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부의 전쟁 in Asia
최윤식.배동철 지음 / 지식노마드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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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점점 더 빠르고 복잡하고 불확실해져가고 있다.

사람들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사람들은 더 현명하고,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게 된다.

미래에 대하 관심은 '미래학'이라는 막연한 학문의 이름으로 불린다.

그리고, 주로 번역서들이 많았던 미래학 분야에 한국사람들이 써낸 책이 나왔다.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http://www.afhi.org/index.htm)의 공동 소장인 최윤식과 배동철의 책 <2020 부의 전쟁 in Asia>이다.

이 책은 한국 사람들이 써낸 한국의 미래 예측이다. 피부에 와 닿을 수 밖에 없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솔직히 이 책에 대한 기대는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었다.

특별한 고민없이 자료를 나열하거나, 외국책을 번역한 수준일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나의 예측이었다.

하지만, 나의 예측은 꽤 많이 빗나갔다.

물론, 엄청난 수준의 통찰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분야에 대해 비교적 심도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특정한 관계나 이념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의 예측에 신뢰도를 더해 준다.

불편했던 관점을 꼽으라면,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지나친 신뢰"와 "세상을 너무나 경쟁적으로 보는 시각"이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를 상정하고, 그것을 기본미래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10년 내로 대한민국에 도래할 큰 위기를 기본미래로 설정했다. 그리고 그 미래는 매우 암울하다.

 

- 유럽발 더블딥, 중국의 버블붕괴, 일본의 외환위기, 미국의 재정적자, 동남아 버블붕괴, 남미 버블붕괴,

  신성장산업의 붕괴, 전염병확산, 온난화등 환경대재앙 등등의 외부 위험

- 기존 산업의 성장한계, 종신고용 붕괴, 저출산, 고령화, 재정적자 위기, 경제성장률 저하, 부동산 거품붕괴, 정부의 정책대비 미흡

  이라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야기한 동일한 문제에 남북문제와 취약한 사회적 자본이라는 한국만의 문제까지

 

내외부의 위험요인 중 어느 하나 속시원하게 풀어내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다.

우리나라가 새롭게 도약하려면 한계에 부딛힌 시스템의 질적인 개선이 필요한데, 그 준비는 거의 없다고 할 정도란다. 쓰디쓴 현실이다.

 

* 한국의 9개 주력산업 (2008년 한국은행 자료 기준)

- 건설과 부동산 : 280조 7천억(내수)

- 석유화학 : 222조 9천억 (내수), 65조 8천억 (수출)

- 철강금속 : 206조 (내수), 33조 7천억 (수출)

- 전기전자 : 174조 (내수), 123조(수출)

- 유통산업 : 110조 4천억(내수)

- 금융산업 : 109조 9천억(내수)

- 자동차 : 45조 4천억 (수출)

- 해운물류 : 31조 3천억 (수출)

- 조선산업 : 30조 (수출)

 

이 주력산업들을 대체할 만한 미래의 산업에 대한 투자와 준비가 형편없고, 청사진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피부에 확 와닿는다.

프랑스는 1.7명의 출산율에서 2.1명으로 올리기 위해서 매년 44조씩 15년을 투자했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출산관련 연간 투입예산이 2조원 정도라고 한다. 프랑스는 돈이 많아서 그러한 투자를 했는가 하면....

저출산으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면 드러나는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디에 돈을 그렇게 쓰는지 우리나라의 재정적자는 엄청난 상황이다. 유럽에서 부도가 나려는 국가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단다.

특히 지자체들의 부실은 엄청난데, 예를 들면, 서울시 20조, 인천시 9조 6천억이란다. 이천시는 한해 가용예산의 82%를 이자로 내야할 판이라고 한다.

중앙정부는 2010년 기준으로 400조원의 부채가 있고, 이는 GDP대비 40%다. 그러나 이것은 공공기관의 부실을 뺀 수치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는 118조원이란다. 뭐 이런 공공기관의 총부채(정부가 인정한 것만 213조)를 합치면, GDP대비 70% 수준으로 스페인, 포르투갈과 비슷하다고 한다.

기업의 금융부채는 1255조원, 개인의 금융부채는 863조6천억이라고 한다. 상거래 신용등을 감안한 총부채는 기업 1782조 2천억, 가계 922조 5천억이다. 사실 이 부채의 큰 부분이 부동산 때문인데... 기성세대들은 빚잔치를 통해 거품을 키워 놓고, 출산까지 안해서 미래세대들에게 엄청난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이다. (거품을 키운 것이 출산율저하의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들은 이밖의 영역에서도 수많은 암울한 현실을 일깨워준다. 앞으로 10년내에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든 타개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는다. 이어 위기는 곧 기회라는 식상하지만 지속적으로 인용되는 레토릭을 거쳐, 미래에 대한 준비과정을 나열한다.

그 과정에서 좀더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통찰을 주면 좋았을텐데, 과학기술과 혁신을 통한 해결책이 주로 나온다.

 

아직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작고 강한 민간 연구소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 그들은 대체로 합리적인 근거와 통찰로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사실에 근거한 문제의식과 예측, 대안들이 미래를 위한 좋은 밑거름으로 쓰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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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 - 더글러스 러미스의 평화론
C. 더글러스 러미스.쓰지 신이치 지음, 김경인 옮김 / 녹색평론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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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러미스의 <경제성장이 안되며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는 정말 좋은 책이다. 

신뢰가 가는 녹색평론사에서 더글러스 러미스의 새로운 책이 나왔길래, 정말 '냅다' 샀다.

읽으면서 강아지 귀처럼 접어놓은 페이지를 펴면서 그 부분들만 다시 읽어본다. 

(색깔이 다른 글씨는 나의 코멘트.)
 

- 놀이가 배양하는 변혁의 힘 

 : 기계적 장난감에 아이들을 금방 질리고 만다. 그럼 아이들은 일부러 장난감을 고장낸다.  

   고장을 냈을 때 비로소 놀이의 단계로 접어든다는 것을 아이들은 알고 있다.

 : 컴퓨터게임은 게임을 마든 사람의 상상력의 범위 안이라는 제한이 있다.

   그것을 가지고 노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게임의 시스템 안에서 움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만든 사람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놀이 방법을 발견하는 일은 일단 없다.

세상에는 거짓놀이들이 판을 치고 있다. 상상력과 창의력은 쏙 빠지고, 말초적 자극과 중독적 몰입만 강요하는 놀이들. 

 - 가난이 고통이라니, 정말일까?

 : 가난이 왜 고통스러운가 하면, 가난하기 때문에 싫은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안되고,

   관리나 억압에 저항하지 못하고 착취당하기 때문이다.

   상사가 아무리 보기 싫어도 이를 악물고 일해야하고, 경멸당하고 무시당해야 하니까 그것이 고통스러운 것이다.

   물질이 풍요롭지 않다는 것, 즉 가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관계의 문제다.
 

신자유주의가 강화되면서 우리의 일상은 얼마나 비루해 졌는가? 이런 젠장.
 

 - 마음의 식민지화 

 : 1960년에 이케다 수상은 소득 배증론을 주장했다. 일본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정치적인 방향이 아니라  소득이 배로 증가한다는 경제적인 방향으로 돌리도록 교묘하게 유도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최근 목표도 GDP 3만불 4만불 그런 거다. 환율변화만으로도 달성가능한 맹목적인...
게다가 GDP라는 지표도 삶의 질을 반영하지 못하는 형편없는 지표인 것을... 이런 것에 사람들의 삶을 바쳐야 하다니 안타깝다.
 

- 원자력 발전소가 정말 안전하다면 신주쿠에 세워라, 그럼 장거리 송전으로 전력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고,  냉각한 후에 나오는 뜨거운 물도 가정집으로 보내면 되지 않느냐고 말이다.
 

4대강이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후손들을 위해서 좀 남겨두어도 괜찮은 것 아닌가? 임기중에 다 해먹지 말고.
  

- 위기상태라는 함정

 : 토머스 홉스는 전쟁에 대한 정의에서 실제로 전쟁을 하고 있을 때와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상태를 모두 전장상태라고 불렀다.

 : 전쟁상태는 위기상태를 말하며, 지금은 위기 상태이므로 환경을 지키거나 자연을 보호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상태다.
 

 전쟁상태가 아닌 것이 평화이고, 이 때야 비로서 올바른 일들(이를 테면 생태학적 삶)이 일어난다. 이것이 바로 평화와 에콜로지의 교차점.
 

- 사티쉬쿠마르에 따르면 사람들은 '인간이 자연과 동떨어진 별개의 존재라는 착각'에 빠져있다. 
  자연의 일부인데 자연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자연과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이런 중대한 착각은 좀 곤란하다.

 - 경제학 개론을 들을 때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생산을 매년 늘리지 않으면 불경기 상태에 빠지고 만다고.

  나는 손을 들고 질문했다. 만일 소비자가 이거면 충분하다고 정해두고 매년 같은 양만 소비하면 어떻게 됩니까?

  교수는 싱글싱글 웃었다. 이간의 탐욕이라면 걱정 안해도 돼, 그것은 바닥이 없으니까.

  그렇구나, 그것이 바위처럼 단단하고 과학적으로 확실한 경제학의 기초였구나.

  하지만 기초라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바닥이 없는 것은 기초가 될 수 없다.

 경제학은 인간의 본성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경제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고민이 더욱더 절실하다. 

그것이 바로 경제학의 기초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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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바디스 한국경제 (이준구) - 이준구 교수의, 이념이 아닌 합리성의 경제를 향하여
이준구 지음 / 푸른숲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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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 바디스. 라틴어로 "어디로 가십니까?"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보기에는 제대로 가고 있지 않아 보여서 이런 제목을 지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제목은 출판사에서 지었을 확률이 높다.
저자인 이준구 교수의 생각을 요약해 놓은 것은 오히려 부제다. 
 

이념이 아닌 합리성의 경제를 향하여.
이념은 정책을 판단하는 잣대가 될 수 없다, 유일한 잣대는 합리성이다. (서문 중에서)
 

책에서도 빨간 색으로 씌인 저 문장들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이념과 역사가 종말을 고했다는 다니엘 벨이나 프랜시스 후쿠야마와 같은 학자들의 선언은 자본주의가 승리로 귀결된다는 선언이었다.
이념의 힘이 바람빠진 풍선처럼 약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합리성이 그 자리를 대체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러한 생각이야 말로 실용주의다. 중국의 등소평은 흰 고양이와 검은 고양이의 우화를 내세워 자신의 실용주의를 세상에 알렸다.
그리고, 한국에도 실용주의를 표방한 정부가 들어섰다. 그런데 이들의 실용주의는 대체 종잡을 수 없다.
모든 것을 시장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하고, 감세를 추진하고, 규제를 없애고,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모든 것에 경쟁원리를 도입하려 한다.
동시에,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벌이면서 재정지출을 하고, 환율시장에 공공연히 개입하며, 이슈가 되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개입하려 든다. 

이 근본없이 얼룩덜룩한 고양이는 단 한마리의 쥐도 잡지 못한다.
아니, 처음부터 그들이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쥐는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다수 국민들의 행복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그랬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쥐를 잘 잡은 것일게다.) 

서울대 경제학과의 이준구 교수는 이런 '실용'정부에 대해 복장이 터진다. 그래서 주류경제학을 신봉하고 가르쳤으며, 서울대 교수에다가 종부세도 내는 기득권 층이지만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다. 이 주류중에 주류인 우파 경제학자가 합리성을 추구하고,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글을 쓴다고 좌파 경제학자라는 소리를 듣는다. 살다살다 별이야기를 다 듣는군~! 싶으셨을게다. 

인상적이어서 줄쳐 놓은 부문을 같이 공유해 보자.  

(이준구 교수는 대운하, 종부세 무력화, 교육정책 등에 대해서 강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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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상품과 달리 주택은 소비의 대상이 됨과 동시에 투자의 대상이 된다는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다. 소비의 대상이 되는 상품은 가격이 높을수록 그 것을 소비하는 것과 관련된 기회비용이 당연히 높아지게 된다. 반면에 투자의 대상이 되는 상품은 현재의 가격 수준이 별 의미가 없고 앞으로의 가격동향이 핵심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이러한 성격때문에 주택가격이 일단 상승세를 보이면 수요가 더욱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종부세 정책에 대한 찬성과 관련된 내용, 67페이지)
 

- 종부세의 선의의 피해자들 즉 장기보유한 1가구 1주택 소유 은퇴자의 경우 : 종부세를 빚으로 쌓아 놓았다가 주택을 팔 때 원리금을 한꺼번에 상환하는 방법 / 양도세를 대폭깎아주는 방법 등, 79페이지

- 존 롤즈의 이론은 원초적 상황이라고 불리우는 가상적인 상태로부터 출발한다. 이 상황에서 사람들은 모두 무지의 장막에 가려있다. 사회에서 앞으로 자신의 위치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른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부편부당하고 공정한 태도를 위해 가정된 상황. 137페이지

- 미국에서 일부 진보진영 인사를 비꼬아 부르는 별명으로 리무진 리버럴이라는 말이 있다. 부자들이 진보적 정책을 지지하는 것을 아니꼽게 부르는 말이다. 140페이지 (샴페인 좌파, 강남 좌파와 동의어인 듯하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 국세인 종부세는 누진적 과세가 가능한 반면, 지방세인 재산세는 누진적 과세가 불가능하다. 재산세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부과 징수하는 세금이다. 146페이지 (종부세를 재산세로 흡수하는 것이 가지는 음모론적 성격을 밝힘) 


- 정보 경제이론의 시각에서 보며 교육의 주요한 기능은 단지 개인의 능력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주는데 있다. (207페이지) : 내신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의 선발에 대한 정보 경제이론 측면에서의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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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교수의 고민 : 너무나 상식적인 합리성에도 못미치는 우리 실용정부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대다수 국민의 대답 :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를 잘잡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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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데이비드 뱃스톤 지음, 나현영 옮김 / 알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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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래 제목은 Not For Sale 이다. 요즈음 세상에 사고 팔지 말아야 할 것도 있는가? 물론 있다.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첫번째로 '시간?' 하고 떠오르지 않았을까? (내가 그랬다.) 아니다.

시간은 사고 팔수 없는 것이지 사고 팔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다. (시간을 사고 팔 수 있었다면 엄청난 값에 거래가 되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의 답은 '사람'이다. '사람?' 어떤 사람들은 의아해 할 것이다. '사고 파는 사람이라면 노예?' 그렇다. 이 책은 노예이야기다. 

'노예는 링컨이 해방시키지 않았나? 용도 폐기된 단어 아닌가? 국민노예 정현욱 선수 말고도 있어?'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오늘 날(2007년에 발간) 이 세상에는 2700만명의 노예가 존재한다. (7페이지 - 케빈 베일스가 이끄는 단체 Free the Slaves 조사)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인신매매가 오늘날 세계에서 세번째로 돈벌이가 되는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281페이지)

(첫째와 둘째는 마약과 불법무기거래란다. 그런데 총이익 측면에서는 이 두개의 범죄를 능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모두 여섯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캄보디아와 태국, 남아시아, 우간다, 유럽, 페루, 미국 지역에서 벌어진 인신매매와 노예 상태에서 벌어지는 학대와 착취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어느 한 에피소드에서도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당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단 1초라도 감정을 이입해 보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태연하고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노예해방에 힘쓰는 국제정의선교회의 소명은 마태복음 7장 12절에 나오는 황금률의 실천이다.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 103페이지)

노예를 착취하는 자들의 수법은 매우 교활하다. 1차적인 형태의 물리적 학대에서부터 채무라는 올무를 씌워 평생(종종 대를 거쳐서)을 노예로 살게 만들거나, 종교적 체념, 가족에 대한 위협, 글을 읽을 수 없는 것을 이용한다. (1500만명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의 채무노예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교활함을 넘어서는 창의력과 열정을 가진 단체와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노예들을 구해내기 위해 창의적이고 주도 면밀한 접근을 한다. 예를 들면, 현지의 공권력이 노예주들과 결탁되어 있는지를 조사하거나, 자칫 노예제도를 강화할 수도 있는 돈을 주고 노예를 되사서 해방시키는 일을 하지 않거나, 해방된 노예들에게 교육과 일자리를 주는 등의 접근이다.

(이 책의 에피소드는 노예로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노예를 해방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단체나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다가, 마지막에 노예가 단체나 개인에 의해 자유롭게 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 책의 접근들에 다소 불편함을 느낀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전체적으로 야만의 공간에서 기독교정신을 가진 선진국의 영웅들에 의해서 구원을 받는 영화 '미션'류의 시각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에피소드는 예외)

노예제도는 사회의 안정성이 무너질 때 경제적 대안으로 등장해서 가난한 사람을 유혹하게 된다.(36페이지) 우리는 세계 곳곳의 경제적 불안이 자본의 논리만을 앞세운 신자유주의에 의해 발생한 것임을 알고 있다. 어찌보면, 병의 원인을 제공한 후 병자들에게 약을 구해주는 꼴이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헌신과 노력을 폄하하거나, 욕심많은 노예주들의 착취행위에 개인적인 책임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소명의식을 가진 단체나 개인의 활동도 물론 필요하지만, 좀더 구조적인 차원에서의 접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실용과 효율의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현대의 노예제도/ 인권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아래 사이트를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www.notforsalecampaign.org 낫 포 세일 캠페인  

www.antislavery.org 국제 반노예 연대
www.freetheslaves.net 프리 더 슬레이브
www.fairfund.org 인신매매 반대 대학연합 ccat
www.childrenofthenight.org 밤의 아이들
www.cms-uk.org 성공회 교회 선교회
www.catwinternational.org 여성 인신매매 반대연합
www.castla.org 노예와 인신매매 폐지를 위한 연합
www.hagarproject.org 하갈 / 캄보디아의 기독교계 개발 원조 단체
www.nightlightinternational.com 야간등 디자인
www.polarisproject.org 폴라리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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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의 아이들 (반양장)
히로세 다카시 지음, 육후연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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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오~~래 저 이야기이지만, 대학에 입학해서 1학년 1학기 때 들은 강의에서 느낀 감동을 아직까지 잊을 수가 없다.
'문학의 이해'라는 과목이었는데, 고등학생 티를 못벗은 내게는 일종의 지적 쇼크로 다가왔다.
그 당시 내게는 또래들에 대해 일종의 '지적 자만'과 같은 것이 있었는데....

티없이 자유롭고, 동시에 엄청난 지성을 소유하고 계셨던 교수님의 모습에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를 느낀 것이다.
낡은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을 받으며 수줍은 웃음을 짓고 계신 백발의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난 이 강의를 통해, '고수'를 직접 만났고 이후에는 내 생각이 남들의 생각보다 더 우월하고 옳다는 태도를 탈탈 털어 버렸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한 학기 강의였다. 그 주인공은 국문과 김인환 선생님이시다.

교수님은 언젠가 사람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을 소설로 쓸 수 있어야 진짜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소설이 다른 형태의 글쓰기보다 우월하다는 뜻은 물론 아니셨고, 자신이 알고 있는 개념들간의 관계(이론)에 대한 앎이 현실의 삶에 적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개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었다.
보편의 이론(앎)이 특수한 상황(삶)에 적용되면서 그 존재가치가 검증되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히로세 다카시의 '체르노빌의 아이들'이라는 소설은 이러한 "문학적 검증과정"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본래 소설가는 아니고, 저널리스트인 히로세 다카시 씨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건에 대한 정보를 세세하게 수집하였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체르노빌 사고에 대한 정확한 정보들이 히로세씨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비극적 사고에 대한 진실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체로 은폐되거나 완화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히로세씨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체르노빌에 대한 모든 정보를 '소설'로 쓰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복잡다단한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있게 만든 프로세스의 오류나 피해에 대한 설명 등은 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규명한다고 해도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없다는 것도 계산했을 것이다.

평화소설 '체르노빌의 아이들'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 소설에서 소설가가 쓴 극적인 구조나 기교있는 문장력같은 것들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뒤 벌어지는 참혹한 피해의 과정이 세세하고 담담하게 묘사되어 있다.
한 가족의 비극적 이야기는 마치 이웃의 피해(당장 내게도 닥칠 수 있는...)와 같이 다가온다.

원자력 발전은 결코 청정한 그린에너지가 아니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을 기반으로 사탕발림되어 있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어떠한 긍정적 이야기도 믿어서는 안된다. Risk는 감수하기보다는 회피하는 것이 올바른 전략이자 태도이다. 특히 그 위험이 클수록 말이다.

이 서재의 이야기가 너무 추상적이어서 공감을 얻을 수 없는가? 그렇다면, '체르노빌의 아이들'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한 가족의 특수한 이야기는 공감을 주고, 그 공감을 통해 보편적 태도를 형성하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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