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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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신. 마지막 몇십페이지에서 미적미적 끝을 보지 못해오다가 마침내 지난 일요일에 다 읽었다. (해를 넘겨 읽었다.)

물론 본문만 575페이지나 되는 이 책의 등은 마치 르브론 제임스의 등짝만큼이나 우람하여,

이웃해 있는 책에 기대지 않고서도 혼자서도 충분히 서 있을 정도이다. 그렇게 오래 읽을만한 분량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내가 미적미적 끝내지 않은 이유는 무의식적으로 이 책을 내 침대 곁에 계속 두고 싶어서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최인훈의 '광장'이라는 소설을 읽을 때 남아있는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까웠던 기억만큼은 아니었지만...

이 책은 소설이 아니지 않은가? 무려 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을 바탕으로 종교를 비판한 책이란 말이다. 그만큼 이 책은 대단하고, 강렬하다.

 

많은 종교인들은 이 책의 제목을 보고도 기겁을 할 것이다. 불경하게도 감히 <만들어진 신>이라니....! 부르르...

인간이 신을 만들었는가? 신이 인간을 만들었는가?

도킨스는 끝없이 반복되었던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작정하고 풀어낸다. 만들어진 신이라는 단호한 제목아래 말이다.

(물론 영어제목은 The God Delusion으로 더욱 더 과격하다. 원래는 Relusion이라는 말을 쓰려고 했단다. 종교+망상이라는 신조어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특히 기독교인들)은 리처드 도킨스를 '빈정거리는 악마'라고 말할 것 같다.

하지만 진정한 종교인들이라면 평생 한번쯤은 읽어봐야 하는 책임에 분명하다.

지금 이 스테디셀러를 반값에 세일하고 있다. 절호의 기회이다. 나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도킨스는 흔히 종교의 미덕 혹은 무신론의 악덕이라는 일반적 통념을 차례로 되짚으며 모두 깨부순다. 그것도 산산조각으로.

특유의 빈정거림을 곁들이는데 반박할 수 없겠다 싶은 경우가 많다. 게다가 성경에 대한 지식도 풍부하다.

(옮긴이가 도킨스를 러셀과 비교했는데 나도 옮긴이의 글을 읽기 전에 많은 부분에서 러셀을 떠올렸다.)

 

내 주위에도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고등학교 때 미션스쿨에 다닌 관계로 여러모로 기독교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소위 '믿음이 좋은' 어떤 분은 내게 신앙으로 세상을 살아야지 理性으로 세상을 살아가면 안된다고 말한다.

그 때 나는 신학대학을 나와서 예수전을 쓴 김규항의 블로그에서 본 기막힌 말을 떠올렸다.

 

영성은

합리성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지

합리성에조차 못 미치는 게 아니다.

 

종교를 가진 사람일수록 과학공부도 열심히하고 합리성에 대한 수련을 게을리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열심히 믿는 "신"을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이다.

 

솔직히 종교에 대한 반박은 여러차례 접해서 새롭지는 않았다. 그런데... 마지막 도킨스의 부탁은 새롭게 마음에 와 닿는다.

아직 분별심이 적은 어린 아이들에게 종교라는 틀을 빨리 씌우지 말자는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일종의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종교를 갖는 것은 자유다. 믿는 것도 자유다.

하지만 그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책의 자세한 내용은 아래 서평을 참조하길 바란다.

http://blog.naver.com/kksxx12/120094154413

후배가 쓴 서평인데, 꼼꼼하고 보기 쉽게 정리했다. 다소 길지만 원래 책은 575페이지가 아니던가?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 지독한 책을 아예 읽지 않았다면 모르겠거니와, 읽은 후에 반드시 반박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그 반박은 아주 논리정연해야만 한다.

도킨스는 책에서 내내 '그냥 모르는 채로 남겨두고 믿으라고 하는' 태도에 대해서 비난을 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읽지 않았지만 맥그라스라는 성을 가진 부부가 <도킨스 딜루전>을 펴냈다고 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음.... 두 책을 다 읽은 사람들의 서평을 보면 망상이라는 진단은 도킨스보다는 God에 적절하다고 하는 것 같긴하다.

살림 출판사의 책표지는 기막히다. 만들어진 신을 거꾸로 돌려놓았다. 아래와 같이... ㅋ 센스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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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3-03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의 물관리를 위해 귀한 육추천을 버리시고 새로 올리신 글이니,
추천 하나 제가 올립니다. ㅎㅎㅎ

동녘새벽 2010-03-03 13:12   좋아요 0 | URL
ㅋ 서재에는 답글 안달려고 했는디....

2010-03-03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3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