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수의 딜레마
요새 KBS에서 주말에 방영 중인 드라마 <파랑새의 집>을 시청하고 있다. 워낙에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었던 전작들에 비하면 시청률이 좀 낮은 편이지만 나름 볼 만한 내용이다ㅋ
이 드라마에 나오는 장태수씨. 최근 이 양반이 봉착한 딜레마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든다.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를 며느리로 받아들이면, 자신의 범죄행위를 제대로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빌미로 자신을 열심히 뜯어먹고 있는 여자와 죽을 때까지 얽혀야 한다. 그런 여자가 며느리가 될지도 모를 여자의 생모인 것도 모자라, 공식적으로 사돈이 될 집안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피해자 집안이다.
그렇다고 끝까지 아들의 결혼을 반대하자니 본인의 가정이 풍비박산 나게 생겼다. 죽을 때까지 가정불화에 시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장태수씨의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전개는 아들이 자연스럽게 실연해 버리는 것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아주 매우 희박해 보인다.
이 때 장태수씨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뭐가 있을까.
아들의 여자를 받아들이고 평생을 뜯기면서 한편으로는 피해자 집안을 묵묵히 감수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상당히 불안하고 불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다른 방안으로는 뒤늦게 양녀 한 명 들인 셈치고 팔자에 없던 혼외 부녀관계를 형성하여 아버지 소리를 듣는 것이 있다. 이 방안은 리플리증후군에 단단히 걸리지 않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ㅋ 평생을 뜯기는 건 이 경우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 외에 사실을 밝힌 후 아들커플을 떼놓기 위해 갖은 술수와 모략을 동원하는 방안이 있지만 성공여부는 불확실한 편이다. 아들이 어떻게 나올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니까.
그렇다고 아들 연애를 계기로 자진해서 모든 범죄과거를 싹다 밝히고 청산한다 한들 본인을 기다리는 건 감옥행 열차 탑승과 이제까지 속은 것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떠는 가족들과 피해자 집안일 것 같다.(물론 이런 선택을 할 캐릭터로는 전혀 보이지 않지만 ㅋ)
...어느 방안이든 장태수씨는 행복하지가 않다.
이런 딜레마에 빠진 사람을 보며 해 줄 수 있는 말은 결국 누가 처음부터 그러래?? 밖에 없다고 얘기한다면 너무 무기력하고 냉소적인 것일까. 그러나 장태수씨는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와 버린 듯 하다.
그의 딜레마가 어떻게 전개될 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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