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
맘이 안정이 안 될 땐 책상 정리다.
역시 블랙 파워.
보르헤스 서재 따라할 생각으로 그런 건 아닌데; 블랙으로 배치하다 보니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피네간의 경야』가 나란히.
맘 같아선 책상도 올 블랙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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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의 나지막한 책장 둘에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헨리 제임스, 러디어드 키플링의 책들 및 존 윌리엄 던의 『시간 실험(An Experiment with Time)』, H. G. 웰스의 과학 소설들, 윌리엄 윌키 콜린스의 『문스톤(Moonstone)』, 노란 마분지에 제본된 에사 드 케이로스의 소설들, 19세기 아르헨티나 작가들의 책들이 있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Ulysses)』와 『피네건의 경야(Finnegans Wake)』,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슈보브의 『상상적 생활(Vies Imaginaries)』, 존 딕슨 카, 밀워드 케네디, 리처드 헐의 탐정 소설들, 마크 트웨인의 『미시시피 강의 생활(Life on the Mississippi)』, 아널드 베넷의 『생매장(Buried Alive)』, 아름다운 목판화로 삽화를 더해 문고판으로 출간된 데이비드 가넷의 『여우가 된 부인(Lady into Fox)』과 『동물원의 남자(A Man in the Zoo)』, 오스발트 슈펭글러의 『서구의 몰락(Der Untergang des Abendlandes)』,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Decline and Fall)』, 에마누엘 스베덴보리와 아르투르 쇼펜하우어의 저서들을 비롯한 수학과 철학 서적들, 그리고 그가 무척 좋아하던 프리츠 마우트너의 『철학 사전(Wörterbuch der Philosophie)』도 있었다. 일부는 보르헤스가 청소년기부터 보물처럼 간직한 책들이었고, 영어와 독일어로 된 책들은 대부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서점들─그러나 지금은 모두 사라진 미첼 서점, 로드리게스 서점, 피그말리온 서점에서 구입한 것이었다.
침실의 두 책장 중 하나에는 시집들과 라틴아메리카에서 발간된 영국 및 아이슬란드 문학 전집이 있었다. 또 보르헤스가 “내가 아슬람이나 보르헤스가 되기 전, 노섬브리아와 머시아의 시대에 이제는 먼지로 변해버린 입술로 내뱉었던 거칠고 어려운 단어들”이라 칭했던 것들을 연구하는 데 필요했던 책들도 그 책장에 있었다. 예컨대 영국의 민족학자 월터 윌리엄 스키트의 『영어 어원 사전(Etymological Dictionary)』, 고대 영어로 쓰인 영웅시 『몰던 전투(The Battle of Maldon)』의 주석판, 리하르트 마이어의 『고대 독일 종교사(Altgermanische Religionsgeschichte)』가 이에 속했다. 다른 책장에는 아르헨티나 시인 엔리케 반츠스, 하인리히 하이네, 후안 데 라 크루스의 시집들, 그리고 단테에 대한 연구서들이 꽂혀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의 서가에는 마르셀 프루스트, 라신, 괴테의 『파우스트(Faust)』, 밀턴, 그리스 비극들은 없었다(그가 자신의 글에서 그 책들을 언급했으니 틀림없이 읽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그가 쓴 책들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책의 초판본을 보고 싶어 하는 손님들에게, ‘완전히 잊어도 좋을’ 이름이 인쇄된 책은 한 권도 지니고 있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에게 그 책들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기억하지 못하는 척했지만, 수십 년 전에 쓴 시까지 암송할 수 있었고, 때로는 기왕에 쓴 글들을 기억에서 수정하고 고쳐 말해 손님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직후, 미망인 마리아 코다마는 보르헤스의 이름을 내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재단에 대다수의 책을 기증했다. 따라서 간혹 그의 이름을 기리기 위해 열리는 전시회에서 그런 책들을 구경할 수 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썰렁하게 유리상자 안에 펼쳐져 공경받기는 하지만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는 책들, 다시 말해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집에서 떨어져 나와 단어의 전달자가 아니라 장례용품으로 전락해버린 책들은, 죽으면서 식솔들을 무덤까지 데려갔던 옛 왕들의 배우자와 하인들과 똑같은 운명에 처한 듯하다.˝
ㅡ알베르트 망구엘 『밤의 도서관』, 보르헤스의 서재에 대해
망구엘은 보르헤스를 만나고 서재 구경도 하고 부럽.
망구엘의 이 책에서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자주 인용하는데, 보르헤스나 망구엘이 어린 시절 읽은 모험 소설에 대한 감회를 넘어 스티븐슨이라는 작가를 존경한 게 느껴진다.
에른스트 H. 곰브리치 『서양미술사』꺼내다가『곰브리치 세계사』생각. 보관함에 늘 담아두고 있었는데... 이번 예일대 특별판 보니 이젠 읽을 때인가.
🎧 오늘의 음악 - Hailaker
Edward Tullett, Jemima Coulter로 구성된 듀오.
Bon Iver, I Am Dive 생각 나는 멋진 분위기.
데뷔 앨범 나오고 광고나 ost에 쓰이면 대박 스멜.
이 뮤지션을 발견해서 기뻤다.
◇ 불투명인간
말도 안 하고 냄새도 가릴 수 있지만 투명인간이 될 수는 없어
그래서 오늘은 자주, wine, purple
이것도 자라는 순간인가
시간 때문에 대체로 다 실패
모자도 눌러 썼건만
어떤 사람은 교회를 가지
이런 걸로 정직하다고 말할 수 있나
일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