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각이 깊은 페넬로페는 이렇게 말했다. ˝이방인이여! 독할 수 없는 꿈도 있는 법입니다. 모호한 언어로 된 꿈도 있어, 인간에게 전해진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지는 않는 법입니다. 어슴푸레한 꿈에는 두 개의 문이 있지요. 하나는 뿔로 된 문이고 또 하나는 상아로 된 문입니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상아 문으로 들어오는 꿈은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을 전함으로써 우리를 속일 것입니다. 잘 연마된 뿔로 된 문으로 나오는 꿈은 그 꿈을 보는 인간들에게, 반드시 밝혀내야 할 사물들에 대해 알려 줄 것입니다.˝
ㅡ「오디세이」1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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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문은 쌍둥이 문이다. 하나는 뿔로 된 문으로, 순수하고 진실된 영혼들에게 쉽게 길을 내줄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멋지게 세공되어 번쩍이는 하얀 상아의 문인데, 망자의 영혼들은 이곳을 통해 거짓된 꿈을 지상으로 내려보낸다.
ㅡ 「아이네이스」6권

ㅡ《보르헤스의 꿈 이야기》중에서 <두 개의 문>


 

 

§
나는 그림이 그런 문이라고 생각했다. 눈을 크게 뜨고 손으로 따라가는 꿈, 거짓된 지상의 꿈이지만 꼭 필요한 꿈이라고. 인간은 이분법으로 단순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의식과 무의식으로 구분하는 것도 매우 단순하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10차원 혹은 그 이상을 지금 우리는 상상하지 못한다. 우리의 불편함이 그런 식으로 만드는 건 아닐까. 의식의 10차원과 무의식의 10차원 그리고 아직 규정되지 않은 다른 성질의 것들이 무수히 만나고 있지만 우리가 짐작하고 말할 수 있는 건 단지 두 개의 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꿈이라 통칭되는 것들은 셀 수 없이 많은 길이며, 하나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언제까지나 퍼져 나간다.



 

 

 

(재료: 색연필, 수채색연필, 마카, 컬러 펜, 소요시간: 1시간) 

 

*

하루에 2개 그릴 수도 있고, 일주일에 1개 그릴 수도 있는데

잘 지키고 있는 것은 1시간인 걸 감안하면

1일 1그림이 아니라 1일 1시간 그림이라고 프로젝트 이름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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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8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6-12-18 0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galma님 그림 그리는 시간만 1시간이 걸리시나요? 아니면 구상하시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1시간 작업을 하시는 것인지.. 작가들의 작품 세계는 꾸는 꿈만큼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AgalmA 2016-12-18 06:37   좋아요 1 | URL
구상 포함해서 1시간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작업에 들어 갑니다.
뭘 그릴까, 쓸까, 잡을까 늘 스탠바이가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일을 하거나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그냥 보내 버릴 때도 많아요 ㅡㅜ... 생각은 메모를 해두지만 그림은 스케치부터 시간을 많이 투여해야 하니까요. 밤에 영화 <까미유 끌로델> 보다가 그림 그리고 싶은 풍경이 많아서 엄청 참았습니다. 이따 출근해서 일해야 하는데 끝이 없을 거 같아서요^^;

겨울호랑이님도 어제 잔업에 힘들어 보이시던데 일요일 휴식 취하시며 평안하시길^^

겨울호랑이 2016-12-18 0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상 포함해서 1시간이면... 대단하세요!^^: 예술가들은 운동 선수와는 달리 부상의 우려는 없다고 평소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아요.. 저 같은 사람은 머리에 쥐날 것 같네요.ㅋㅋ 그래도 캐롤도 들어가며 일하면 나름 괜찮아요. 연의 성탄 선물 마련해야지요 ㅋㅋ 감사합니다. Agalma님께서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AgalmA 2016-12-18 06:48   좋아요 1 | URL
운동선수들은 육체 부상 조심, 머리쓰는 사람들은 정신 이탈 조심^^;;
연의 좋은 아버님둬서 제가 다 부럽다는^^/ yureka01님도 그렇고 서재에 훌륭한 아버님들이 많으셔서 보기 좋아요^^

양철나무꾼 2016-12-20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그림을 이제 보네요~^^

님의 내공에 다시 한번 혀를 내두르고, 전 님 같은 그림은 평생 못 그릴것 같아요.
˝뭘 그릴까, 쓸까, 잡을까 늘 스탠바이가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라는 말이 저한테 툭 던져지듯 다가왔는데, 뭐랄까,
님은 뼛속부터 예술적으루다가 생활하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달까요.
뼛속 깊숙이 배어있어서 저처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범접할 수 없다는 느낌.

암튼 감사드려요.
저는 예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찾고, 구상을 하고, 창작을 하실까 궁금했거든요.
님의 이 페이퍼를 보니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머리에 쥐가 나면 고양이를 키우셔야죠~, 하려고 했었는데,
정신 이탈 조심이라 하시니,
고양이가 밀어붙이면 머리로부터 이탈할지도 모르니,
고양이를 들이면 안될듯도 하고 말이죠~--;

AgalmA 2016-12-23 19:23   좋아요 2 | URL
머리에 고양이 들이면 안될 거 같다는 농담에 웃음이^^

차이는 의외로 간단할 지도요. 제가 님보다 시간 투자를 더 했다는 것. 평생이라고 할 정도의 시간였지요. 그러니 자연히 몸에 밴 습관이 되었지요.
그림과 문학 둘다 공부해보니 창작 메커니즘은 참 비슷하다구나 싶더군요.
명함 내밀 프로페셔널은 못 되었지만, 꾸준히 창작하는 예술가로 살아오려 했습니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이런저런 평에 고민하고 연연할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하고요.
누구나 자기 인생에서 그렇겠지만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