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에게 주의를 주거나 잘못된 길이라고 안내해줄 파수꾼이 없는 울타리의 문은 반드시 닫혀 있어야 하고, 주위를 가시덤불로 둘러놓아야 한다˝
ㅡ<존 러스킨의 드로잉> 서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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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갈 수 있다면 그 길은 통로일 뿐 도착지는 아닐 것이다. 도착지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이 다시 출발해야 했던가.
존 러스킨이 강조하는 ˝정확성˝은 바깥을 향해 있는 ˝목표 추구˝로서의 그림이 아니라 안을 향해 있는 ˝끌어냄˝이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모두가 어려워하고 한계를 느끼는 지점이 이것이다.
방법과 터득과는 별개로 시간은 흐르고, 긴 시간 뒤, 문이 열린다. 언제 열렸는지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해 한다. 내가 도착해있는 세계를 놀라워하며 바라본다. 그곳에선 자유와 고독과 고통과 환희는 동의어이다. 모든 것이 한몸으로 움직인다. 같은 몸이 없듯 같은 예술도 없다. 각자 완성된 뒤 흩어진다.
잠비나이를 듣다가 여전히 도달하려 애쓰는 그 간곡한 선율에 이렇게 또 한 마디 남기고 싶었다. 자라섬에서 마음 가득 담아 박수 쳐주리라.
ㅡAgal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