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김숨 지음 / 창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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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읽은 지 꽤 되었는데 이제서야 리뷰를 작성한다.
(써야 한다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결국 작성하기에 스스로 쑥스러운 지경에 이르러 결국은 포기했을 것이다 ㅎㅎ)

이 책을 구매한 이유는 단순히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국수.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그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제목에 홀려서 읽게 되었다.
(작가님께서 들으시면 은근히 섭섭하시겠지만 이 소설을 보기 전에는 김숨이라는 작가분이 계신 줄도 몰랐다 ;;)

이 책은 여러 개의 단편 소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서 출판한 단편소설집이다.
국수는 그 중 한 개 단편의 제목이고, 국수와 관련된 내용 또한 그 단편 하나에 국한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감탄을 금치 못한 것은 사물과 장면과 사람 감정에 대한 작가의 표현력이었다. 그 표현력이 얼마나 자세하고 기가 막히게 적절한지, 소설의 내용이 마치 눈 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듯하여 그러고 싶지 않아도 내용을 상상하고 감정을 이입할 수 밖에 없었다.
(이 표현력만으로도 별 다섯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ㅎ)

또한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이나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특정 사물과 연계하여 서술하는 방식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물론 지금까지 그런 소설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은 뭐랄까... 그런 서술을 은근히 혹은 복선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대놓고 하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것이 과하거나 어거지를 쓰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버무려지는 듯하여 이 또한 감탄을 자아내는 데 크게 일조하였다.

마지막으로 소설의 내용 자체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뭔가 따스한 느낌의, 가볍게, 그러나 의미없지는 않게 읽을 만한 소설일 것이라는 내 예상은 정말 보기 좋게 아니, 꼴 사납게 빗나갔다.

내가 책을 통해 접한 것은 불행에 맞딱들인 사람들 혹은 소위 저소득층(정확한 통계자료나 학문적, 전문적 뒷받침 없이 이렇게 정의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싶지만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경제적 여건은 어쨌든 풍족함과는 거리가 한참은 있어보이므로ㅋ)에 속하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표출하는 삶에 대한 절박함, 우울함, 그리고 불안함이었다.

그다지 아니, 전혀 편하지 않은 내용들. 앞서 말했다시피 작가의 뛰어난 표현력 덕분에 아주 쉽게 감정 이입이 되었는바, 그 불편한 감정들이 전염되었는지 한편 한편 읽고 난 뒤마다 쓰디 쓴 커피 한 숟가락을 퍼먹은 듯한 기분에 휩싸였었다. 그러나 그 편하지 않음이 외면을 하게 하거나 동정을 불러일으키기 보다는 그냥 묵묵히 받아들이게 만들었던 것도 아마 작가의 필력이 발휘한 능력인 듯 싶다.

이 책에 대한 리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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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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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기에는 참 뒷북을 치며 본 책이다.

남들이 한창 열광하며 읽을 때는 거들떠도 안 보다가 출간된 지 1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집어 든 책이지만

지금 시점에서 읽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막 출간되었을 때 읽었더라면 생각의 토양이 성숙하지 않았던 나는 그다지 좋은 꽃을 피우지는 못했을 것이다.

지금보다 훗날에 읽었더라면 뒤늦게 읽은 것을 후회했을 것이다.

지금쯤 읽은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참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의 표지가 그 느낌을 잘 표현하는 것 같다)

한 인간의 자아실현에 대한 여정을 현실과 비현실을 적절히 뒤섞어 전설 혹은 신화와 같은 느낌으로 표현했다고나 할까.

단순히 현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거나 물질적 풍요를 충족하는 것을 넘어 라는 인간이 내면으로부터 고유하게 추구하고 있는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나를 포함한 만물의 완전에 기여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얼마 길지는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이런 일, 저런 경험을 통해 내가 느끼고 깨달은 어떤 비과학적인 영역의 무언가에 대해서 이 책은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말해 주고 있다.

(어렵지 않다고 했으나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 책의 문장대로 내가 느끼는 것을 표현하지는 못할 것 같다. 작가의 필력과 역자의 기술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지금 시점에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어쩌면 말 그대로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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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슈가
고은주 지음 / 문이당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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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에서 보여지는 부부사이의 부정적이고 모순적인 면들을 이만큼 철저하게 그리고 냉소를 담아 표현한 책이 또 있을까?... 이 부정과 모순은 특히 섹스와 관련되어 있으며, 우리 사회가 성에 관해 남녀에게 이중성을 갖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또한 경제와도 관련되어 있으며 결혼 후에 상대방에 대한 환상의 상실과도 관련이 있다.

문장 하나하나가 상당히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며, 결혼이라는 행위와 그 의미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또한 얼마전에 대대적인 이슈가 된 스와핑이라는 행위에 대해서도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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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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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멀리 한 지 1년 6개월만에 손에 든 책이 바로 이 책 <성에>였다.

6개월 전에 처음 구입했을 때는 개인적인 이유로 읽어나가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순순히 읽혀졌다.

글에서 공감가는 내용 및 문장이 상당히 많아 마음에 와 닿는 책이다.

성도 사랑도 결국은 환상이라는 것, 누구나 환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 환상은 결코 완성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사람이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결국은 이 환상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등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공감이 들었다.(읽는 동안 영화 <2046>이 생각났다.)

그러나 바스티유나 마르쿠제, 프로이트마르크스주의, 성과 죽음을 통한 유토피아의 완성 등 학술성이 짙은 부분들에 대해서는 개인적 역량부족으로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글 중 연희와 세중이 세 구의 시체를 발견한 후에 섹스 행위에 몰두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아직 나이에 이르지 않아 이해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작가와 의견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성의 억압이 그 승화로서 예술의 창조와 이어진다는 것, 아프리카 등에 사는 소수민족들은 성이 자유롭기 때문에 문명의 발달을 이루지 못했다는 내용 등에 대해서는 그다지 찬성하고 싶지 않다.

읽는 내내 왠지 연희와 세중의 관계가 불공평하다고 느껴졌던 이유는 독자인 내가 사랑이 섹스보다 고귀한 행위라고 교육받아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환멸이라는 상황은 양자 모두에게 공평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참나무와 박새, 청설모 그리고 바람 등 인간이외의 이 세상을 구성하는 생물 및 무형물을 의인화하여 그들의 특성과 행위에 대해 자세하게  표현한 부분들에서, 글을 쓰기 위한 작가의 세심한 노력을 엿볼 수 있으며, 우리 인간이 얼마나 자의적인가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 있다.

오랜만에 좋은 소설 한 편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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