하는 소재 중 하나는 바로 '외계인'이다. 감독의 의도에 따라 지구에 나타나는 외계인들은 대개 인간들의 미감으로 볼 때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게끔 생긴 외모의 소유자들이다. ... 왜?

그 외계인들은 대개 지구의 인간들보다 우수한 지능과 탁월한 능력, 훨씬 진보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건 또 왜?

그들은 대부분 인간에 대해 배타적이며 폭력적이고 또한 보통은 침략적인 의도를 가지고 지구를 방문한다. ...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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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외계인이라는 존재의 실존여부는 공식적으로 가려진 바 없으며, 따라서 그들은 아직 인간의 상상 속에서만 머물 뿐이다. 만약 그들이 존재가 완벽한 부정으로 결론이 난다면 영화감독들이, 영화관람객들이 그들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보든 상관없겠지. 그러나 그들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만약 내가 외계인이라면 어떤 기분이 들까?!... 현재 외계인은 특별히 지구에 해를 끼쳤다고 밝혀진 바가 없다.(물론 내가 모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ㅡㅡㅋ..) 만약 전혀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멋대로 내 특성을 결정지어 버릴 경우, 더군다나 그 특성이 머리는 좋지만 성질과 사상은 드~~으러운^^;;.., 한마디로 인간성과 도덕성이 바닥을 기는 모습으로 결정해 버린다면...?! 나로서는 이 얼마나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이란 말인가?!...  

물론 어느 누군가의 주장대로 각 국의 국방부나 정보부와 같은 곳에서는 어쩌면 외계인의 존재를 감지하고 있으며 이것을 공개적으로 밝힐 경우 대중에게 너무나도 큰 혼란을 안겨줄 것을 우려한 결과,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있다 ... 라는 각본이 사실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아무 것도 모르는 천진한 대중을 걱정한 나머지 "외계인이란 이런 존재들이다~"라는 것을 조금씩 천천히 알려주기 위한 의도 하에 감독들에게 이런 외계인의 이미지를 불어넣어 주고, 그것을 대중에게 알릴 것을 지시하고 있는 것일까?!...

만약 그들이 실존한다는 것이 밝혀지고 그들이 우리의 적이라고 판명이 되기라도 한다면, 국수적인 이데올로기를 심어주고 애지구심(愛地球心)을 고양하고 이념 통일과 사상 분열을 막기위한 의도를 위해서라도 영화의 내용이 그들은 천하의 상종못할 놈들로 표현하고 그 결말은 무조건적인 지구인의 승리로 끝나는 것 쯤이야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아직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상대를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는 것은 그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우리가 외계인과 다정하게 협력하는 모습은 왜 상상할 수가 없는 걸까?...  왜 그들은 우리를 못 괴롭혀 안달이 난 존재들이며 우리는 왜 늘상 피해자들이란 말인가?...

...

갈수록 SF라는 장르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 건 아마도 언제부터인가 이런 의문들이 떠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일거다. 현재 미국 등에서 행하고 있는 우주탐사와 같은 연구로 외계인의 존재여부가 사실로 들어날 경우, 영화 속에서 외계인들이 하는 역할은 실제로는 아마도 우리 인간이 하게 될 가능성이 적어도 50%라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한다면 나는 인간에 대해 너무 깊은 불신에 빠져있는 걸까?!... 문득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했던 SF영화 <머큐리>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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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08-0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인간의 혐오(나와 다르게 생긴, 나보다 잘난)
나와 같은 인간에 대한 불신(나처럼 폭력적인)이
참으로 절묘하게 결합된 게 SF라는 생각입니다. -.-;;
동감의 추천!

포도나라 2005-08-08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 님의 의견이야말로 동감의 추천을 받을 만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