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항해술
화이트 리뷰 인터뷰, 정은주 옮김 / 유어마인드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모든 것에 맥 놓고 있다 문득 이상한 발동이 걸릴 때 가 있다. 지금이 그렇다.
2015 올해의 책 - 인문, 사회, 예술 분야에 이 책이 후보로 올라와 있지 않아 나는 음, 흠, 아니, 나라도? 읽을 책도 할 일도 많은데 이 책에 대해 굳이 내가? ..... 중얼중얼 한참 뜸들이다 이 글을 쓴다.

선정 기준이 판매량/독자 리뷰, 별점 집계, 북플/알라딘 도서팀 추천이라는데, 그렇게 선정된 책 중에 이 책보다 함량미달인 책도 더러 보여 가만히 지나칠 수 없었다. 우리는 특히 가만히 있는 걸 매우 싫어 하게 됐잖은가.

먹고사니즘에 바쁜 시대에 ˝예술가˝ 라는 범주가 대중적인 공감대를 많이 모을 수 없기도 했겠지만, 본문에서 줄리아 크리스테바도 개탄하듯이 현대의 우리는 눈앞만 좇기 바쁜데 `시간`, `유한성`에 대해 사고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것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예술을 자세히 살피는 일은 여유로운 심신수양이나 여가생활로만 봐선 곤란하다. 우리의 인식과 시대를 점검하며 삶의 방향을 바꾸려는 치열한 노력 중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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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 타위만스(Luc Tuymans) 인터뷰](p148)

Q : 회화가 진화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회화가 다루는 건 예나 지금이나 특정한 공간의 한 순간이며 그것이 반드시 현실의 시공간일 필요는 없다고 보는가?

A : 회화가 다루는 것은 현실의 시간이 아니라 그려진 시간이다. 그것은 인간의 지각 자체에 내재하는 주요한 환상이다. 회화는 우리가 알고 있지만 말로 하기 힘든 시각적인 것들, 혹은 매우 물리적인 요소들로 만들어지며, 그림을 그리는 행위와 그 결과의 물질성을 바탕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잔상은 몹시 세밀하고, 되짚어내기가 극히 어렵다. 감상자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린 당사자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 경우는 대부분의 작품을 어디서 끝냈는지를 여전히 알고 있기는 하나, 여하튼 대단히 복잡한 상황에 근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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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항해술>은 내가 지금껏 봐 온 예술 관련 책 중에 예술가들의 창작 구동력을 인문, 사회, 과학 여러 관점에서 체감하며 살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세상 참 좋아졌지. 슈테판 츠바이크가 온 재산을 투자해 초고, 악보, 필적 등을 모으며 얼마나 예술가들의 영감을 파악하려 애썼는지 비교해 보면 눈시울이.... 이젠 발빠르게 취재된 예술가들의 인터뷰를 언제든 편안히 볼 수 있게 됐어요, 츠바이크 씨ㅜ.ㅜ 작품보기 클릭도 얼마나 쉬운지...
이 책은 비평가들의 철학 번역기도, 삼단 구르기도 필요 없이 현재 작업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생각, 진행 중인 창작이 중계되는 알찬 보고서이다.
알 만한 사람들은 슬쩍만 소개해도 알겠지 싶어 요약 정리 리뷰를 안했는데, 이런 좋은 책 묻히는 게 안타까워 또 오지랖....난 정말 참...



● 이 책의 단점은 열거되고 있는 작가들에 대한 정보 미흡, 저작권법 때문이지 싶은 작품 이미지 부족이다. 직접 찾아보며 얻는 수확의 기쁨을 생각하면 버럭 할 일은 아닌 듯.
아래 몸통만 있는 작품도 그렇게 찾아보다 발견했다. 뤽 타위만스(Luc Tuymans) <Body>(1990)
...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던 그림을 완성케 한 마지막 두 번의 결정적 붓질이 무엇이었는지 당신은 보는 순간 알 것이다. 왜 우리는 설명하기 어려운 무엇을 표현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무엇을 느낄까. 그것을 철학하게 하는 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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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2015-12-10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판매량과 독자 평점이 가장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전 투표는 하지 않았습니다만(100자평 쓰는 걸 안 좋아해서..) 이게 왜? 라는 생각이 드는 책도 몇 권 있더군요. 아쉽기도 하고...
원래 인터뷰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AgalmA 2015-12-10 16:01   좋아요 2 | URL
결국 변곡점은 마케팅 효과라는 소리가 되는데,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그렇죠~_~...
<작가란 무엇인가> 흥미롭게 본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도 얻을 게 많습니다. 추천에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2015-12-10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1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1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1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1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5-12-10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작가보단느 아무래도 현대 미술작가에 대해서는 더 무지해서 인터뷰 내용을 이해할 슈 있을까 싶지만 책은 탐나네요.

AgalmA 2015-12-11 03:57   좋아요 0 | URL
줄리아 크리스테바, 리베카 솔닛 등 인문과 사회학에서 두각을 보이는 작가 인터뷰도 일상과 철학을 잘 풀어서 얘기해주고 있고요. 예술가들의 솔직하면서도 상상력 가득한 이야기들은 어려움보다 흥미를 더 불러 일으킵니다. 최근 예술계 동향과 함께 그들의 사유 흐름도 살필 수도 있어 단순히 미술계 인터뷰가 아닌 인문교양서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