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관찰주의자 - 눈으로 차이를 만든다
에이미 E. 허먼 지음, 문희경 옮김 / 청림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위험에 처할 수 있는데 그때 응급 구조원이나 경찰이 옆에 있을 확률은? 내가 3년 내 철인 3종 경기 대회에 참가할 능력자가 될 확률보다 낮지 않을까. 이때 나는 이미 철인 3종 경기 대회에 참여해 봤지요~ 헤헤하는 분이 등장하진 마시고-,.-; 우아한 관찰주의자 저자인 에이미 E. 허먼이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 독특한 교수법인 지각의 기술은 시각적 분석과 비판적 사고력을 연마하는 기술적 부분만이 아닌 자신에게든 타인에게든 긴급 구조원이 될 수 있는 조언까지 두루 겸비하고 있다. 2011CNN에서 선정한 영웅 중 하나인 데릭 케욘고는 미국 호텔에서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비누를 보고 글로벌 숍 프로젝트를 설립해 그것들을 수거해 우간다 동포들에게 나눠줬다. 이 자선 활동은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데 일조하고, 아기를 낳다 죽는 산모들이 없도록 산욕패혈증 예방에 힘쓰는가 하면 현지의 비누 제조업자에게 소액 융자를 제공해 지역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누구나 케욘고 같이 뛰어난 관찰력을 사업 성공과 훌륭한 자선 활동으로까지 가져갈 수 없겠지만 보는 법을 알게 된다면(레오나르도 다빈치 사페라 베데아레 saper vedere 개념)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저자는 그런 사례와 경험들을 풍부히 이 책에 담고 있다.
 
지각의 기술강의는 네 가지 A’(평가 Assess, 분석 Analyze, 명확한 설명 Articulate, 적응 Adapt) 방법을 습득하도록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우리의 지각 필터는 우리가 삶에서 접한 고유한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 우리는 마음속에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정한 순서에 따라 행동하는데 자신이 정보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는지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안다고 해도 돌발 상황이나 불확실한 상황에 처하면 제대로 기능할 수 없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우리가 놓치거나 모르는 게 더 많다. 아래 에드워드 호퍼의 유명한 그림을 보자. 자세히 보길 바란다.

 


그림에서 뭘 알 수 있는가 묻는다면 제목 자동판매 식당Automat(1927) 중요한 정보가 된다는 걸 지금 알게 된 이도 많을 거다. 여자의 모자도 시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저자가 제시한 다음 항목들도 생각해 봤는가.
초록색 코트를 입은 여자의 정체, 여자의 나이, 여자가 사는 곳, 여자가 일하는 곳, 여자가 자동판매 식당에 있는 이유, 여자가 마시는 음료, 여자가 이미 먹었거나 마신 것, 여자의 기분과 전반적인 성격, 여자가 밖에 혼자 있는 이유, 여자의 결혼 여부, 자동판매 식당의 이름, 이 식당이 있는 곳, 시간, 여자의 사라진 (오른쪽) 장갑이 있는 곳, 장갑이 사라진 이유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다니 당황스러울 수 있다. 저자를 더 따라가 보자. “각자의 직업이나 일상에서 주로 책임지는 일의 관점에서 위의 목록을 다시 살펴보자.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답이 무엇인지(어떤 답이 다른 답으로 이어질지) 번호를 매겨 보자. 그러면 무엇을 가장 먼저 알아야 할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각자의 우선순위 목록이 생긴다.”(p226~227)
이런 여러 요소들을 통합해 우리는 의사소통을 한다. 언어를 잘 다룬다고 해서 능사도 아니다. “UCLA의 심리학과 명예교수이자 신체 언어 연구의 선구자인 앨버트 머레이언은 메시지의 효과는 언어(단어만)7퍼센트 정도이고, 음성(어조, 억양, 기타 소리)38퍼센트, 비언어적 요소가 55퍼센트라고 계산했다. 섬세한 미술품에 감싸는 금박을 입힌 거대한 액자처럼 어조와 표정과 자세는 누군가 우리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우리가 의도하든 않든 언외言外의 의미가 상대를 끌어들일 수도 있고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p276)
저자가 소개하는 의사소통을 원활히 일어나게 할 전달 과정은 3R(반복 Repeating, 이름바꾸기 Renaming, 재구성 Reframing) 단계로 살펴볼 수 있다. 상대가 내 말을 들었는지 혹은 이해했는지 따져 묻기보다 반복해 말하게 해 서로 기분 상하지 않으면서 정보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고(Repeating), 피카소의 작품 아비뇽의 사창가를 피카소의 친구 앙드레 살몽이 아비뇽의 처녀들로 바꿔 추문을 꺼리는 당시(1916)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들며(Renaming), 유명한 광고 카피라이터가 구걸하고 있는 장님의 빈 깡통을 보고 구걸 멘트 장님이에요, 도와주세요아름다운 날이에요. 여러분은 볼 수 있지요. 전 볼 수 없답니다로 바꿔 도움을 줄 수 있다(Reframing).
이런저런 방법을 안다고 해도 편견에 갇혀 있다면 문제도 이런 문제가 없다. 다음 사진을 보자.


 

십중팔구 앞서가는 흑인을 범인으로 보기 쉽다. 상황은 예상 밖이다. “런던 경찰국 광고에 쓰인 이 사진에는 이런 제목이 붙어 있다. ”경찰의 편견을 보여주는 사례일까요? 아니면 당신의 편견을 보여주는 사례일까요?“ 대중을 꾸짖으려는 광고가 아니라 새 경찰관을 모집하는 광고였다. 이어서 이런 말이 나온다. ”경찰이 범인을 쫓는 것으로 보입니까? 아니면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괴롭히는 것으로 보입니까? 둘 다 틀렸습니다. 사복을 입은 경찰 한 명과 다른 경찰 한 명이 다른 누군가를 쫓는 장면입니다. 저희가 왜 소수민족 출신의 신입 경찰을 더 많이 찾으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p332)
"편향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즉각 안전하거나 똑같거나 편안하다고 지각하는 정보를 토대로 타인에 관한 무의식적 결정을 내리도록 타고났기 때문이다.…(중략)… 일단 스스로 편향을 알아채면 편향을 직시하고 생산적으로 활용해 사실적인 정보를 더 많이 수집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p343) 
또 다른 사진을 보자. 이 사진이 정확히 뭘 보여주는지 단번에 알아채기 어렵지만 답을 알면 그렇게 보지 말라고 해도 보게 된다


 

소를 찍은 선명하지 않은 저 사진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적의 항공기를 정확히 포착하는 군사훈련 프로그램에도 쓰였다. 가시에서 고안한 지퍼 대용 밸크로는 패션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우주에서 머물고 일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평범한 것,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 것을 간과하지 않고 관찰하고 발견함으로써 우리는 새로운 인식 전환과 근사한 결과를 만날 수 있다.
어제(2017. 8. 20)는 문재인 정부 100일간 국정운영을 국민에게 직접 알리는 대국민 보고대회가 있었다. 국민인수위원회는 국민제안 18만건을 받았다고 한다. 그것이 하나하나 국정과제에 반영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이 어떤 변화를 겪을지 우리는 희망 가득하다. 개인일 뿐이었던 케욘고는 관찰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숍 프로젝트로 확장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보여줬다. 우리는 비슷한 편향과 맹시(盲視)에 차 있기도 하지만 누구도 동일한 방식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에 더 좌절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시각과 사고의 다양성이 흑백의 세계에 갇힌 것보다 더 나은 해법을 찾으리란 건 동의하는 바 아닌가
  
 

어쩔 수 없이 낯선 공간에서 개인적 능력과 전문적 능력을 동원해야 한다면(대다수 사람에게 미술작품 분석이 그렇다), 완전히 새로운 사고 과정을 끌어내야 한다. 1908년에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들은 뇌는 새로운 경험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약간 상승할 때 새로운 자료를 가장 능률적으로 학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p34

심리학자들은 휴식을 취하기만 해도 인지 통제 체계가 경계를 유지하고 장시간 집중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방법은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 20분마다 잠깐씩 머리를 식혀야 한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다가 잠시 집중력을 풀어 주는 것이다. 이때는 현재 몰두하는 활동과 전혀 다른 활동을 선택해야 한다.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면 이메일을 읽을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직접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는 식의 전혀 다른 기능을 쓰는 활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90분 동안 일하고 10분 휴식을 취해야 한다. p147

현재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어떤 일을 많이 생각할수록 그 일을 더 많이 기억하거나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 특히 정서적 경험과 관련된 기억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뉴욕 대학교 심리학 및 신경과학 교수인 엘리자베스 A. 펠프스는 뇌에서 시각피질과 감정이 입력되는 편도체와 기억이 저장되는 해마가 직접 소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떤 일이 좋든 나쁘든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면 편도체가 눈에는 더 가까이 주시하라고 지시하고, 해마에는 더 많이 기억하라고 지시한다. 그러나 정서가 개입되면 기억에 대한 자신감은 부각되지만 객관적인 정확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p 198

정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수십 가지 방법이 있고, 그중에는 난해한 이름이 붙은 방법도 있다. 예컨대 고/중/저, MoSCoW, 정점과 바닥tops and bottoms, 파레토 도표Pareto chart, 카노Kano, 행렬, 산포도, 타임박싱timeboxing이 있다. 의학계에서는 중증도 분류법triage system을 기준으로 부상이 가장 심각한 환자를 우선 찾아내어 치료한다. 군대에서는 역중증도 분류법rever triage system을 기준으로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부상자부터 대피시킨다. 6시그마에는 프로젝트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행렬이 있다. SAP 제품 통합에서는 가치 매핑을 사용한다. 미국 국방부에서는 CARVER 행렬을 사용하는 한편, 농촌도시보건담당전국연합에서는 간단한 회의에서는 여러 색깔의 포커칩을 상자에 집어넣는 방법을 사용한다. 우선순위를 어떤 방법으로 정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선순위를 정해서 가장 중요한 정보를 최우선에 두는 것이 관건이다. p212

정보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긴급한 것과 중요한 것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긴급한 사안이 우리의 관심을 끌려고 아우성치지만 대개 단기적인 해결책만 내놓을 뿐이다. 중요한 사안은 장기적인 가치를 부여한다. 긴급한 사안이 중요할 때도 있지만, 대개는 긴급한 사안이 중요한 사안을 가린다. p230~231

거의 알맞은 단어와 알맞은 단어의 차이는 사실상 중요한 문제다. 마치 반딧불과 번갯불의 차이와 같다. - 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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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8-21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명하지는 않지만 명확한 메세지를 의도한대로 상대에게 표현하는 것은 참 어려운 기술인 것 같네요. 그럼에도 이러한 방식이 효과적인 것은 ‘수용자의 자발성‘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나이 40되기 전에 철인 3종 경기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다가, ‘수영‘에서 발목 잡혔네요..ㅋㅋ

AgalmA 2017-08-21 12:59   좋아요 1 | URL
상대가 나와 비슷하게 볼 것이라는 것부터 금물^^ 요즘 수용자들이 원체 까탈스러워서 말이죠ㅎㅎ; 허먼이 주관적으로 본 걸 객관적으로 수치적으로 바꿔서 전달하는 걸 잘 설명해 주더군요. 머리로는 알아도 이렇게 가끔 책으로 재차 확인하면 각성이 되지요^^
철인 3종 경기 나갈 생각을 하셨다고요-0-)˝ 겨울호랑이님 파파별(파고 파면 별종)이신 거 아녜요ㅋㅋ

겨울호랑이 2017-08-21 13:02   좋아요 1 | URL
^^: 그렇군요.. 이렇게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네요... 인생의 추억이 될 듯해서 철인3종 경기 해보려고 했는데, 바다수영에서 침몰 ㅋㅋ 제가 파파별일수도 있겠네요^^ ㅋ

페크pek0501 2017-08-21 1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할 만한 스타일의 책 같습니다.
˝경찰이 범인을 쫓는 것으로 보입니까˝ - 예, 그렇게 보입니다.
인간은 그냥 느끼는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경향이 있지요. 때로는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믿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얻을 것이 많은 책으로 느껴집니다. 다음 책 구입할 때 참고하겠습니다.

AgalmA 2017-08-22 06:20   좋아요 0 | URL
pek0501님과 읽은 책 겹침 생각해보면 재밌어 하실 책 맞습니다.
말씀하신 게 ‘편향‘이죠. 진화적 본능이라니 각자 극복해 갈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