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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의 현대적 해석 - 제2개정판 수정판
김수행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 김수행『자본론 공부』(2014)가 아직 도서관에 도착하지 않아서(희망도서 신청이 한 달에 3권밖에 안된다는 비극!!! 갑자기 경제학 공부를 하게 될 지 몰라서 급하게 신청하느라;) 울며 겨자 먹기로 김수행 『자본론의 현대적 해석』을 봤다. 김수행 교수 문체는 이 분야 책에서 보기 드물게 이해하기 쉬우면서 잘 정돈되어 있어 신뢰감을 준다.
이 책은 자본론 요약과 함께 김수행 교수가 자본론 챕터를 따라가며 현대에 대입해 오류를 지적하거나 부가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대학 교재답게 뒤에 시험 문제도 있다; 이것까지 풀어야 되나...상당히 어렵다; 답도 안 나와 있어 정답이 뭔지도 모르잖아!
내가 읽은 것은 현재 판매 중인 제2판 수정판이 아닌 제1판 개정판이므로 아래 제시하는 본문 내용과 페이지는 상이할 것이다. 이 책에서 차후 기조가 변하지 않을 것들만 가지고 오려 했고 흥미 있는 부분만 발췌했다.
어차피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최신판인 김수행『자본론 공부』를 읽을테니 참고 정도하면 되겠다.
김수행 교수가『자본론 공부』(2014)에서는 어떤 부분을 집중해 논의를 펼칠 지 궁금하다.
§ 기계의 뒷골목에서 우리는 지식을 사고판다.
처음엔 불가피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자발적으로 쉬고 있다. 책을 좀만 더! 좀만 더! 읽자 하다 보니……. 캥거루족도 아니고 물려받을 유산도 없으니 섣부른 편견은 사양한다. 편안한 노후 계획도 없으므로, 내게 일이란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할 수 있는 선택사항이다. 기술발전을 재빨리 따라가지 못한다면 내 선택의 폭은 점점 좁아지겠지만, 어차피 대부분의 우리는 자본주의 분업화로 인한 한정된 기술밖에 없잖은가?
(p124) 기계제 대공업의 발달로 말미암아, 기계가 노동자를 대체하고 노동일이 연장되며 노동강도가 강화되었기 때문에, 생산적인 부문에서는 노동자들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오히려 하인 · 하녀 · 심부름꾼 등과 같은 '봉사자 계급' (servant class)이 크게 증가하게 되었다(자본론 제1권 598~600쪽). 마르크스는 1861년의 영국 인구조사를 인용하고 있다. "기계의 자본주의적 사용의 결과가 얼마나 훌륭한가!"(600쪽)
(p130) 노동인구 중 생산적 노동자의 비율을 높이려는 것이 자본의 고유한 경향이다.
- 소농 · 소경영주 등 자영업주를 파산시켜 임금노동자로 전환시킨다.
- 가정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상당한 부분 상품화함으로써 주부를 생산적 노동자로 끌어낸다.
- 사회복지의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되던 교육 · 의료 · 노후연금을 민영화(privatisation) 함으로써, 그리고 국영기관과 공익사업(public utiltties)을 민영화함으로써 상품시장의 영역을 확대하고, 거기에 종사하던 비생산적 노동자를 생산적 노동자로 전환시킨다.■
취업준비생을 겨냥한 취업컨설팅 뉴스를 접하니, '봉사자 계급'의 성질이 확장된 '서비스업 계급(취업준비생 상당수가 서비스업에 종사할 것이다. 학원과 공무원도 서비스업이다!)' 겨냥 산업도 막강해졌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자기소개서 써주는 대가 40만원, 일대일과정 최대 230만원, 취업스터디 관리 비용 30만원, 상담은 최대 180만원, 자기소개서 수업 두 시간씩 2회 총 4시간 58만원, 자기 소개서 2회/면접 2회 도합 109만원……그 뿐인가, 취업 압박감으로 인한 각종 심리치료 상담과 의료비용까지 추가된다면 장기적으로 이 투자비용은 학자금 대출과 상응할 거 같다.
취업준비생 뿐만이 아니라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스트레스와 그로 인해 육체적· 가계적으로 무너지는 사람들의 사회적 상황으로 봐서는 '서비스업 계급' 겨냥 산업은 자본주의 사회 속에 호황 산업이다. 임금이 한정된 우리는 쇼셜커머스, 홈쇼핑, 공동구매, 해외 직거래, 중고 거래 모두 어떻게든 싸게 사려고 매일 난리다. 자본이 '가치증식' 속성이란 것에서 볼 때, 우리의 소비는 얼마나 협소한 '잉여가치'를 가진 가치증식인지……
나는 이 리뷰들을 순수한 지식 나눔의 행위로 시작했지만, 이곳 또한 thanks to니 TTB니 하는 경제시스템이 속속들이 들어차 있다. 이 시스템은 재미를 주면서 유혹까지 하고 있다! 이곳 서재 이용자들은 이 시스템을 얼마나 경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누구할 것 없이 장바구니와 보관함은 연일 수북하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무턱대고 책을 사지 않도록 최대한 구매의 효용을 따져 보라는 차원에서 리뷰를 올리고 있다. 베스트셀러일수록 더욱 경계하라! 유명 작가일수록 더더욱! 유명 작가 위주의 출판으로 더 많은 좋은 책들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건 아닌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독서가들이여, 시장을 사수하라!
타임지가 선정한 '1923년부터 2005년까지의 영어 소설 100선'에까지 올랐다는 David Foster Wallace(1962~2008)의『Infinite Jest』(1996)가 국내에는 왜 이토록 오랫동안 번역되지 않는지 의문이다. 이 책 외에도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문제적 작품도 많던데! 출판 관계자는 어서 그 책들의 출판을 모색하시길! 알라딘에는 북펀드라는 좋은 시스템도 있잖은가!
“Everybody is identical in their secret unspoken belief that
way deep down they are different from everyone else.”
ㅡ David Foster Wallace 『Infinite Jest』
http://www.davidfosterwallacebooks.com/
* 데이비드 포스터 월러스의 작품이 소개되어 있는 국내 서적
§§ 노동 문제와 관련해 노동조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본론 얘기하다가 너무 멀리 갔다. 돌아와서,
나는 토마 피케티『21세기 자본』리뷰 결론으로 "공동(노동조합+정부+기업) 결정 시스템"의 저변화를 촉구했다.
http://blog.aladin.co.kr/durepos/7345084
최근 국내에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이 생긴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알바연대알바노조 www.alba.or.kr)
기업과 정부 사이에 노동조합이 얼마나 중요한 역학 관계인지에 대한 이 책의 본문을 소개한다.
자본가 만큼이나 노동자도 탈주적인 것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에게 최선의 합리성을 요구해야 한다.
(p153) 산업예비군은 임금상승을 규제하고 자본의 독재를 확립하는 데 기여한다. 호황기에는 취업노동자들의 요구(예: 임금인상, 노동조건 개선, 노동시간 단축, 인사권 또는 경영권 요구)를 억압하고, 불황기에는 자본가의 압력(예: 임금인하, 노동시간 연장, 해고)을 강화시킨다. 이렇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취업자와 실업자 사이의 단결을 강화해야만 노동력의 판매를 독점할 수 있다. 예컨대 노동조합이 실업자에게 생활비를 보조하든지 정부로 하여금 실업수당을 주게 하든지 해야만, 실업자가 자기 마음대로 자본가에게 낮은 임금으로 노동력을 판매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반박으로 대공황시의 "임금인상에 의한 이윤압박설(profit squeeze theory)"을 제시받을 수도 있다.
(p241) 자본축적의 진행→완전고용 수준에 접근함→노동자들의 세력이 증대해 임금을 인상하고 신기술 도입을 저지함→자본의 이윤율 저하→불황.■
그렇다면 "공동 결정 시스템"을 도입하고도 막강하게 건재한 스웨덴과 독일은 어떤 방어 정책을 썼는지 살펴보면 될 일이다.
§§§ 헤겔과 마르크스 - '이념'이 아니라 '끝없는 운동상태'
마르크스만큼이나 우리를 얼어붙게 만드는 헤겔에 대해 이 책에서 좋은 비교를 찾았다.
그리고 마르크스가 공산주의의 도래를 전망하긴 했지만 우리가 오해하듯 공산주의를 목적론적으로 주장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관계를 확인시켜 준다. 그렇다면 공산당 선언은 뭐란 말인가...자본론 이후 공산당선언까지 봐야 하나. 아아...
(p32~33) 헤겔은 "현실세계는 이념(idea)의 외부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마르크스는 "관념적인 것은 물질적인 것이 인간의 두뇌에 반영되어 사고(thinking)의 형태로 변형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관념론과 유물론의 대립이다. 물론 이렇게 대립시키는 것은 옳지만, 이 점만을 강조하면 마르크스를 포이에르바하(Feuerbach)와 같은 '기계론적 유물론자'로 간주할 위험성이 있다. 마르크스가 1845년에 쓴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들」을 참조하라.
헤겔의 변증법은 현존하는 것을 찬미하지만, 마르크스의 변증법은 "현존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의 부정(즉, 그것의 불가피한 파멸)을 인정하며, 또 역사적으로 전개되는 모든 형태들을 유동상태 · 운동상태에 있다고 간주함으로써 그것들의 일시적인 측면을 동시에 파악한다".
(p34) 헤겔은 역사가 절대정신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프러시아 국가에서 종결한다는 '목적론'과 '종말론'을 제시했는데, 만약 마르크스가 '필연적으로' 공산주의의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역사는 공산주의에서 종결한다는 '목적론'과 '종말론'을 주장했다면, 마르크스는 결코 헤겔과 다를 바 없다. 물론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타도하고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가 없는 '새로운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이론적 · 정치적으로 실천했기 때문에, 공산주의의 도래를 전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2인터내셔널의 자본주의 자동붕괴론자들과는 달리 자본주의는 공황(또는 경제적 위기)을 겪으면서 재편성을 거듭할 수 있다는 사실과, 역사의 동력은 계급투쟁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는 자본축적이라는 객관적 정세와 계급투쟁이라는 주체적 정세에 따라 온갖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으며, 역사는 항상 끝없는 운동상태에 있다고 파악하고 있었다.『자본론』이 묘사하고 있는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의 특수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언급한 것에 불과하며, 역사의 '목적론'이나 '종말론'을 설명하기 위해 언급한 것은 아니었다.■
§§§§ 해석의 차이
(p163) "자본은 물건이 아니라, 물건들에 의해 매개된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이다"(자본론 제1권 1054쪽)■
이 해석은 참 양가적이다. '자본은 사회적 관계이기 때문에' 마르크스가 예견한 자본주의 몰락설의 도출은 맞지 않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자본은 사회적 관계이기 때문에' 자본가 계급의 압제 속에 노동자 계급의 혁명이 일어나며, "생산수단을 사회의 통제하에 두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가 확산되어 사회가 대자본가의 소유를 빼앗게 되"므로 자본주의는 몰락하게 된다는 역도 성립할 수 있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명제를 통해 후자를 결과론으로 선택한 셈이다.
§§§§§ 대규모 공공산업은 근본적으로 공공을 위해서일까
(p191) 자본의 회전시간 · 생산시간 · 노동시간의 단축은 투하자본과 연간잉여가치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본가는 기술혁신을 통해 자본의 회전시간을 단축시키려고 노력한다. … (중략) … 유통시간도 회전시간을 구성하기 때문에, 자본은 유통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도로 · 철도 · 항만 · 해상 · 수송 · 항공 등 사회기반시설의 확충과 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이른바 '물류비용의 절감'이 그것이다. 또한 상품매매시장의 현대화와 신속한 자금결제제도의 확립을 요구하고 있다.■
마르크스 사망(1883) 후 엥겔스가 유고를 편집한『자본론』제2권(1885) '자본의 유통과정' 중에 위 설명은 '자본의 회전시간과 잉여가치의 생산'에 대한 설명이다. 식민지 시대 근대화에 대한 가장 적절한 설명이기도 할 것이며, 현대에 노동 창출이란 명목으로 시행되는 공공산업들의 허수로 볼 여지도 상당하다. 즉, 토지 소유자가 산업자본가가 아닌 지, 산업자본과 상업자본이 결탁돼 있지 않은 지도 따져 봐야 한다. 안 봐도 비디오겠지만.
§§§§§§ 산업자본과 상업자본의 관계
나는 이 예제에서 이상하게 휴대폰 3사와 판매 대리점이 단번에 떠올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 한 패일테지만...
(P252~253) 만약 세 상인의 연간판매액이 P(상업가격)과 같은데, 상인 갑은 투하자본(b+y)을 연간 2회 회전시켜 이것을 달성하고, 상인 을은 동일한 투하자본을 연간 4회 회전시켜 달성하며, 상인 병은 연간 6회 회전시켜 달성한다면, 각 상인의 1회전시간의 판매가격은 병, 을, 갑의 순서로 높을 것이다. 길목에 있으면서 고객을 많이 끄는 상점이 상품가격에 이윤마진을 적게 붙일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일물일가(一物一價)의 법칙이 작용해, B의 상품가격이 시장가격으로 된다면, C는 초과이윤을 얻게 되고 A는 상품을 팔 수 없어 이윤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상인들 사이에서 고객 유치 경쟁이 일어나고, 상업노동자에 대한 잉여가치를 낳지 않지만, 상업자본 전체에게 배당된 잉여가치의 분할을 둘러싼 상인들의 경쟁에서는 상업노동자에 대한 착취(노동시간 · 노동강도 · 임금수준의 측면)가 상인들의 초과이윤 획득에 큰 역할을 한다.■
§§§§§§§ 경멸스러운 경제적 삼위일체 "자본-이윤, 토지-지대, 노동-임금" - 속류경제학
(p282) 토지의 비옥도나 위치의 차이라는 물질적 요소가 지대를 낳는 것이 아니라, 토지생산물의 생산가격이 결정되는 '자본주의적 방식'이 지대를 낳는다. 동일한 자본액을 투하하더라도 토지의 비옥도의 차이에 따라 노동자는 상이한 양의 토지생산물을 생산하게 되고, 따라서 토지생산물 한 단위의 개별가치가 달라진다. 이 경우, 시회 전체적으로 하나의 시장가치(또는 생산가격)가 형성되면, 비옥도가 높은 토지를 사용하는 자본가는 '초과이윤'을 얻게 되며, 토지쇼유자(또는 지주)는 이 초과이윤을 지대로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대는 노동자의 잉여노동이 취하는 하나의 형태이다.
'노동ㅡ임금'이라는 공식은 불합리하다. 왜냐하면 노동은 가치창조적 활동이며 그 자체는 다양한 가치를 창조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은 상품이 아니고 노동력이 상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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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1) 속류경제학에 대한 마르크스의 비판 "속류경제학은 부르주아적 생산관계에 사로잡혀 있는 부르주아 생산 담당자들의 관념을 교조적으로 해석하고 체계화하며 변호한다"(『자본론』제3권, 995쪽). 그런데 "만약 사물의 현상 형태와 본질이 직접적으로 일치한다면 모든 과학은 불필요하게 될 것이다"(99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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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경제를 분석하기 위해 여섯 권의 책을 계획했다.
'자본, 임금노동, 토지재산, 국가, 대외거래, 세계경제'
그러나 완성본은 제1권『자본의 생산과정』 뿐이고, 마르크스 사망 후 엥겔스에 의해 편집 출판된 제2권『자본의 유통과정』과 제3권『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3권만 세상에 나와 있다. 제3권은 메모, 발췌 부분이라 앞선 논의와 중복도 많고 파편적이긴 한데, 내겐 오히려 제3권이 더 인상적이다. 정제되지 않은 인간적인 웅변이 주는 울림은 아포리아 같다. 그런데 마르크스가 완성하지 못한 '국가, 대외거래, 세계경제' 부분의 논의는,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대신 마무리해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신기하다. 이제 슬슬 토마 피케티를 정리하러 갈 때인가. 토마 피케티 정리하려고 참고자료를 이렇게나 읽어야 하는 걸 알았다면 안 샀을 듯;; ... 자본론 원문 번역은 담에 시간날 때 읽어야겠다. 1월 내내 경제 공부만 한 기분; 으아~ 소설 읽고 싶다!
ㅡAgal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