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데이비드 뱃스톤 지음, 나현영 옮김 / 알마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원래 제목은 Not For Sale 이다. 요즈음 세상에 사고 팔지 말아야 할 것도 있는가? 물론 있다.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첫번째로 '시간?' 하고 떠오르지 않았을까? (내가 그랬다.) 아니다.

시간은 사고 팔수 없는 것이지 사고 팔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다. (시간을 사고 팔 수 있었다면 엄청난 값에 거래가 되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의 답은 '사람'이다. '사람?' 어떤 사람들은 의아해 할 것이다. '사고 파는 사람이라면 노예?' 그렇다. 이 책은 노예이야기다. 

'노예는 링컨이 해방시키지 않았나? 용도 폐기된 단어 아닌가? 국민노예 정현욱 선수 말고도 있어?'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오늘 날(2007년에 발간) 이 세상에는 2700만명의 노예가 존재한다. (7페이지 - 케빈 베일스가 이끄는 단체 Free the Slaves 조사)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인신매매가 오늘날 세계에서 세번째로 돈벌이가 되는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281페이지)

(첫째와 둘째는 마약과 불법무기거래란다. 그런데 총이익 측면에서는 이 두개의 범죄를 능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모두 여섯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캄보디아와 태국, 남아시아, 우간다, 유럽, 페루, 미국 지역에서 벌어진 인신매매와 노예 상태에서 벌어지는 학대와 착취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어느 한 에피소드에서도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당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단 1초라도 감정을 이입해 보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태연하고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노예해방에 힘쓰는 국제정의선교회의 소명은 마태복음 7장 12절에 나오는 황금률의 실천이다.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 103페이지)

노예를 착취하는 자들의 수법은 매우 교활하다. 1차적인 형태의 물리적 학대에서부터 채무라는 올무를 씌워 평생(종종 대를 거쳐서)을 노예로 살게 만들거나, 종교적 체념, 가족에 대한 위협, 글을 읽을 수 없는 것을 이용한다. (1500만명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의 채무노예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교활함을 넘어서는 창의력과 열정을 가진 단체와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노예들을 구해내기 위해 창의적이고 주도 면밀한 접근을 한다. 예를 들면, 현지의 공권력이 노예주들과 결탁되어 있는지를 조사하거나, 자칫 노예제도를 강화할 수도 있는 돈을 주고 노예를 되사서 해방시키는 일을 하지 않거나, 해방된 노예들에게 교육과 일자리를 주는 등의 접근이다.

(이 책의 에피소드는 노예로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노예를 해방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단체나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다가, 마지막에 노예가 단체나 개인에 의해 자유롭게 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 책의 접근들에 다소 불편함을 느낀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전체적으로 야만의 공간에서 기독교정신을 가진 선진국의 영웅들에 의해서 구원을 받는 영화 '미션'류의 시각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에피소드는 예외)

노예제도는 사회의 안정성이 무너질 때 경제적 대안으로 등장해서 가난한 사람을 유혹하게 된다.(36페이지) 우리는 세계 곳곳의 경제적 불안이 자본의 논리만을 앞세운 신자유주의에 의해 발생한 것임을 알고 있다. 어찌보면, 병의 원인을 제공한 후 병자들에게 약을 구해주는 꼴이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헌신과 노력을 폄하하거나, 욕심많은 노예주들의 착취행위에 개인적인 책임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소명의식을 가진 단체나 개인의 활동도 물론 필요하지만, 좀더 구조적인 차원에서의 접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실용과 효율의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현대의 노예제도/ 인권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아래 사이트를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www.notforsalecampaign.org 낫 포 세일 캠페인  

www.antislavery.org 국제 반노예 연대
www.freetheslaves.net 프리 더 슬레이브
www.fairfund.org 인신매매 반대 대학연합 ccat
www.childrenofthenight.org 밤의 아이들
www.cms-uk.org 성공회 교회 선교회
www.catwinternational.org 여성 인신매매 반대연합
www.castla.org 노예와 인신매매 폐지를 위한 연합
www.hagarproject.org 하갈 / 캄보디아의 기독교계 개발 원조 단체
www.nightlightinternational.com 야간등 디자인
www.polarisproject.org 폴라리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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