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일하기싫어병이 발동해 도망~
내게 탈출할 전시회 티켓이 있었지!

 

버지니아 울프 《끔찍하게 민감한 마음》

「거리 출몰하기 : 런던 모험」중에서

 

 

(첫 문단)
연필 한 자루를 향한 열렬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를 소유하는 것이 지극히 바람직할 수 있는 상황이 있다. 오후의 차를 마시는 시간과 저녁식사 시간 사이에 런던을 정처 없이 걷고 싶다는 하나의 목적을 품고 핑계를 대는 순간이 그런 때이다. 여우사냥꾼들은 여우들의 품종을 보존하기 위해 사냥하고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열린 공간들이 건축업자들로부터 보존되어야 하기 때문에 골프를 친다고 하듯, 거리를 거닐어야겠다는 욕망이 퍼뜩 떠올랐을 때 우리는 연필이 할 일을 구실로 일어나면서 말한다. "정말로 연필을 하나 사야만 해." 마치 이를 핑계 삼아 겨울에 도시의 삶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안전하게 탐닉할 수 있는 것처럼ㅡ런던의 거리를 한가로이 어슬렁거리는 것 말이다.
시간은 저녁이어야 하며 계절은 겨울이어야 한다. 겨울은 공기가 한없이 맑고 투명하며 거리의 친숙함이 반갑기 때문이다. 그늘과 외딴곳, 풀밭에서 불어오는 달콤한 공기를 갈망하는 여름과 달리 우리는 그때에는 조롱을 받지 않는다. 어둠과 가로등 불빛이 드리우는 저녁 시간은 우리에게 무책임함 또한 선사한다.

(끝 문단)
일탈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며, 겨울의 거리에 출몰하는 것이 가장 위대한 모험이라는 것은 진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집 현관 계단에 다다르면서, 오래된 소유물과 오래된 편견이 우리를 감싸고 있다는 느낌에 위안을 받는다. 그토록 여러 거리 구석구석에서 이리저리 떠돌았고, 그토록 여러 접근하기 어려운 전등들의 불길에 나방처럼 난타당한 자아는 보호받고 에워싸인다. 여기에 다시 평소의 문이 있다. 여기에 우리가 떠나면서 빙그르 돌아갔던 의자와 도자기 접시와 양탄자 위에 난 갈색의 동그라미가 있다. 그리고 여기에ㅡ살살 부드럽게 살펴보자, 경외심을 갖고 만져보자ㅡ도시의 모든 보물로부터 되찾아온 유일한 전리품인 연필이 한 자루 있다.

 

 

 

 

 

 

 

전시장 초입에 <벨에포크 시대로의 초대> 섹션이 있다.
벨에포크 시대부터 로랑생 노년기에 접어들 때까지의 미공개 희귀본 사진 21점이 전시되었다.

1. 청춘시대 (1904~)
데생 학교에서 스승으로 만난 조르주 브라크를 통해 예술가들의 아틀리에 '세탁선 Bateau-Lavoir'에 입성. 그곳의 주인인 피카소를 비롯 앙리 마티스 등의 예술가들과 동등한 활동을 했다.


"내가 다른 화가들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아마도 그들이 모두 남자들이어서 일지 모른다. 남자들이란 내게 풀기 어려운 문제와 같다."
ㅡ 마리 로랑생


2. 기욤 아폴리네르와의 열애와 결별 시대(1910~)
(파란색, 분홍색, 초록색, 회색 네 가지가 주조를 이루는 색채의 시대)
세탁선에서 피카소의 소개로 로랑생은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와 만나 열애에 빠진다. 두 사람은 사생아라는 공통점도 있었다. 재밌는 건 1911년 루브르박물관 '모나리자 도난 사건'에 아폴리네르가 연루되었다는 루머가 나면서 이들의 사랑은 종지부.
"미라보 다리"가 아폴리네르와 로랑생 작품에 동시에 등장.
이들의 사랑과 운명이 나타나는 그림

 

 pont de passy(passy bridge), 1912

 

"마리 로랑생의 섬세한 기술은 오늘날 가장 뛰어난 독창적 예술의 하나이다.
그녀의 그림은 구성도, 색상도, 혹은 데생도 다른 것을 모방하지 않았다. 그녀의 그림에 영감을 불어넣는 그녀만의 감정과 감각을 볼 때 그녀의 작품 세계는 르네상스 혹은 여타의 감정과도 유사성이 없는 독창적인 세계임을 느끼게 된다."
ㅡ 기욤 아폴리네르 '타협자' 중에서


"나는 아주 슬펐습니다. 그래서인지 나는 검은색과 흰색이 주조를 이룬 그림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아주 천천히 분홍색과 푸른색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ㅡ 마리 로랑생



3. 망명 시대(1914~1920)
로랑생은 여러 연인과 교제 끝에 독일인 남작 오토 폰 뷔체와 1914년 결혼했다. 전쟁이 발발하고 적국의 사람으로 간주되어 로랑생은 스페인에 망명하는데, 마드리드에 머물던 시절 프라도미술관에 자주 다니며 프란시스코 고야와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공부했다.
그리고 1918년 기욤 아폴리네르의 마지막 전보와 전사 전보를 동시에 받았다.
이때 그린 회색조의 색채와 자화상은 당시 그녀의 고독과 절망이 녹아 있다.



4. 열정의 시대(1921~)
로랑생이 정식으로 파리로 돌아온 시기. 남편과 이혼 뒤 장 콕토 등 프랑스 예술가들의 탄원 속에 국적을 회복하고 재기에 성공한다.
자기 초상화를 그리는 게 유행이어서 '코코 샤넬의 초상'과 '헬레나 루빈스타인의 초상' 등이 이때 제작되었다. 코코 샤넬이 이 초상화를 맘에 들어하지 않아 수정을 재차 요구해 로랑생은 거부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다가 프랑스에 기부하게 되는 재밌는 사연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코 샤넬의 초상'은 로랑생이 가장 유명해지게 된 작품이다.
이 시기 마리 로랑생 작품은 그녀가 좋아하는 푸른색이 많이 보였다.



"우아함은 콘트라스트의 미묘함에서 시작된다."
ㅡ 마리 로랑생


1923년 프랑스 풀랑크가 작곡,  디아길레프 감독, 장 콕토가 구성한 발레 암사슴들(Les Biches)은 '도시적 여성들의 일상- 모던 라이프를 표현한 작품'이었는데, 로랑생이 무대와 의상, 장식 디자인을 담당해 명성을 쌓았다.

당대 인기 작가였던 마리 로랑생은 수채화나 석판화 등으로 20권이 넘는 책 일러스트를 그렸다. 앙드레 지드 <사랑에 대한 시도>(1921),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930), 캐서린 맨스필드 <가든파티>(1939) 등등.
알렉상드르 뒤마 <춘희>연작 일러스트(1936) 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 당대 프랑스 여성의 복식사와 패션 트렌드를 볼 수 있는 자료다.
유명 패션잡지 '보그'(1923)와 '베니티페어'의 표지 삽화, 르노 자동차의 첫 자동차 모델의 광고 그림도 그리는 등 당시 그녀의 인기를 짐작게 한다.

훗날 코코 샤넬 수석 디자이너였던 칼 라거펠트는 2012년 F/W 오트쿠튀르에서 로랑생에게서 영감을 받은 의상을 발표했고, 니나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욤 앙리는 2017년 F/W 레디 투 웨어에서 로랑생 작품이 프린트된 의상을 발표했다.


5. 성숙의 시대(1929~)
1929년 뉴욕 주식 대폭락으로 경제공황이 닥쳤다. 로랑생의 우아하고 관능적인 스타일은 파리 귀환 후 1930년대 완성되었다. 사교계에서 물러나 자기 안에 침잠한 이때는 그녀가 기피하던 적색과 황색을 더 풍부히 쓴 시기였다.
선천적 근시가 악화되어 구도는 간략해지고 모티프 윤곽도 무디어진다. 색채도 섬세함에서 선명함으로 나아간다.

"고독은 하나의 왕국입니다"
ㅡ1948년 1월 마리 로랑생의 비망록 중에서

그녀는 유언으로 장미 한 송이와 기욤 아폴리네르에게서 받은 편지 한 장과 묻어달라고 했다.

 

 

 

*사진 촬영 가능한 부분만 찍은 전시장 풍경*

 

마리 로랑생이 60세 즈음부터 10여 년에 걸쳐 완성한 '세 명의 젊은 여인들'(Trois jeunes femmes), 캔버스에 유채, 97.3x131cm

 

 

 

 

 

마리 로랑생은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 다리」 실제 주인공이었고, 자신도 시를 썼다. 1954년 시집 겸 수필집 <밤의 수첩>에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잊힌 여인"이라는 시구로 유명한 「진정제」(Le Calmant) 등 40편의 시와 10편의 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내가 산 굿즈 : 스티커, 클리너, 손거울

※ 휴대폰 배터리가 나가서 굿즈샵 풍경을 찍지 못했음;_;)

 

 

 

 


 

 

공지 

 

표가 한 장인 줄 알고 털레털레 갔는데 2장을 받았어요; 친구도 시간이 없다 그러고, 이 표를 알라딘에서 받았기에 알라디너에게 남은 1장을 건네고 싶군요.

3월 11일까지라 좀 촉박해서 근처 사시는 분께 드리는 게 나을 거 같네요^^;

3월은 pm 8시까지 관람 가능하고 월요일은 휴관인 거 참고요.

가신 분은 꼭 인증컷을 남겨 주셔야 함요-ㅅ-)! 표가 공중분해되는 거 NO~NO~

https://www.sacticket.co.kr/SacHome/exhibit/detail?searchSeq=30917

가시겠다는 의사와 동네를 밝혀주시면 젤 가까운 분께 드리겠음요~

가고 싶은 의사가 열혈인 분도 참고하겠음요a;;;

등기로 안전하게 보낼게요/

아무도 없음 저혼자 또 가죠 뭐ㅋㅋ;

쾌적한 예술의 전당 가는 거 좋아함ㅎㅎ

 

 

빠르게 마감되었습니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호랑이 2018-02-27 2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마리 로랑생이 <미라보 다리> 주인공이었군요!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무른다.

AgalmA 2018-02-27 22:01   좋아요 2 | URL
연의 키우기 바쁘셔서 머무를 새가 없으신 걸로...-,.-)

겨울호랑이 2018-02-27 22:02   좋아요 2 | URL
ㅋㅋ 아이는 스스로 크지요, 저는 거들뿐..ㅋ

2018-02-27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02-27 21:57   좋아요 1 | URL
제가 올린 사진부분만 촬영 가능해요^^;
님 외출에 일조할 수 있다니 기쁘네요.
당첨~ 축하드려요^^

2018-02-27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27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27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2-27 23: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뿔싸, 좀 늦게 봤네요. ㅠ
<세 명의 젊은 여인들> 정말 참 좋네요. ^^
왜 그림이 첫눈에 좋은지 이제 곰곰이 들여다 봐야겠어요. 까만 눈동자’들’ 때문일까요? 아님... ^^

AgalmA 2018-02-27 23:34   좋아요 2 | URL
낼 시간 되세요?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 (12/27, 1/31, 2/28)
- 기본가에서 50% 할인 (중복할인불가, 현장매표소에서만 할인 가능)
- 할인적용 기간 : 행사 당일 오후 6시 - 8시 (현장매표소에서 티켓구매 시 적용가능)
- 야간연장개관 진행 : 오전 11시 - 오후 9시 (입장마감 오후 8시)

도슨트도 참고^^
오전 11시30분, 오후 1시30분, 오후 3시30분, 오후 5시 30분 (4회)

어찌 보면 너무 흐릿하게 그린 거 같은데 시기별로 그림들을 보니 마리 로랑생만의 개성과 풍부한 재능이 눈에 확 들어와서 굿즈도 왕창 사 버린^^;

작품도 많고 잘 꾸며놔서 꼼꼼하게 보면 2시간 이상 소요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2-27 23:41   좋아요 2 | URL
내일은 평일이라 ㅠ 모레라도 출근 안 하면, 가보고 싶습니다. ㅎ
그것도 안 되면 책이라도 사봐야겠습니다.
그림이 정말 좋아서요. ^^

AgalmA 2018-02-27 23:44   좋아요 1 | URL
에구...그렇군요.
로랑생 책은 서점에 팔고 있는 게 없으니 전시장 가서 도록을 사셔야 할 듯.
굿즈가 꽤 비싸서 이것저것 사니 만 얼마가 훅 나가는데 차라리 도록을 사는 게 더 나았을 지도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