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 모나드, 푼크툼 - 1일 1사진

 

그런 날이 있다. 의미가 빛으로 쏟아진다.
나만의 모나드(monad)로 가득한 세상.
나만의 푼크툼(punctum)으로 기록할 세상.
그런 날 나는 해독보다 일단 기록한다.

 

 

 

 

 

 

 

요즘 무슨 책을 읽으세요 - 존 프리먼《존 프리먼의 소설가를 읽는 방법》


 

그는 존 업다이크 소설들을 수년간 애지중지하며 평생 존경하고 사랑했다. 책과 작가를 사랑하는 이들은 어떤 심정인지 잘 알지. 그러나 그 책들은 글을 쓰지 못하는 그에게 압박이기도 해서 그걸 판 돈으로 결혼반지를 샀지만 1년 만에 파경. 그리고 존 업다이크와의 첫 인터뷰는 이혼 직후의 추레한 모습으로 인생 상담이나 한 빵점짜리 인터뷰어로서의 모습이었다. 이것도 참 이해가 돼ㅜ.ㅜ!

종이책 580페이지라 읽기 부담스러웠는데 내용이 재밌어 술술 잘 읽힌다. e book이어서 보이스 리딩으로 일할 때 듣기도 좋다. e book으로 산 보람 있네~ 밑줄 긋기 수두룩



그의 책을 연구하며 나는 더 좋은 작가, 더 좋은 평론가가 될 수 있었지만, 삶에서는 그의 인물들이 저질렀던 실수들을 되풀이할 뿐이었다.(p42)

인터뷰와 말하기의 관계는 허구와 삶이 지닌 관계와 유사하다.(p48)

소설가들은 결코 자기 소설의 대변자였던 적이 없다.(p48)

샐린저나 토마스 핀천 등의 소설가들은 대중적 역할에서 빠지는 쪽을 택했다.(p49)

나는 진짜 이야기꾼이란 쓸 수 있어서가 아니라 써야만 하기 때문에 쓴다고 믿는다..... 인터뷰 도중 로버트 피어시그는 '강요받았다'는 단어를 사용했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쓰도록 '강요받았다'. 부분적으로는 자신이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세계의 이질적인 부분들과 그의 경험을 전체로 만드는 하나의 방식이었다. (p50~51)

 

 

 

 

 

 

알 수 없는 여인에게, 모두에게, 나에게

 

어머니가 장기 기증 신청서를 보냈다고 알렸다.  나 혼자 장례식장에 혼자 앉아 있게 하고 싶지 않아 오래 생각해왔던 일이라 하셨다. 그러고 나니 기분이 묘해서 근처 절에 가서 절을 드리고 왔다 하셨다. 죽음을 실제로 꼼꼼히 준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들 지금, 행복, 성취할 목표를 좇기 바쁘다. 빈틈 많은 어머니지만 이럴 땐 나보다 큰 어른 같다.
어머니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죽음을 어떤 식으로 맞아야 했는지 들었다. 농담조로 장례식장에서도 난 아마 책을 보고 있을 거라고 철없는 소리로 미래를 살포시 덮으며 웃었다. 미래가 어느 순간 현실이 되는지 우리는 결코 모른다.

알라딘 굿즈 첫 문장 머그 두 개 중 하나인 '장미의 이름' 컵을 이번 설에 어머니 댁에 갖다 놓았다. 어머니는 이런 걸 왜 가져왔냐고 웃으셨다. 지금 내가 '뉴욕 3부작' 컵으로 커피를 마실 때 하나의 빈자리를 느끼고 또 그 하나가 어디 있는지 알기에 이 사물의 의미는 크다.
나도 늦기 전에 장기 기증 신청을 해야 하리라. 삶의 버거움을 핑계로 나에 대한 책임을 나는 늘 방기하고 있었다. 웃음과 긍정으로 모든 걸 덮을 수 없는 법이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3-03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03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8-03-03 2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고있는책은 ‘내가 내일 죽는다면‘이네요. ^^;;

장기기증도 요즘 생각이 많아요. 병원에서 장기기증 연계가 되지 않으면 그후처리를 가족에게 맞겨서 더 상처를 받았다는 분들을 보면 장기기증 시스템이 바뀌긴해야할것같아요.

운전면허증 신청할때 장기기증 선택했었는데, 따로 다시 신청해야하는지는 모르겠어요.

AgalmA 2018-03-04 01:06   좋아요 1 | URL
‘내가 내일 죽는다면‘이라니ㅎ;;; 제 글이랑 무슨 라임을 맞추신 거에요ㅎ?
장기 기증이 정확히 어찌 되는지 몰라 좀 답답하긴 해요. 홍보를 좀 잘해주면 좋으련만. 헌혈도 많이 하라는 캠페인은 하지만 내부 시스템이 어찌 돌아가는지 상세히 알려주지 않으니. 저는 헌혈하러 갈 때마다 퇴짜를 맞아서 체력을 좀 많이 키워야;

겨울호랑이 2018-03-03 2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보다 적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게 되네요. 물론 죽음과 나이의 많고 적음이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요.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모든 순간을 죽음과 생명의 관계로 받아들이고 산다면. 아마도 그러한 삶을 살았던 사람은 후회하지 않은 삶을 살았을 것이라 짐작해 봅니다. 제가 그런 것은 아니고요. ^^:)

AgalmA 2018-03-04 01:11   좋아요 2 | URL
제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귀한 시간인데 계속 허송하고 있다는 기분도 들고.
제 마음 속 신조 중에 하나가 ‘실패보다 후회하지 말자‘ 거든요. 어떻게 늘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겠어요. 매사 능력자가 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래서 실패하는 건 두려워하지 않는데 시간과 노력 투자를 후회할까봐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다들 비슷한 심정이겠죠...

겨울호랑이 2018-03-04 08:57   좋아요 2 | URL
세상이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속이 쓰리지만, 다른 한 편으로 그래서 인생은 살만하다는 생각도 아주 가끔은 해봅니다. 지금은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누가 또 알겠어요. 실패한 그 일 덕분에 나중에 더 좋은 결과가 주어질지. 그렇게 생각하면 그래도 잘 털어지는 것 같아요^^:)

2018-03-14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03-14 20:17   좋아요 1 | URL
더 좋은 기술과 카메라로 찍으면 내게 전달된 저 메시지들을 사람들에게 더 잘 보여줄 수 있을텐데 늘 아쉽지만 저로선 이게 최선^^;

웃으면서 너도 얼릉 장기기증 신청하라고 하시는 우리 어머니. 심각해지다가도 우습기도 하고ㅎ;;;
준비가 너무 늦지 않게 착실할 게 참 많습니다~_~;

한국인은 예의범절과 관습을 너무 따져요. 그러면서 말도 함부로 하고 타인을 무시하기 일쑤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나오니 대개가 다 쓸데없고 잘못된 게 많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