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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사 1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오카노 레이코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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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사를 보면서 그림 속에 빠져들듯 그랬던 기억이 난다. 이 나라는 자신들의 문화를 어쩜 이렇게 환상적으로 잘 표현할까 감탄했었다. 경제력만의 문제일까?
귀신=퇴치라고 생각하는 현재 우리나라 극단적 수용방식과 바로 비교가 되는데, 이 문제가 일제 치하와 6.25 전쟁의 탓만은 아닐 것이다. 식민지를 겪고도 유물은 열강에 뺏길망정 자신의 문화를 꿋꿋이 이어가려는 나라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미신이다, 끝? 그러면서 점집은 왜들 그리 찾는지. 나는 지금 귀신이 있다, 없다의 문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요즘의 한국은 <봉천동 귀신>처럼 그저 극단적인 공포의 재미 추구만이 산재한다. 이건 정말 문화의 경향이라기보다 정신의 결락 문제로 보인다. 귀신과 영적인 문화는 더욱 싸구려 저질 문화로 전락하고 있다. 프로이트의 죽음충동/성충동의 심층을 떠나, 서양 문화들의 나쁜 경향만 잔뜩 받아들인 꼴 같다. 그렇다고 B급영화들을 공격하는 게 아니니 오해는 마시라. 나는 B급 문화를 지지한다.
그나마 DAUM 웹툰 장작<귀신>이나 강풀<조명가게>같이 시대성이나 인간사를 연결 짓는 진지한 작품들이 간혹 눈에 띄어 반갑기는 하지만, 영적인 탐구로 근대 이전으로 넘어가기는 참 힘들어 보인다. 잘 모르니까 대개의 작가들은 판타지로 만들어 버린다.
나는 무속신앙을 포함한 민속신앙에도 관심이 많다. 그 문화를 찾아 애쓰던 서정범 교수의 비참한 죽음은, 우리 속의 일그러진 무엇 때문에 당한 비극이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전국의 다 태워버린 성황당 같은 그런 것.
융 같은 학자가 이 나라에도 있어서 깊이 박힌 무의식과 정신성의 연원을 찾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한다. 전설의 고향으로 끝나지 말고 말이다. 희망을 엿보았던 서정범 교수는 앞서 말한 대로 그리되었다.
뭐, 있는 역사도 제대로 못 찾는 판에 영적인 정신 찾기는 개뿔이 되고 있다. 서양 정신분석에서 이미 결판난 걸 뭐 하러 심리인 건가.
역사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대개는 겉으로 드러난 역사살피기로 끝나고 만다. 장희빈과 사도세자는 영원히 부활한다! 홍익인간, 홍익인간 암송을 하다시피 하는 단군에 대한 제대로 된 작품이 있기는 하나? 유명한 게 환단고기(or 한단고기);; 위서이니 당연하겠지만 환빠로 조롱 받는 사태는 단군문화에 흠집만 냈다. 2014 세계 환단학회 창립과 학술대회에 동북아역사왜곡 대책 특별위원회 간사라는 새누리 의원이 축사를 맡았다니, 이 나라의 미친 현실은 메들리로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국립중앙도서관이고 어디고 전국을 떠돌며 사료를 찾고 고증을 하는 것을 다 개인 연구자에 떠넘기고 뭔가 나오면 상주고 칭찬하기보다, 국가가 기초적인 연구지원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홍준씨는 박수 받을 만하다.
지자체들이 기왓장과 깨진 사기그릇으로 채워 넣은 허울좋은 지방박물관 짓는 것에, 중앙정부가 적극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 부실한 박물관 설립과 유지로 낭비되는 돈을 차라리 연구기금으로 쓰는 게 백번 낫다. 정신은 없고 탐욕만 있으니 박물관은 파리만 날릴 수밖에. 숭례문 대목장 부정행위 사례만 봐도, 연구기금 주고 싶어도 믿을 사람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기반을 갖출 생각을 안 하니 반짝 땜질로 끝나고 사람도 제 살 길만 찾는 꼴이다.
간송 같은 만석꾼 지식인이 나라 보물을 지키고 찾아다녔던 노고도 아주 먼 옛일 같다. 요즘의 재벌들이 나라 보물들 전시하는 박물관 차리고 하는 게 올바른 문화 지키기인가. 그들의 재테크잖은가.
어휴, 이 나라는 뭔 말만 하면 한숨이 나오는...
엘리아데 책 사놓고 나는 왜 맨날 딴 책만 보고 있는지...스스로에 대해서도 한숨이 나오지만 내가 아마추어라는 게 보루인지도 모르겠다.
ㅡAgal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