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책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완독 후 그 책의 주요 쟁점이었던 '신-믿음' 때문에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을 읽고 있다.
만약 두 책 중 하나만 읽어야 한다면 나는 도킨스를 더 추천할 거다. 그만큼 중요하고 지금 더 필요한 책. 도스토예프스키가 전하는 인류애보다 이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 더 시급하므로! 물론 두 개 다 읽으면 금상첨화!
도스토예프스키는 장편소설에서 내내 과학적 합리주의, 이성주의 폐해를 부각했지만 그것은 과학과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쓰는가의 문제. 모두가 악랄한 회의주의나 미치광이가 되는 건 아니니까. 도킨스처럼 쓴다면 더 나은 세상이 더 빠를 듯! 신에 기대지 않는 진정한 인신 사상 아닐지.
도스토예프스키는 인간의 많은 문제를 살피며 소설을 쓰면서 ‘하느님 없이 인간이 어떻게 선량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결론에 이른 거 같은데, 그가 세상을 떠난 100년 뒤 나온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에 바로 그 문제를 다룬 챕터도 있어서 지금 내가『만들어진 신』을 읽는 것.
리처드 도킨스 언술 정말b
내가 올해 최고 ㅋㅋㅋㅋㅋㅋ한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을 능가하려 하고 있어! 두께보다 재미가 더 우월!
우리는 자유, 권리, 상호 존중, 문화의 다양성을 거론하며 타인의 종교를 인정해 왔지만 그것이 뿌리 깊게 내린 부조리의 씨앗인 걸 간과했다. 신념이 아닌 쓸모로 종교의 선행과 사회 기여, 개인들이 누리는 행복을 강조한다고 해도 인류 역사에서 종교 명분으로 행해진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악행과 폭력, 사회 분열, 파탄의 증거는 더 많이 가져올 수 있다.
세상엔 다양한 인간이 살 수밖에 없으니 적당히 타협하며 더불어 살자? 잘못된 걸 바로잡자는 데는 찬성하면서 종교는 예외? 내가 위에 인용문을 가져왔듯이 도킨스는 온건한 종교조차 "극단주의로 이어지는 공개 초청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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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터진 뒤에는 성직자들과 사회 지도자들(그런데 누가 그들을 뽑았던가?)이 죽 나서서 극단주의가 ‘진정한’ 신앙의 왜곡된 형태임을 설명하면서, 관계를 부인할 것이다. 하지만 신앙이 객관적인 정당화가 없다면, 왜곡되었다는 것을 보여줄 기준이 없다면, 신앙의 왜곡이라는 것이 어떻게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종교를 가지고 있는 자라면 그의 이성과 논리조차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종교의 허점과 조잡함에 눈 감는 혹은 눈치채지 못하는 자가 정확하고 명철한 사고를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순교의 대가, 천국의 보상, 지옥의 징벌, 이단 몰이, 원죄와 속죄, 하나님의 권능...' 이런 숱한 걸 믿고 따르는 게 정상인가, 합리는 어디 있는가? '기적'을 믿는 건 차라리 순진할 정도다.
당신이 종교인이고 이 논지가 불만이라면 이 책에서 도킨스가 조목조목 따지는 것을 논박해보라. 이 문제에서 종교인들은 늘 그래왔듯 "그래도 신은...!" 같은 소리로 스스로의 망상을 과시하며 스스로를 설득하는데 끝나지 않고 다른 이들까지 오염시킨다. 그런 식으로 인류가 맹신과 무지와 반목 속에서 수 천 년을 살아온 게 너무 안타깝다. 나는 이제 타협으로 종교를 묵인하고 싶지 않다.
도스토예프스키 선생 읽다가 참 멀리까지 가고 있네ㅠㅠ;;;
☞『만들어진 신』 리뷰 : http://blog.aladin.co.kr/durepos/10229305
● 도서관 일지
나카마사 마사키 『자크 데리다를 읽는 시간』 (arte)
ㅡ 일본의 철학 탐구 참 부러운 면이 있다. 아즈마 히로키 『존재론적, 우편적 : 자크 데리다에 대하여 』(이것도 예전에 내가 도서관에 희망도서로ㅎㅎ 나는 사람들 잘 안 찾는 책 희망도서 신청자ㅋ)도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이 책도 기대됨!
에티엔 발리바르 『마르크스의 철학』 (오월의 봄)
ㅡ 명성 자자한 발리바르 책은 처음 읽는데 오~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