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골상학 얘기에 문득...
골상학은 프란츠 요제프 갈(1758~1828)을 시작으로 구스타브 셰브(1810 - 1873), 요한 스푸르츠하임(1776~1832)으로 이어지며, 머리 형태가 사람의 성격 특성을 좌우한다는 이론을 내세웠다. 사이비과학으로 판명되었지만, 골상학 관념은 여전히 어설픈 심리학, 성차별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ex- 남자 뇌/여자 뇌 - 아래 그림 참조)
뇌와 신경중추, DNA를 조사하는 뇌과학 시대, 지금은 좀 나아졌다 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건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의식, 영혼, 자아는 어느 장소에 있는가!
˝영혼은 하나의 사건이다. 영혼의 장소는 뇌가 아니며 다른 어떤 신체기관도 아니다. 영혼은 성찰의 종합이다. 그러므로 영혼은 삶이 있는 곳에 있다˝
-루트비히 뷔히너(1824~1899) <영혼의 장소에 대하여>
ㅡ한스 J. 마르코비치, 베르너 지퍼 <범인은 바로 뇌다> 중
유물론자인 루트비히 뷔히너의 말은 관념적이기도 한데, 마르크시즘 시대를 거쳐온 들뢰즈 `사건의 철학`과 닮은 것도 같다.
2. 사건이 연결될 때
연말이 다가오고 2015 독서계획 중, 들뢰즈(<의미의 논리>, <안티 오이디푸스>, <천 개의 고원>)읽기는 어떻게든 처리해야겠다 싶었다. 세 책 다 읽기는 시작했지만 완료가 까마득)) 신간 그만 보고! 중고서점 뒤지는 것도 이제 그만해!(내 안의 독서 초자아의 외침) 들뢰즈 읽기가 완료되면 계획 60% 성공률! 계획의 좌절 속에도 내년에 또 계획을 세우겠지...흥미로운 신간도 계속 날 유혹할 테고(아아, 이게 제일 문제지. 올해도 그렇게 당했ㅜ).
이 실패의 범인도 바로 뇌!
무거운 의무감과 신나는 도전의식(이게 도대체 몇 번째인가...끝나지 않는 고통;) 속에 <의미의 논리>를 펼쳤다.
이 책에서 제일 처음 거론되는 1, 2계열- 플라톤과 스토아 학파는 서로 대립한다. 들뢰즈는 스토아 학파의 사건 개념을 받아 들인다.
˝플라톤에게 달의 둥그럼은 달의 질료에 구현된 하나의 형상이다. 그러나 스토아 학파에게 이 둥그럼은 달의 질료가 일정하게 배치됨으로써 생기게 된 표면효과이다. 플라톤의 경우, 달이 변화해도 둥그럼의 형상 자체는 하등의 변화를 겪지 않는다. 스토아 학파의 경우, 달이 변화하면 둥그럼 자체도 변화하는 것이다.˝(<의미의 논리> 중 이정우 교수 서론, p26)
플라톤과 스토아 학파를 골상학과 뇌과학으로 대입해봤다. 플라톤은 골상학의 논리라고 볼 수 있다. 내부 특성이 형태와 사건을 좌우한다는 식. 스토아 학파는 현대 뇌과학과 신경심리학이 섞인 걸로 생각된다. 뇌에서 특성을 맡은 유전자들과 기관들이 상호작용하고 외부와 만나며 사건과 의미가 발생한다. 완료는 아니니 끝없이 변화한다.
이 생각은 어디까지나 내 가정(假定)적 추론일 뿐이고 앞으로 바뀔 수있다.
˝사건이란 존재 세계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기호 체계 바깥의 그 무엇을 요청한다는 것이다˝(p27)
이 사건들을 인식하며 내가 무슨 의미를 만들지 나는 아직 모른다.
한 가지는 안다. 몇 페이지 넘기지도 않았는데 이런 식이면, 내 2015년 독서 계획 마무리는 무척 곤란할 거라는 걸...
이웃들의 독서 계획은 잘 되고 있으려나.
덧)
아래 첨부된 이런 이미지는 제발 웃고 넘어갑시다. 이미지와 `시뮬라크르`에 매번 당하면서도 또 당하는 우리.
그림 내용에 대한 공감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분류하는 문제를 웃으며 생각해보자 올린 건데, ˝이런 걸 자꾸 보게 되는 게 더 문제다!˝ 라고 폭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주셔도 됩니다/ 고치는 걸 운명으로 생각하는 1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