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일하기싫어병이 발동해 도망~
내게 탈출할 전시회 티켓이 있었지!
(끝 문단)
일탈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며, 겨울의 거리에 출몰하는 것이 가장 위대한 모험이라는 것은 진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집 현관 계단에 다다르면서, 오래된 소유물과 오래된 편견이 우리를 감싸고 있다는 느낌에 위안을 받는다. 그토록 여러 거리 구석구석에서 이리저리 떠돌았고, 그토록 여러 접근하기 어려운 전등들의 불길에 나방처럼 난타당한 자아는 보호받고 에워싸인다. 여기에 다시 평소의 문이 있다. 여기에 우리가 떠나면서 빙그르 돌아갔던 의자와 도자기 접시와 양탄자 위에 난 갈색의 동그라미가 있다. 그리고 여기에ㅡ살살 부드럽게 살펴보자, 경외심을 갖고 만져보자ㅡ도시의 모든 보물로부터 되찾아온 유일한 전리품인 연필이 한 자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