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체성의 길
페르난두 페소아가 그랬듯 배수아의 '정체성' 탐구는 앞으로 더 주목된다. 배수아가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를 번역한 작업은 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어느 문학 테러리스트의 방법 - 배수아 『뱀과 물』
『뱀과 물』의 핵심 철로는 ‘정체성’이었다고 생각한다. 정체성을 형성하고 성 정체성으로 나뉘게 되는 시기인 ‘여자아이’가 이 소설의 중심 초점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모든 기억은 망상이에요. 모든 미래도 망상이 될 거예요. 어린아이들은 모두 우리 망상 속에서 누런 개처럼 돌아다니는 유령입니다”(「1979」)라는 문장이 대변하듯 경험과 서사, 정체성과 사고의 결합은 우리의 일생을 따라다니는 족쇄라는 걸 작가는 강조하고 있다. 이 소설뿐 아니라 배수아의 여러 소설 속 반복과 변주에서도 자주 그걸 느낀다. ‘부모에게 버려짐’ ‘신체장애’ ‘상복을 연상시키는 흰옷 입은 여자’ ‘처형의 죽음’ ‘수취인 불명의 편지’ ‘낭독과 공유’ ‘같은 이름과 같은 상황’ ‘도플갱어처럼 어느 한 쪽은 반드시 죽음에 이르는 삶’ ‘의문의 죽음’ ‘다른 곳에 대한 동경과 유목민 같은 방랑’은 이해를 돕기보다 더 모호하게 만든다. 이것은 의도이자 작가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작가가 ‘나’ ‘타인’ ‘세계’에 대한 불가해론자라는 소리는 아니다. 차라리 세계의 패턴과 질서 추구를 거부하는 문학 테러리스트에 가깝다. 이해나 포착이 어려운 것들을 우리가 꿈, 환상, 샤먼 이미지로 쉽게 치환하고 가두는 걸 (작가가 그 세계를 적극 따르고 있어서이기도 하겠으나) 배수아는 역이용하고 있다. 우리가 무장한 이성과 언어는 즉각 그물에 걸려 혼돈과 거부 혹은 매혹에 빠진다.
사체 부검을 하듯 쓰고 읽는 우리는 삶을 살리는 존재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자신의 삶을 사는 존재다. ‘왜’는 알 수 없고 ‘어떻게’를 그 자리에 두고 꾸려야 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큰 곤혹이다. 근대에서 개인 의식과 합리적 이성의 추구는 큰 변환점이었다. 현대에서 그것은 더 무거워졌다. 지금 우리는 ‘나를 앓는 나’의 상태다. 공동체주의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시대성보다 개별성에 더 천착하는 배수아는 ‘어떻게’ 중에서 질서와 정체성을 가장 크게 도려내며 이 소설을 완성했다. 낮과 밤, 꿈과 현실이 공존하듯, 실존과 부재도 그러하다는 걸 보여준다. 살고 싶으면서도 소멸하고 싶은 양면성의 평행선을 우리는 평생 달린다. 살아 있는 한 “그렇다면 어디로”(「뱀과 물」)를 반복하며, “내가 느끼는 것을 지금 그도 느끼고 있을까?”(「기차가 내 위를 지나갈 때」)도 반복할 것이라는 걸 작가도 우리도 알고 있다.
ㅡ 월간 《Chaeg》에 기고한 배수아 『뱀과 물』 서평
● 슬랩스틱 생일선물
신해철 「princess maker」한 곡 무한 리플레이하며 출근하면 한 5~60번 듣나.
알라딘이 당일 배송 늦게 해줘서(알라딘, 요즘 왜 그래. 30일 날 주문한 것도 못 받고 출근ㅜㅜ)
품절인 걸 고객 센터에 문의해 어렵게 받은 생일선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쇼퍼백>은 불량으로 반품....
아아, ㅇㅇㅇ님 죄송; 딴 걸 또 열심히 고르고 있...;;
읽고 듣고 오늘도 걷는다.
정영문 『강물에 떠내려가는 7인의 사무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