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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생태학
폴 호켄 지음, 정준형 옮김 / 에코리브르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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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 평생 읽은 책 중에 가장 좋은 책 10권 안에 드는 책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뭔가 진정으로 좋은 것을 선물하고 싶다면 이 책을 선물할 것을 권한다.
 
이 책을 산다면 저자와 역자, 출판사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작용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또 다시 이런 좋은 책을 쓰고 펴 낼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받는 사람이 최소한의 생태학적 관심과 지적 능력만 있다면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하는 당신을 다른 눈으로 볼 것이다. 자신의 지식수준과 사회적 평판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길!
-  양서구매 행위가 갖는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측면의 Incentive 시스템.
 
이 책의 저자 폴 호켄은 위에서 말한 책을 구매하는 행위가 엮여있는 시스템과 같은 생태학적 시스템을 디자인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는 산업 사회가 자연과 미래의 후손들에게 지고 있는 거대한 빚을 갚을 방책을 고민하고, 구체적인 채무 탕감의 시스템을 제시한다. 그 시스템이 우리가 딛고 있는 공고한 자본주의적 현실과 완전히 다른 망상이 아니라는데에 다시 한번 경이를 표한다.
(이 책의 원제목이 The Ecology of Commerce라는 사실에 주목할 것!)
 
다른 한편으로는 내내 안타까웠다. 이 책이 쓰여진 것이 1993년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이렇게 오래 전에 나온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생태학적 문제들의 인식과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한 경제시스템의 변화는 거의 하나도 이루어진 것이 없는 듯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통령은 교토협정을 무시하고, 산유지를 침공하고, 거대기업의 비위 맞추기에 분주하다. 환경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관심을 가진 앨 고어가 당선되었다면 정말 세상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미국이 가장 에너지 소모적인 경제시스템을 가지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제조하는 유일의 초강대국이라는 점에서...)
 
요즈음의 시장과 자유, 자본주의는 그 자체로 신성한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오 마이 갓!) 사회주의의 도전을 욕심에 근거한 효율성을 무기로 이겨내고, 소비자들에게는 더 싼 가격에 더 좋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한다. 사람들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풍족하게 누리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즐기는 것의 이면에는 자원의 고갈과 환경오염, 양극화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더 싼 값에 더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다는 이 사실은 더할 수 없이 반가운 복음이기만 한 것일까? 수억년의 시간이 쌓여서 생성된 화석연료를 불과 백여년만에 모두 쓰는 것에서 오는 것은 번영이 아닌 환영일 뿐이다. 저자에 의하면 지구는 10억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탄소의 '폭탄 세일' 중이다.
 
사람들의 욕심과 무한경쟁을 통해서 비롯되는 눈먼 효율성은 자원을 바닥내고 있고, 바닥나는 자원은 희소해지고, 희소한 자원의 가치는 높아지고, 높은 가치의 자원에 대한 착취는 가속화되고 있다. 이 대책없는 욕심의 물꼬를 바꿀 시스템을 과연  설계할 수 있을 것인가?
 
있단다. (게다가 설득력도 겸비하고 있다.)
 
시스템의 간단한 진실은 실질비용과 가격의 통합에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피구(Pigou)는 생산자가 자신들이 야기한 오염, 질병, 환경 파괴를 비롯한 생산의 모든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한 시장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며, 생산자가 가격에 반영하지 않은 비용만큼 교정과세를 하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생산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게 되면 생산자는 되도록 역기능을 줄여 비용을 낮추려 할 것이라는 것이 피구의 이론이다. (놀라운 역발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제몫 찾아주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놀랍다.)
 
예를 들면, 석유 등 화석에너지들의 비용은 단지 그것의 채취와 정제, 유통에 드는 직접비용만이 아니라 그것이 야기하는 환경오염에 대한 비용까지 내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환경세를 매겨서 비용을 생산자가 지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생산자는 단순히 직접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어떻게하면 효율적으로 자원을 채취할 것인가 하는 착취적 노력.)을 간접비용의 절감(어떻게 하면 환경오염을 줄일 것인가? 혹은 간접비용이 거의 없는 청정에너지를 대체생산하려는 보전적 노력)에도 효율의 손길을 뻗쳐 혁신적인 성과를 거두게 된다.
 
피구 조세는 벌금이 아니다. 외부 비용을 가격에 포함시키려는 목적은 기업들에게 더 큰 부담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착취적 방식으로의 혁신이 아닌 보전적 방식으로의 혁신 말이다. 무엇이든 싼 가격이 바람직하다고 여겼던 우리의 시장의 논리에 무조건 싼 가격이 아니라 적당한 가격이 바람직하다는 단순하고도 명석한 논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의 활동이 위축되어 고용이 줄어들고, 물가는 높아지고,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가 덜 해지는 것이 아닌가? 궁금한 사람들에게도 저자는 친절하다. 기업이 하는 혁신의 노력을 통해 오히려 고용은 증대되고, 환경세로 들어온 세수 만큼 근로소득세 등 다른 세금을 낮출 수 있으며, 오염된 환경 속의 과잉생산이 낳는 일시적 물질적 풍요가 회복을 위한 경제체제로 인해 깨끗해진 환경 속에서 적정한 생산과 소비를 하면서 얻는 정신적 풍요로 바뀐다는 것을 말해줌으로서 말이다.
 
저자는 환경세 외에도 쓰레기를 내놓지 않는 생산시스템, 태양에너지 등 청정에너지 기반의 경제시스템, 자원공기업 등등의 비지니스와 생태주의의 공존을 모색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와 실질적인 대안을 흥미롭게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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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의 귀환 - 신자유주의의 우주에서 살아남는 법
김태권 지음, 우석훈 / 돌베개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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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이 만들고, 우석훈이 보충한 경제학 만화책 "어린왕자의 귀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체적으로 다소 아쉽다. 아마도 기대가 굉장히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왜 나는 이 책에 대해 높은 기대를 가지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2009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인 나는 나의 일상에서 일종의 '비루함'을 느낀다.
통장에는 과거보다 잔고가 늘었고, 따라서 구매력도 늘었지만 과거보다 '자유롭다'고 느끼지 못한다.
안전망이 치워진 외줄에 구차하게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은 뭔가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면 정보를 수집하게 마련이다.  그것이 확실하지 않을 때면 더더욱 그렇다.

난 나를 속박하고, 나를 비루하게 만들고, 나를 두렵게 만드는 것에 대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공포경제학자라는 별명을 지닌 우석훈의 대안경제 시리즈 네권 (88만원세대, 조직의 재발견, 촌놈들의 제국주의, 괴물의 탄생)과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직선들의 대한민국>,불온서적을 지어낸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쾌도난마 한국경제>, <국가의 역할>, <개혁의 덫>, 칼 폴라니를 소개하는 홍기빈의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김규항, 박노자의 책들과 블로그들, 녹색평론사와 에코리브르에서 나온 책들, 나오미 클라인의 <쇼크 독트린>,인터넷 논객들의 <공황전야>, <흐름을 꿰뚫어 보는 경제독해>, 임종인의 <법률사무소 김앤장>, 김두식의 <불멸의 신성가족>, 강주성의 <대한민국 병원사용설명서>, 제레미 리프킨의 <유러피언드림>, 마이클 루이스의 <라이어스 포커>,프랭크 파트노이의 <전염성 탐욕>, 리처드 세넷의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 나카타니 이와오의 <왜 자본주의는 무너졌는가>, 이정전의 <우리는 행복한가>, <시장은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 등 앞으로 읽을 책들도 비슷한 주제의 책들이 많다.


이 책들을 읽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나름의 비판적 시각이 확고히 자리 잡게 되었고,
"무슨무슨 주의"라는 것이 생활인의 일상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구나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로 인해 바빠진 사람들에게는 위에 나열한 책들을 읽을 시간과 노력이 그렇게 많지 않다. 독서를 통한 새로운 앎의 문턱이 너무나 높은 것이다.

난 이러한 (비극적인) 이야기를 좀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딱딱한 사회과학 서적의 모습이 아닌 소설이나 만화와 같은 접근하기 쉬운 형식의 읽을 거리가 중요하다고 여겨왔다. 그래서 김영하의 <퀴즈쇼>나 주원규의 <열외인종 잔혹사> 같은 책들이 눈에 띄면 재빨리 사서 읽어보곤 했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만화로 된 이 책 <<어린왕자의 귀환>>의 출간 소식을 알았다. 게다가 우석훈이 책에 동참했고...
부제인 "신자유주의의 우주에서 살아남는 법"까지 완벽했기에... 나의 기대는 높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만화라는 형식이 갖는 가장 큰 미덕은 접근성과 속도감이다.
빽빽한 글은 오직 상징으로만 이루어져 있기에, 실체를 그대로 묘사한 그림과는 그 접근성에서 차이가 있다.
(생물학적으로 당연하다고 본다.)

그런데 김태권의 그림은 아주 매력적이지 않고, 글도 아주 논리적이지는 않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읽었다는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에 기대어 친숙도를 높이려고 했지만 그것 역시 만만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일상적인 사례에서 오는 공감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맑시즘의 용어들을 설명하는 것에 신경을 더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는 출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신자유주의가 나의 일상에 어떤 방식으로 군림하려드는지에 대한 것을 시각화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작가의 치열한 문제의식과 생각의 깊이가 더해져서 좀더 목적에 가까운 차기 작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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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희망이다 - 혼돈의 시대, 한국의 지성 12인에게 길을 묻다
김수행 외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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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희망이다"  책 이름이다.

시사저널에서 표현의 자유를 찾아 독립한 사람들이 만든 시사잡지 '시사인'이 첫번째 단행본으로 출간한 책이다.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점점 더 양극화되고, (다양성은 유지하는) 사회적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분열이 심화될수록, 이 책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도 양극단으로 나뉠 것 같다. 한 편에는 이렇게 혼돈스럽고 살기 힘겨운 시대를 진단하고,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통찰을 주는 훌륭한 읽을거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다른 한 편에는 이 시대를 혼돈의 시대가 아니라고 여기고, 기존의 질서를 따르지 않는 시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꽤나 지독한 혼란의 시대라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의 저자들의 시각에 동조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지금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주된 사고의 틀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저자들은 생태학, 정신의학,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비판적이다. 이른바 "비판적 지식인"들의 강연을 모은 책이다. 비판적 지식인이라는 단어는 많이 듣는 관용구이지만, 사실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양립하기 쉽지 않은 개념들의 조합이다. 지식인들이라면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고, 전문지식은 곧 권력 혹은 자본으로부터의 유혹의 대상이다. 이 지식인들은 자신의 신념을 권력과 자본의 방향과 일치시키기만하면 훨씬 풍요롭고 안락하게 세상을 살아갈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러한 개인의 안락함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시대이기에 그렇지 않다고 해서 크게 흠이 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이들은 시대에 저항한다. 그것이 정의롭지도 않고, 장기적으로는 자기 자신에게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태어나기를 그렇게 정의롭게 태어난 것은 아니다. 단지 그들은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있을 뿐이다.)

 

녹색평론 출판인 김종철, 정신과의사 정혜신, 경제학자 김수행, 사회인류학자 조한혜정, 역사학자 서중석.

이들은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오랜 공부를 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각자의 관점에서 이 시대를 '위기'라고 정의한다.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위기에 가장 근본적인 진단을 하고 있는 분은 김종철씨의 생태학적 시각이라고 본다. 그는 현재의 "자본의 방종과 냉정"에 대해 "농적 가치"로 돌아간다. 농업적 가치? 우리가 흔히 비웃는 그 농업적 근면성? 맞다. 그 농업이다. 그의 시각은 여섯개의 강의 중에 가장 촌스럽고,가장 이상적이고, 가장 멀리 와 있다. 하지만 그 의아함을 뒤집어 보면 우리가 사는 사회가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에서 그만큼 멀리 떨어져 나온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참 쉽게 읽힌다. 강연을 기초로 만들어졌으므로 구어체의 문장으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연자 여섯 외에 또 다른 여섯 명의 훌륭한 바람잡이들 (이문재, 김어준, 정태인, 우석훈, 하승창, 정해구 씨)은 독자들이 궁금해 할 내용을 잘도 물어봐 준다.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 바깥에 있는 또 다른 진실을 '알아가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열두명은 아주 훌륭하게 그것들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 있다. (책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까 조심스럽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창의적인 표지 디자인이다. "거꾸로, 희망이다"라는 책 제목을 기막히게 시각화 했다. 위의 책 표지를 보자. 두 팔을 벌린채 암울하게 추락하고 있는 한 남자의 그림자가 있다. 하지만, 책 제목대로 거꾸로 돌려보면? 추락하던 남자는 곧바로 점프하며 환호하는 희망이 가득한 남자로 바뀌게 된다.

"거꾸로~! 희망인 것이다~!" 표지 디자이너는 이러한 생각으로 디자인을 했을 것이다. 기막히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의 뒷면이다. 뒷면에도 이 추락하는 남자의 그림자가 작은 크기로 그려져 있다. 디자인 컨셉에 대한 추론이 맞다면 뒷면의 작은 남자는 거꾸로 돌려 환호하는 모습으로 디자인 했어야 한다. 그래야 이 책을 다 읽으면, 절망 속에 추락하는 남자가 책의 내용에 의해 희망으로 바뀐다는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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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외인종 잔혹사 -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주원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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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의 주된 관심사는 "신자유주의와 일상의 비루함"이다.

무슨 무슨 주의라는 거대한 이념이 어떻게 사람들의 일상에 구체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영향을 미치는가가 궁금한 것이다.

확실히 신자유주의는 우리의 일상을 많이 바꾸어 놓았고, 정신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우리의 일상은 비루해졌고, 우리의 정신은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14회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한 "열외인종 잔혹사"라는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오락가락 하면서 나의 눈길을 끌었다.

비루한 일상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정신을 가장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르는 바로 소설이다.

게다가 주인공들은 노숙자, 백수, 반공 보수 할아버지, 불량한 청소년 등 소위 말하는 사회의 주류에서 열외로 벗어난 사람들이란다.

이들이 엮어내는 아수라장을 한번 엿보고 싶은 마음에 냉큼 구매했다.

 

숨가쁘게 넘어가는 300여 페이지 속에 있는 기발한 구성과 독특한 상상력, 감칠맛나는 문장 구사능력.

상상을 극단으로 밀어부치는 자신감은 대단한 과장법으로 승화되었고, 일종의 컬트 소설로 완성되었다.

등장 인물들의 비루한 일상과 개연성 있는 에피소드가 1부를 구성하고 있고,

2부는 승자독식에 패자부활전 없는 사회를 지독한 난장판으로 표현한다.

 

이런 구성과 내용은 김영하의 장편소설 <퀴즈쇼>와 상당히 유사한 면이 있다.

물론 <퀴즈쇼>가 조선일보에 연재되었고,

<열외인종 잔혹사>가 한겨레 신문사에서 상을 받고 한겨레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점은 유사한 점이자 서로 대비되는 차이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신문사의 선호를 떠나서 퀴즈쇼 보다는 열외인종 잔혹사를 더 재미있게 읽었다.)

소설 속 분위기는 12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인 <캐비닛>과도 유사하다.

 

이러한 다소 기괴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소설들이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수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자유로워야 할 소설가들의 정신에 억압적인 사회분위기가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독자들이 과장하지 않으면 반응하지 정도로 이상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일까?

하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짖굳은 아수라장은 2009년 여의도 모 처에서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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