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비타 악티바 : 개념사 20
홍기빈 지음 / 책세상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子曰 吾嘗終日不食 終夜不寢 以思 無益 不如學也 

논어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인데, 종일 자거나 먹지 않고 생각을 해봤지만, 이로움이 없어서 배우는 것만 못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 말씀은 생각하기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고, 배우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이익이되는 지에 대한 강조일 것이다.

 

경제학자 홍기빈씨가 책세상이라는 출판사의 새로운 기획인 Vita Activa시리즈에서 '자본주의'라는 책을 냈다.

자본주의의 개념을 정리해 낸 150페이지 정도의 얇은 책인데, 나는 이 책을 읽고 위에 적은 공자님 말씀이 떠올랐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치열한 공부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고, 그의 오랜 고민의 정수를 하루 이틀 사이에 배우는 것이 다소 염치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움직이는 시스템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확히 이해하려면, 먼저 그것의 개념을 정의해야 한다.

저자는 우리 생활에서 모호하게 쓰이는 자본 - 자본가 - 자본주의라는 개념을 '생산','화폐','권력'이라는 틀을 통해서 정의하고 있다.

사회과학의 거장들이 쓴 주요 저작을 섭렵하고, 분석의 틀에 위치를 잡는 것이 마치 바둑판 위에 돌을 올려놓는 고수의 손길과 같다.

예를 들면, 마르크스와 리카도는 '생산으로서의 자본' 이라는 선 위에, 좀바르트와 베버는 '화폐로서의 자본'이라는 선 위에,

브로델과 베블런은 '권력으로서의 자본'이라는 선 위에 정리해 놓는 식이다.

물론, 거장들의 생각이 출현한 역사적인 맥락을 친절히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는데,

이런 풍성한 내용이 모두 놓여진 바둑판의 모습은 아름다워 보일 정도이다.

('자본주의'에 대해서 식음을 전폐하고, 밤새워 생각을 해본들 이런 명확한 지식과 생각의 틀을 갖춘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 - 세상을 지배하는 브랜드 뒤편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나오미 클라인 지음, 이은진 옮김 / 살림Biz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출간 10년을 맞아 재출간된 나오미 클라인의 No Logo. 다 읽은 후 제프리 삭스의 '빈곤의 종말' 옆에 꽂아 두었다.

ㅋㅋ 이 무슨 악취미인가? 복거일의 책과 조정환의 책을 같은 박스에 배달 시키고, 김규항 책과 공병호 책을 나란히 두는 꼴이다.

No Logo의 후속작인 '쇼크독트린'에서도 나오미는 제프리 삭스를 맹렬히 비난한 바 있는데, 이 책에도 제프리 삭스 이야기가 조금 나온다.

왜 이 명석한 저널리스트는 경제계의 슈퍼스타를 비난하고 있는가? 600여 페이지에 담긴 내용은 그럴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나오미 클라인은 70년생의 여성 저널리스트이다. 10년 전이면 이 책을 만 서른 살에 쓴 셈이다.

그녀는 이 책에서 브랜드를 통한 경영활동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가는지를 집요하게 파고 들고 있다.

현장 취재를 통한 충분한 근거자료를 제시하면서 훌륭한 저널리즘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

 

600페이지가 넘게 하는 이야기를 간단한 논리로 설명해 보면 이렇다. (내가 이해한 것들을 나의 언어로 각색하여 적어 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온갖 브랜드로 넘쳐난다. 상업공간이 아닌 학교에도 브랜드 로고를 붙인 자판기가 설치될 정도이다.

수많은 브랜드가 생긴 이유는 우리가 익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익명의 시대에는 누군가 엉터리 물건과 서비스로 나를 속일지 모른다. 예전 작은 골목 안에 공존하던 빵집 김씨 아저씨나 나물을 파는 이씨 아줌마, 두부집 박씨와 같은 상인이자 이웃들은 고객들을 속일래야 속일 수 없다. 장사 하루이틀 하고 말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량생산 대량소비 익명의 시대가 되자 이런 소규모 가게들이 하나 둘 없어지기 시작했다. 익명의 생산/판매자에게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신뢰할 만한 브랜드에 손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렇다. 브랜드가 주는 가치는? 신뢰다.

(브랜드가 발전하면서 그 브랜드가 갖는 특정한 이미지와 라이프스타일을 구매하는 소비의 단계까지 이르렀다.)

 

이제 기업들은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주력하기 시작했다. 기업은 제품 자체보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 엄청난 자원을 투자한다.

그런데 이 당연해 보이는 과정에서 맹점이 생긴다.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한정된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데...

브랜드를 알리고 발전시키는데 자원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제품 자체에 대해 들어갈 자원이 줄어 들게 된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마침 정보통신과 운송이 발달하고, 세계화가 충분히 진행되어서 제조를 위한 값싼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슈퍼 브랜드를 가진 기업들은 자사 제품을 가장 싼 인건비를 가진 나라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난감을 받은 아이가 Made in China가 찍힌 장난감을 보고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는 중국 사람이야?" 물었다는 유머가 생각난다.)

 

가장 큰 이윤을 위해서, 가장 싼 노동력을 찾아드는 자본의 논리가 그 잔인한 칼날을 드러내는 지점은 브랜드의 로고였던 것이다.

나오미 클라인은 그래서 책 제목을 No Logo라고 지었다. 이 책이 성공하자, 사람들이 No logo라는 상표권을 획득하라고 조언을 했단다.

물론 나오미 클라인은 그런 일을 하지 않았지만, 역시 차갑고 무서운 자본의 논리에 또 한번 놀라고 만다.

(일본에서는 무지루시=무인양품이 No Logo의 철학으로 성공했다. 물론 이 브랜드는 "브랜드가 없다"는 브랜드를 가졌다.)

 

이제, 나오미 클라인이 제프리 삭스를 비난하는 대목을 살펴보자. 나오미 클라인은 세계의 공장에서 어린 여자아이들이 허리를 펴지 못하고, 아디다스 축구공을 꿰매고, 나이키 운동화의 접착제에 중독되는 것을 취재했다. 초기의 제조업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고, 중화학 공업과 IT 산업까지 발전시킬 수 있었던 한국이나 대만과 같은 나라는 비교적 빨리 경제 발전의 사다리에 오른 것임도 깨달았다. (물론 몇몇 예외적 국가들이 있기도 하겠지만....) 고된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금전적 보상도, 교육을 받을 시간도 없는 그들에게 제프리 삭스가 주장하는 단계적 경제 발전론이 일종의 허구라는 것을 직시한 것이다.

(이후 자본의 논리가 자본의 자유가 세상을 뒤덮게 되는 과정을 그린 '쇼크 독트린'을 집필하면서, 그러한 신자유주의가 퍼져나가는데 제프리 삭스가 일조했다는 것을 알고는 더욱 분노했을 것이다.)

 

난 나오미 클라인의 "No Logo"를 10년이나 지나서 읽었다. 왜 그랬을까? 나오미 클라인이라는 브랜드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나오미 클라인의 책을 찾아 읽는 사람으로 규정되고 싶은 것일 지도 모른다.)

그녀의 책은 믿고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신뢰는 그녀의 책이라는 상품 자체가 훌륭했기에 생기는 신뢰이다.

이럴 경우 브랜드는 훌륭한 구매 가이드 역할을 해 준다.

쏟아지는 정보와 한정된 인간의 인지적 용량을 고려할 때 브랜드가 갖는 아주 긍정적 측면이다.

 

우리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면서 살 수 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많은 돈이 투자된 브랜드와 로고의 이면에 내재할 수 밖에 없는 무서운 논리에 공감한다면....

자나깨나 브랜드 조심~! 꺼진 브랜드도 다시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화를 창조하는 새로운 복제자 밈
수전 블랙모어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화에도 DNA가 있다~! 생물학적 시각으로 바라본 훌륭한 문화분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성의 사랑학
목수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문명의 억압적 속성과 개인의 에로스적 속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이 필요한 것일까?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얀 그레스호프는 "좋은 책이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 게 아니라, 무엇을 앗아가야 한다. 우리가 확신하는 어떤 것을" 이라고 좋은 책을 정의했다. 이 정의에 따르자면 말콤 글래드웰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는 아주 좋은 책의 범주에 속한다. 글래드웰은 이 책을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에 대해 우리가 확신하는 것들을 세련되고 지적인 형태로 빼앗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잡지 New Yorker에 기고되었던 글들을 모은 결과물이고, 글의 범주는 '문학적 저널리즘'에 속한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인물들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 마치 소설과 같다. 이런 문학적 방식은 글에 접근하는 문턱을 낮추어 주고, 쉽게 끝까지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게다가 단순한 정보와 지식을 넘어서는 통찰을 담고 있으며, 그 통찰에 대한 확실한 근거들이 제시된다는 점에서 저널리즘의 기능 역시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이 책의 독자로서 내가 빼앗긴 '확신'들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 시장을 뒤흔드는 무작위적 사건에 인내심과 확신을 가지고 투자하는 투자가들의 논리

 : 블랙스완의 저자이자 월가의 투자가인 나심 탈레브의 이야기다. 그는 주가는 통계적 질서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같은 금액의 수익과 손실에 대한 대부분의 투자자들의 생각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생기는시장을 뒤흔드는 무작위적인 사건(데이비드 흄이 말한 검은 백조)이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Fat Tail에 대해서 옵션을 매수한다. 평소에는 소소하게 잃지만, 무작위 사건이 발생하면 많은 수익을 얻게 된다. 확신과 인내가 놀랍다.

- 문화적으로 규정되는 여성들의 몸

 : 1960년 미국에서 여성들의 호르몬을 조절하는 방식의 피임약 판매가 승인된다. 피임약을 둘러싸고 종교적, 윤리적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연 이제 더 이상 다산을 하지 않는 문화적 특질에 의해 여성들의 권리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학자 스트라스만은 평생 생리 횟수가 100번에서 400번으로 늘어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이야기 한다. 예를 들어, 과거보다 잦아진 생리횟수가 난소암과 자궁내막암, 유방암의 증가를 가져오고 있다. 생물학적으로는 다산을 위해 진화된 여성의 몸은 문화에 의해 새롭게 규정되어야 한다.

- 퍼즐과 미스터리의 차이, 위축과 당황의 차이

 : 퍼즐을 풀기 위해서는 정보가 더 많아야 한다. 반면 미스터리는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에 의해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이제 정보를 수집하는 첩보원의 시대는 가고, 많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분석하는 분석가의 시대가 온다.

 : 위축은 너무 많은 생각으로 초보자처럼 돌아가게 되는 것이고, 당황은 머릿속이 텅 비어 버리는 상태를 말한다. 

- 조숙한 천재라는 신화에 반하는 대기만성형 천재들의 이야기

 : 하늘이 내린 어린 천재들과 상반되는 대기만성형 천재들이 많다. 오랜 시간에 걸쳐 꾸역꾸역해나가는 그들의 꾸준한 노력이야 말로 진정 하늘이 내린 재능이 아닐까?

- 차별화와 지지라는 맥킨지식 인재경영 논리의 허울

 : 역사상 가장 쓰레기같은 기업으로 기억될 엔론의 인재경영은 맥킨지의 차별화와 지지라는 논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 프로파일링이 얼마나 범죄 수사에 도움이되는가에 대한 상식

 : 기막힌 프로파일러들의 활약을 통계적인 눈으로 보면 허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한다. 전설적인 프로파일러의 활약만 기억에 남게 될 뿐더러, 한개의 사건 내에서도 맞는 것만 남겨지게 된다는 것이다. (통계를 비웃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확률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이러한 사람들은 나중에 남들에게 비웃음을 받을 것이다.) 

 심리학의 결과물들을 아주 흥미롭고 쉽게 독자들에게 해석해 주는 말콤 글래드웰은 마치 어려운 기술을 잘 해석한 후 조형이라는 시각언어로 풀어내는 탁월한 디자이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