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쯤 고민하다가 샀습니다.
왜 아마존닷컴에선 230달러인데 한국 가격은 36만원이나 하는 거냣, 하는 분노가 약간 일었고 (어쩝니까. 뭐 이것만 그런 것도 아니고...)
이건 사도 후회, 안 사도 후회... 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1) 나는 비틀즈 음반이 변변한 게 없고
2) LP 미니어처로 되어 있다는 모노 버전의 만듦새가 탐이 났으며
3) 망설이는 사이 품절되어 버려서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아서
성큼 결제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패키지가 너무 이쁩니다. 진짜 눈앞에서 봤으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질렀을 거예요.
LP의 비닐 슬리브를 그대로 살린 미니어처 형태는 정말 깔끔하게 이쁘고요
비틀즈 앨범은 한 자리에 다 모아놓으니 디자인이 정말 예술이더군요. 어쩜 이렇게 세련되었는지... (존 레논의 미감이 발현된 덕일까요)
포장을 뜯고, 가장 좋아하는 <화이트> 앨범부터 플레이어에 거는 순간
아, 이건 뭐... 현대 대중음악은 비틀즈에서 완성되어 버렸구나. 그 다음부턴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감동이 물밀 듯 밀려들어오면서
2009년은 이걸로 됐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황망한 사건만 일어났던 2009년, 아마도 비틀즈 박스 세트가 저한테는 유일한 2009년의 위안으로 남을 거예요. 나는 이 기억만 가지고 새해를 맞으렵니다. 음음... 비틀즈를 듣고 있노라니 인간이 꽤 훌륭하고 위대한 존재일 수 있겠구나, 하는 긍정적인 생각이 막 들어요. 참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저는 이제 한 해가 저물어 버린 느낌입니다. 계속 이 느낌 그대로 올해를 마감할래요.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의 에미 로트너 식으로)
"즐거운 성탄절과 복된 새해 맞으시기를 또치가 빌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