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카슨 《빨강의 자서전》

내가 읽은 이 달의 책 top 1

시집으로 봐도 소설로 봐도 수준 이상.

문장 옮기다 거의 필사 수준 됐다;

 

 

 

 

이언 맥과이어《얼어붙은 바다》

이 달 기대했던 소설 중 하나.

허만 멜빌《모비딕》에 견줄만한 책이 드디어 나오는 것인가! 엄청 기대했는데...

재미 면에서는 별 5개 줄만 하다. 5시간 동안 쉼 없이 내처 읽었으니 말이다. 내가 항해하고 마약하고 조난 당하고 북극곰 죽이고 나쁜 놈 찾아가 복수하는 기분;

이야기 속도가 대단하면 자주 그런데 깊이있게 생각할 주제부가 많지 않다는 혹은 안배가 미흡하다는 점에서 나는 별 3개 반. 그렇기에 2016 맨부커상과 2018년 더블린 국제 문학상 수상작이 되지 못하고 후보작으로만 끝났는지 이해된다.

사이코패스에 상습 아동 성폭행범인 드랙스는 그리 특별하지 않았지만 섬너는 꽤 흥미로운 캐릭터다.

복잡한 거 싫고 엄청 재밌는 킬링타임용을 바라는 독자에게는 으뜸b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싶게 만드는 책.

 

알랭 드 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로맨스에 철학을 잘 버무려 파는 작가라고 (감히, 무려) 얕봤는데 반성;

알랭 드 보통은 보통이 아닌 사람이었다.

 

 

 

 

케이트 본스타인 《젠더 무법자》

케이트 본스타인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저자다.

저자는 그/그녀에 속하지 않으면서 그런 구분을 적극적으로 교란하는 이들을 '젠더 무법자'라 칭한다.

여성과 남성을 오가는 배우이기도 해서 저자의 삶과 생각을 통해 우리가 성/젠더에 가진 많은 편견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분법적인 성대결에 치우친 페미니즘 열풍 속에 이 사회의 성 구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책.

'내가 여자라서', '난 남자니까'라는 성정체성 감옥에 갇힌 자신을 보라. 상대 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자 말하면서 트랜스젠더나 양성인 사람의 입장은 얼마나 생각하는지? 

 

《Axt 2018. 1》

이 책 나오기 전에 트럼프 방한이 있었지. 그래서 <미국 특집>의 의미가 더 와닿았다. 세계 곳곳에서 트럼프 순방을 못마땅해하는 성토를 자주 보는데, 이 시대 트럼프는 그런 기능을 하는 역할인지도 모르겠다ㅎ; 우리에게 503호님과 순O님이 있어야만 했듯이.

어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사법에서 정치권으로 이어지는 적폐 온상을 또 보여줘서 구토감.....

한밤중에 성질은 나는데 풀 데가 없어 재미난 책으로라도 해서 이언 맥과이어《얼어붙은 바다》를 펼쳤다. 그들의 음모와 은폐와 반성 없음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상에서 바다에서 희생되었던가... 살아 있는 내내 우리는 이런 사실을 마주해야 한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게으른 자를 위한 변명》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수용소군도》세트 아녔음 이 책을 2017년 최고의 표지로 꼽았을 텐데 그래서 아쉽게 표지 디자인 top 2ㅎ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을 《보물섬》(1883), 《지킬 박사와 하이드》(1886)로만 기억하는 사람에겐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는 에세이. 그는 마르크스처럼 도발적이게 사회가 요구하는 노동의 억압을 벗어던지라 말하면서도 사랑에 투신하라는 로맨티시스트이면서 깊은 성찰자이기도 하다. 문장력이 오스카 와일드 뺨친다.

전체적으로 진보적 보수주의라는 인상을 주는데 이 정도면 이 시대에도 환영!

 

김언 《한 문장》은 무슨 상을 받아도 받을 시집이다. 새해 초부터 대단한 시집을 만나 무척 벅찼다. 누구든 이 시집을 읽고 어떤 지진을 느끼길 바라며 적극 권한다/

 

임솔아 시인은 어쩐지 시인계의 황정은 느낌? 황정은 첫 단편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같은 인상이기도 했다. 그래서 임솔아 소설도 조금 궁금하다.

 

문보영 《책기둥》은 리뷰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서 다시 읽어야 다른 말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웃는 남자》

가장 기억에 남는 순서대로 황정은, 김숨, 편혜영 단편이 좋았다.

나는 한국 소설가들이 좀 더 폭을 넓게 가져 주길 바란다. 일상에 매몰된 우리 자신을 조명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 단편소설에서 내가 늘 아쉬운 건 현미경적 몰입이다. 단편 소설에 내가 너무 큰 걸 바라는 건지도 모른다.

 

 

 

캐스파 헨더슨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

우리의 삶이 인간에게만 집중되어 있을 때 얼마나 많은 세계를 파괴하는 자충수를 두는 것인가 읽는 내내 상기하게 된다.

표지 디자인은 판타지 소설 같지만 과학부터 철학과 생활을 두루 연결해 생각하는 사고 힘을 길러주는 책이다.

 

 

 

 

마르크 앙투안 마티외 《신신(DIEU DIEU)》

 

“신, 그것은 곧 인간의 외로움이다.”(장 폴 사르트르)

.... 정말 동감.

 

 

 

 한스 안데르센 《성냥팔이 소녀》민음사 메리 메르헨 시리즈는 알라딘에 없어서 사진으로 대체.

 이 책에는성냥팔이 소녀」,눈사람」,꿋꿋한 주석 병정」,전나무」,눈의 여왕」다섯 작품이 실려 있는데, 죽 읽다 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잃고 싶지 않은 것을 간직하거나 쟁취하려는 이야기다. 그것은 아이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동화의 성장 버전을 굳이 소설이라고 볼 때 소설도 사실 그러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결말이 비정했음에도 문장 결이 깊고 울림이 커서 안데르센 능력에 고개를 숙이게 됐다.

 

 

 

 

 

 

 

 

※ 그 외 읽고 있는 책 중 소개 안한 책

톰 콜리 《습관이 답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를 우리는 흔히 운이나 부모 덕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은 '습관'에 주목한다. 어찌 보면 시스템과 사회 구조 문제는 간과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 그 탓을 앞세울 때 탓하기 쉬운 일반화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을 꾸리는 개인의 문제도 깊이 짚어볼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인생에서도 부정적인 것들이 더 많이 끼어든다. 그러면 뇌의 망상 활성계RAS와 해마는 생각과 부합하는 실체를 제공하려고 한다."(p18)

통계와 과학적 근거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자기계발서 같은데 일단 흥미롭게 읽고 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18-01-28 2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의 필사 수준 됐다는 님의 표현에 구매 유혹을 느낍니다.(이러면 안 되는데... <대성당>도 사 놓고 못 읽고 있는데...ㅋ)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의 리뷰를 70프로쯤 써 놓고 완성을 못하고 있어요. 어떻게 매듭을 지어야 할지 몰라서 다른 글 쓰고 있어요. ㅋ

AgalmA 2018-01-29 00:27   좋아요 0 | URL
캐스파 헨더슨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제 리뷰가 님의《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상태와 비슷요ㅋ 요점 정리가 안 돼서 이거 포기해야 하나 싶고ㅋㅜ);;
그런 게 한둘이 아니라서 《대성당》도 읽고 리뷰는 안 썼어요ㅎ;;

《빨강의 자서전》 앤 카슨이 정체성 문제와 신화를 아주 잘 연결했거든요. 추천에 그리 주저하진 않습니다만...여유되실 때 읽어 보시죠^^; 두껍지 않아 읽기 부담스럽진 않아요. 행간의 시적 울림이 참 좋아요.

레삭매냐 2018-02-02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어붙은 바다>가 재미는 있는가 보네요...

유투브에서 외국 독자들의 평을 보니 반다시!
반다시! 읽어 보라며 절규하는 장면에선
정말 빵 터졌었습니다.

도서관에 들어왔는데, 예약 도서라 좀 더
기다려야지 싶네요.

AgalmA 2018-02-02 15:11   좋아요 0 | URL
재미는 확실히 있어요. 반전이 계속 등장하거든요. 장면 전환도 엄청 빠르고. 끝부분이 너무 쉽게 마무리된 게 저는 많이 아쉽긴 했지만 그건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겠죠. 읽어볼 만한 작품이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