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부의 전쟁 in Asia
최윤식.배동철 지음 / 지식노마드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점점 더 빠르고 복잡하고 불확실해져가고 있다.

사람들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사람들은 더 현명하고,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게 된다.

미래에 대하 관심은 '미래학'이라는 막연한 학문의 이름으로 불린다.

그리고, 주로 번역서들이 많았던 미래학 분야에 한국사람들이 써낸 책이 나왔다.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http://www.afhi.org/index.htm)의 공동 소장인 최윤식과 배동철의 책 <2020 부의 전쟁 in Asia>이다.

이 책은 한국 사람들이 써낸 한국의 미래 예측이다. 피부에 와 닿을 수 밖에 없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솔직히 이 책에 대한 기대는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었다.

특별한 고민없이 자료를 나열하거나, 외국책을 번역한 수준일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나의 예측이었다.

하지만, 나의 예측은 꽤 많이 빗나갔다.

물론, 엄청난 수준의 통찰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분야에 대해 비교적 심도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특정한 관계나 이념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의 예측에 신뢰도를 더해 준다.

불편했던 관점을 꼽으라면,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지나친 신뢰"와 "세상을 너무나 경쟁적으로 보는 시각"이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를 상정하고, 그것을 기본미래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10년 내로 대한민국에 도래할 큰 위기를 기본미래로 설정했다. 그리고 그 미래는 매우 암울하다.

 

- 유럽발 더블딥, 중국의 버블붕괴, 일본의 외환위기, 미국의 재정적자, 동남아 버블붕괴, 남미 버블붕괴,

  신성장산업의 붕괴, 전염병확산, 온난화등 환경대재앙 등등의 외부 위험

- 기존 산업의 성장한계, 종신고용 붕괴, 저출산, 고령화, 재정적자 위기, 경제성장률 저하, 부동산 거품붕괴, 정부의 정책대비 미흡

  이라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야기한 동일한 문제에 남북문제와 취약한 사회적 자본이라는 한국만의 문제까지

 

내외부의 위험요인 중 어느 하나 속시원하게 풀어내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다.

우리나라가 새롭게 도약하려면 한계에 부딛힌 시스템의 질적인 개선이 필요한데, 그 준비는 거의 없다고 할 정도란다. 쓰디쓴 현실이다.

 

* 한국의 9개 주력산업 (2008년 한국은행 자료 기준)

- 건설과 부동산 : 280조 7천억(내수)

- 석유화학 : 222조 9천억 (내수), 65조 8천억 (수출)

- 철강금속 : 206조 (내수), 33조 7천억 (수출)

- 전기전자 : 174조 (내수), 123조(수출)

- 유통산업 : 110조 4천억(내수)

- 금융산업 : 109조 9천억(내수)

- 자동차 : 45조 4천억 (수출)

- 해운물류 : 31조 3천억 (수출)

- 조선산업 : 30조 (수출)

 

이 주력산업들을 대체할 만한 미래의 산업에 대한 투자와 준비가 형편없고, 청사진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피부에 확 와닿는다.

프랑스는 1.7명의 출산율에서 2.1명으로 올리기 위해서 매년 44조씩 15년을 투자했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출산관련 연간 투입예산이 2조원 정도라고 한다. 프랑스는 돈이 많아서 그러한 투자를 했는가 하면....

저출산으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면 드러나는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디에 돈을 그렇게 쓰는지 우리나라의 재정적자는 엄청난 상황이다. 유럽에서 부도가 나려는 국가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단다.

특히 지자체들의 부실은 엄청난데, 예를 들면, 서울시 20조, 인천시 9조 6천억이란다. 이천시는 한해 가용예산의 82%를 이자로 내야할 판이라고 한다.

중앙정부는 2010년 기준으로 400조원의 부채가 있고, 이는 GDP대비 40%다. 그러나 이것은 공공기관의 부실을 뺀 수치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는 118조원이란다. 뭐 이런 공공기관의 총부채(정부가 인정한 것만 213조)를 합치면, GDP대비 70% 수준으로 스페인, 포르투갈과 비슷하다고 한다.

기업의 금융부채는 1255조원, 개인의 금융부채는 863조6천억이라고 한다. 상거래 신용등을 감안한 총부채는 기업 1782조 2천억, 가계 922조 5천억이다. 사실 이 부채의 큰 부분이 부동산 때문인데... 기성세대들은 빚잔치를 통해 거품을 키워 놓고, 출산까지 안해서 미래세대들에게 엄청난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이다. (거품을 키운 것이 출산율저하의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들은 이밖의 영역에서도 수많은 암울한 현실을 일깨워준다. 앞으로 10년내에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든 타개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는다. 이어 위기는 곧 기회라는 식상하지만 지속적으로 인용되는 레토릭을 거쳐, 미래에 대한 준비과정을 나열한다.

그 과정에서 좀더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통찰을 주면 좋았을텐데, 과학기술과 혁신을 통한 해결책이 주로 나온다.

 

아직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작고 강한 민간 연구소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 그들은 대체로 합리적인 근거와 통찰로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사실에 근거한 문제의식과 예측, 대안들이 미래를 위한 좋은 밑거름으로 쓰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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