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 크고 힘센 것들에 대한 동경보다 작고 여린 것들에 대한 동정이 항상 더 컸었다. 세상에는 내가 이겨 극복해야 할 상대보다 내가 보살펴 키워야 할 대상이 더욱 많았고, 그래서 언제나 내 속에 내 보살핌을 받을 작은 것들을 꿈꿨었다. 그렇다고 뭐 어린 동생들을 잘 돌봤냐면 그런 건 아니고, 동네의 작은 개들을 잘 보살폈냐면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엄지손가락만한 사람 닮은 생물체 같은 게 있어서 그런 걸 좀 보살피며 키워봤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지금 일곱 살이 된 우리 조카 우석이를 보면 언제나 크고 힘센 것들을 좋아하고 그것들을 동경한다. 세상엔 자기보다 힘이 센 것들 투성이고, 모두 자기가 이겨내야 할 존재처럼 느껴져선가. 아무튼 사내아이들은 모두 마음 속에 거인 하나씩을 키우고 있는 것 같다. 선하고 정의로워 폭력을 행사하지 않으면서도 절대적 힘을 가진 존재. 그러나 고립무원의 아이같아서 자신을 거의 어버이처럼 좋아하고 따르는 존재.

이 만화영화는 어린 시절 누구나 꿈꾸었을 그런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 소년은 우연히 집 뒤의 야산에서 철을 먹는 20미터가 넘는 로봇 하나를 발견하고 그 로봇에게 말을 가르치면서 그와 친구가 된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이 흔히 그렇듯 그 로봇은 인류의 안위를 위협할 수 있다하여 국가에 의해 제거대상이 된다. 죽여야 한다느니 살려야 한다느니, 모든 재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사샤샥 지나고..결국 우리의 '아이언 자이언트'는, 지구를 지키고 목숨을 잃는다.

이런 유치하고 뻔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 타이틀을 빌려 준 사람의 말마따나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느꼈던 감동의 물결'을 다시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지금은 그냥 심상하게 좋았다는 한 마디로 끝내고 말지만 사실 영화를 보면서는 죽은 줄 알았던 자이언트가 마지막에 부활의 조짐을 보이며 눈을 끔벅일 때는 세상에 박수까지 쳐대며 눈물을 터뜨렸었다. 큰언니가 얼마 전 "왕의 귀환"을 극장에서 보면서 (거의 10년 만의 극장나들이였댄다) 혼자 마구 울면서 박수를 쳐대 경악을 금치 못했었는데, 그 짓을 내가 한 것이다. 잠시 그 때 얘기를 하자면 영화를 다 보고 나와서 박수를 왜 그렇게 쳐댔냐, 부끄럽게..그랬더니, 요즘 사람들이 정서가 메마른 거다, 저런 영화, 저런 장면은 80년대 정서라면 관객전원의 기립박수감이다. 그러는 거다..나원참..

아무튼 이 만화영화, 참 괜찮았다. "아이언 자이언트"의 모습도 요즘의 럭셔리한 로봇 같지 않게 얼마나 순박하게 생겼던지, 잠시 자다 깨 영화의 끝부분만 본 우리 우석이도 대번에 따라 그릴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자이언트가 죽기 전에 (보통은 죽고 나서 그러는데), 그에 대한 오해를 풀어 참 고맙고 좋았다. 그래서 아이언 자이언트 그 친구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한 자락 안고 갔다. 그러니 부활해도 사람한테 나쁜 짓은 안 할 테지..휴우..다행 ^^;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4-03-16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우리편 로봇이 막 나쁜 놈들이랑 싸울 때, 저러다 영원히 죽으면 어떡허나, 손에 땀을 쥐고 그랬었어. 그래서 우리편 인조인간이 죽어 우주 장례식 치룰 때, 그때 무진장 슬펐지. 우주선 문이 열리고 꽃으로 장식한 죽은 인조인간이 바깥으로 천천히 던져지고 나머지 대원들 모두 일동 거수 경례! 그 만화 제목이 뭔지 잘 모르겠는데 암튼 그때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고 난닝구 밑자락으로 눈물을 훔치고 말았어. 고딩 2학년 때였을 걸.
어, 여기 사무실이고 난 이제 또 한 타임을 뛰고 퇴근해야지. 머리는 풀었고 이제 좀 인간다워보여. 아, 남자 미용사가 머리 다듬어주는데 천근만근 눈이 감겨오고, 졸려서 죽을 뻔 했따. 특히 미용사가 머리 만져주면 디게 기분 좋더만. 아, 이 순간이 좀만 더 오래, 오래, 했었는데 갑자기 휘리릭 보자기가 걷어지고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네. 아쉬버...오널부터 동네 미용실을 피해 빙빙 돌아다닐 생각하니 좀 그러쿠만. 아무튼, 500원 더 쓰고 기계면이 아닌 손면으로 된 짜장을 시켰어. 근데 짱개 아찌 왤케 안 오냐...그저께 한양중화요리,라고 아리바시에 인쇄돼 있길래 중국요리, 가 맞다고 구랬더니 삐졌나...흠...

soulkitchen 2004-03-16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천하의 정복돌(박복돌인가 ^^a) 성님도 우실 때가 다 있구나. 무슨 만활까 재미있겠는데요..크헐헐..남자미용사..거, 아귀힘이 좋아서 머리 감겨줄 때 온몸이 찌릿찌릿하지 않소, 성님. 저도 그런 때 좀만 더, 좀만 더..그러는데..흘흘..아, 그나저나 그 개터럭모자같은 헤어스탈을 못 봐서 안타깝습니다요. 거 돈들여 한 머리 웬만하믄 걍 두시지 그랬어요. 예전에, 울 가게 단골이던 힙합소녀 아정 양이라고 있었는데, 그 친구 머리갖고 생 지랄발광을 하다가 빡빡 밀어버린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머릴 왜 그렇게 괴롭히냐고 그랬더니, 사는 게 하두 심심해서 사람들이라도 자기 머릴 보고 즐거우라고 그런다네요. 어떤 날 그 친구랑 같이 시내를 댕기는데, 그땐 어떤 머리였더라 암튼 그때도 좀 파격적이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시다가 "저 년, 저거 대갓빠리 좀 봐라." 그러시는 거 있죠. 와..저 정말 충격먹었어요. 대갓빠리라니..근데 그 아정이란 친구는 그냥 씨익~웃어요. 참 별 인간 다 있죠. 아, 갑자기 아정이 보고 싶네..훗. 근데 복돌성, 짱꿰 총각의 자존심을 건드렸구만요. 짜장면 제때 오긴 왔어요? ^^

비발~* 2004-03-16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왜 다 짜장이다냐... 나도 점심을 짜장 먹었는데... 그게 근데 배가 도무지 꺼지질 않네. 에공, 저녁은 다 먹었다. 아, 오날도 어쩌면 뽁스랑 더불어 날새기를 할지도 모르겠군~ 그럼 틈틈이 보더라고~ 휘리릭~

비발~* 2004-03-16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쏠키 축하해! 어느 새 1000이 넘었네?

19 | 1001


비로그인 2004-03-16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씨 짜장 먹고 싶어요. 갑자기 카운트가 있어서 에러인줄 알았습니다. 내 아침 짜장은 없으닝께 짜파게티라도 먹어야겠습니다. 우이쒸~ 1,000원 안갚은 우라질이 "자기야~"우웩!!에옥질 나올라해...케케케 여튼 비발샘 같이 오늘 밤을 보내실랑가요....

비로그인 2004-03-16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빠이, 이빠이를 외친 덕분으로 좀 전에 먹은 짜장은 곱빼기를 능가하리만큼 많았습니다. 물론, 탱글탱글한 면발이 죽여줬죠. (짜장이여, 영원하리...성호긋고) 제 친구 하나가 섬에가서 굶어죽으려고 선창가에서 배를 기다리다 마지막으로 짬뽕을 하나 시켰습니다. 그런데 그 맛이 이루말할 수 없이 훌륭하고 비극적인 세상이 그렇게 아름다와보일 수가 없더라는 겁니다. 즉각, 이 친구,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지금 잘 살고 있는지 워쩐지 그건 모르겠지만 난 정말이지 짬뽕, 짜장면 증말로 좋슴데이~ 짜장묻은 입주면 한 번 닦으며, 씨익~ 아무튼, 뽁스~ 벌써 1000이 넘어버린거여? 거참, 요새 밤이면 밤마다 레이저를 뿜으며 서재질을 하더니 음...하이한 영업수완 덕분에 신도들이 꽤 늘어난 모냥이구먼. 암튼, 추카혀.

비로그인 2004-03-16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게 뭐여. 뽁스가 아니고 쏠키였떠? 하이고야..나 미쵸. 왜 근대여. 오널 일이 좀 많았더니 헛것이 다 뵈고. 암만혀두 북망산천, 예약해야겠슴돠. 암튼시 쏠키, 추카혀. (토닥토닥)

soulkitchen 2004-03-17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그러네요..1,000명이 넘었었네..히..좋아라..^^ 축하해주셔서들 고마워요.

2004-03-17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3-17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여그 사무실에서 밥 불러먹고 이제 나가야 쓰겄는디 훔냐...비가 올 것도 같고 말여. 나 스물아홉살 때 학습지 교사할 땐 차가 없어 걸어 댕겼거던. 차 있넌 동료들도 죽어라, 하는데 차 없넌 놈은 몸으로 때울랑게 을매나 팍팍허겄어. 언젠가 눈보라가 심하게 휘날리는 날이었는데 수업시간에 맞춰 느릿느릿 걷다보니까 왠 식당의 낡은 간판이 하나 덜렁거리네. 그 간판 우러러 보고 있자니 이렇게 살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다, 보험도 들어놨겄다 간판아 날 쳐다오~ 그 밑에서 쪼글트리고 앉아 있다가 눈보라 땜시 도저히 눈을 못 뜨고 택시 불러 타고 열나게 수업 들어가던 때가 있었는데...그리하야 그 때보단 지금은 흐느적흐느적 유유자적 돈을 벌곤 있지만, 아...구때 생각허면 아찔...

soulkitchen 2004-03-17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성님 얘길 읽자니 몇 년 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저도 그 때 차를 샀다는 거 아닙니까. 차 없으니 너무 서러워서. 그 차, 살 때도 좀 나이가 든 놈이었는데, 지금은 쭈구랑바가지가 다 됐어요, 훗..그래도 제 물건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놈입니다. 저도 학습지 하면서 이거, 보험도 들어 놨겠다 가볍게 사고나 함 내서 몇 달 쉬어볼까..하는 생각 많이도 했더랬는데..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애들도 예뻤고, 엄마들도 별난 몇 명 빼곤 다 좋았고..뭣보다도 가게에만 계속 틀어박혀 있으니 그 때처럼 좀 밖으로 나다니고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비로그인 2004-03-17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우리같은 자해공갈단들이 많다는 건 한국사회의 복지수준이 매우 낮다는 거여. 암튼시 학습지 교사할 땐 진짜 뭐, 4대 보험같은 건 아예 꿈도 꿀 수 없었고 프로테이지 36부터였던가? 그것만 먹고 들어갔는데 일은 힘들었지만 대개 학부모들은 좋으신 분덜이 많았어. 찌깐 넘들은 대략 수업시간이 1시간씩이기 땀시 구냥 퍼질러 앉아 책얘기, 겜얘기, 만화얘기도 하고 그랬던 거 같어. 독서학원에서 근무할 땐 한참 디지몬이 유행이었고 얘덜 겁나게 디지몬 스티커 좋아해서 수업 태도 존 넘들한테 성과물로 스티커 붙여주기가 일이었뜸. 그거 50개 모이면 책 한권씩 사주고...히히히. 선생님 중에서 아토즈 타고 다니시는 분이 계셨는데 왼손은 운전대 잡고 손가락 사이에 수첩 끼우면서 오른손은 휴대전화 들고 전화하면서 골목길을 누비고 다니는데 어우...옆에 탄 내가 아슬아슬해서 몸이 다 빳빳해지더라고. 암튼, 언제 시간나면 쌤이랑 뽁스랑 나랑 드라이브 좀 시켜조~ 울덜이 타면 좀 그 녀석 좀 겔겔거릴래나. 예전에 철없을 때 친구 오토바이 타고 부안 변산해수욕장 내려갔었는데 걔가 내 앞에서 정우성이 레간자(?) 광고 찍으면서 모래사장에 '사랑해' 라고 쓰쟎어. 그거 흉내내려고 해수욕장을 죄다 갈았어. 즉각 해안경비대 아찌들한테 걸려서 헬맷으로 우리 대가리 늘씬하게 읃어맞고...에이휴...그땐 왜 그렇게 살았는지.

비발~* 2004-03-17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들 들어왔는감? 뽁스는 출근하고? 아, 이제 쬠 정신이 나는군. 집에 들어오자마자 곯아떨어지고 말았으. 근데 왜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는 건지? 낼 나갈 사람들 옷차림 단단히 해야겠군. 모두 옛날 생각에 가슴 저릿저릿하고 있는 모양인데, 다른 멋있는 일 없으까, 앞으로 맹길?

비로그인 2004-03-18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간반 복돌이 출석요~ 뽁스 오널도 수고! 아, 날이 이렇게 추워도 대세의 흐름을 막을 순 없지 않캈시요? 쿠하하하...아, 지금 전 꼬창삼겹살에 쐬주 한 잔 걸쳤음, 하네요. 어우, 같은 동네 사는 친구는 회사를 며칠 쉬고 있는데 이 따식, 전화도 안 받고 말야...죙일 어델 쏘다니는 건지.
 

지금의 집으로 이사오기 전 옛집의, 넓던 마당 중앙의 샘에는 펌프가 하나 있었다. 그 펌프의 몸속은 평상시엔 메마른 상태로 있다가 한 바가지의 물을 마중물로 붓고 물을 퍼올리면 깨끗한 지하수가 펌프질에 따라 콸콸 쏟아져 내렸다. 펌프질을 멈추고 펌프의 몸 속을 들여다 보면 미처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물들이 반 넘어 차 있었다. 그러다 한참을 사용하지 않으면 들어차 있던 물이 아래로 다시 쑤욱 빠져 펌프 속이 비어버리곤 했다.

불의 검을 읽고 있는 내 속이 지금, 마중물을 맞은 그 펌프와 같다. 눈물이 차올라 참아내기 힘들 정도이다.

(예전 <댕기>를 사 봤을 때도 우리 자매들이 가장 기다렸던 것이 바로 [불의 검]이었다. 그러나 이후에 일본 만화들을 접하게 되면서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 비발샘의 페이퍼에서 접하고 그 길로 바로 주문해서 오늘에야 책을 받게 되었다. 지금 3권을 읽고 있는데, 자꾸 눈물이 나와서 더이상 가게에 앉아서는 못 읽겠다. 우는 중에 손님이라도 들어와버리면 이게 무슨 쥐망신이란 말인가)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발~* 2004-03-10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뎌 읽기 시작했구나... 흐유... 난 언제 시간이 나나...ㅜㅜ

2004-03-11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3-1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것이 그렇게 재밌단 말인가요??두말하면 숨찰정도로... 전 원래 만화는 안보거든요. 왜냐 어렸을적에 한번 봤는데 이거 너무 재밌더라구요.그리고 다짐했죠. 앞으로 만화를 보지 않겠노라고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할것 같아서요. 그이후~~쭈우욱 그랬는데 요새는 만화, 소설, 수필 ....많이 많이 읽으려 들고 있습니다. 가끔은 맘만 앞서서 넘어지기도 하지만..책 주문할때 한권씩 한권씩 사야겠습니다. 감칠맛나게!!

soulkitchen 2004-03-1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흑...그려, 재밌구만. 너무 재밌어서 읽는 동안 막 슬퍼져. 어뛰..이거 한 권 또 읽었네. 이제 읽을 게 여덟 권밖에 안 남았네..하믄서. 나도 일단 다 시키긴 했는데 천천히 한 권씩 볼라고.. 근데 폭스, 오늘은 기분이 좀 괜찮어? 재밌게 살자구..^^

2004-03-11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3-11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력당!차력당!! 헤헤~~ ^^

비발~* 2004-03-11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폭스 웃응께 조타~^^

비로그인 2004-03-11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비발샘 좋아요!!

2004-03-11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3-11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3-11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3-11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3-11 1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라마틱하면서도 곡의 길이는 길지 않은, 정통 클래식은 아니지만 클래식과 같은 분위기의, 귀로 들으면서 머리로 끊임없이 뭔가를 그릴 수 있는, 그러면서도 마음을 비운 어느 순간에는 아무 생각없이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을 찾았다.  바로 이 음반. 자켓만 봐도 뇌가 떨려 멀미가 날 것 같다.

올드보이는 작년 최고의 영화였다. (아, 반지의 제왕은 무조건 열외 ^^)  마지막의 한 장면을 애석하게 놓쳐버려 애타게 DVD 출시일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에서 접하게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그래서 더 나를 미치게 한다.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될 것이다. 오대수가 멘트를 날리면 이어서 흐르는 음악. 트랙 5번 in a lonely place. 현악기들과 심장박동 소리 같은 신디사이저가 조용하지만 은근하고 치밀한 추적자처럼 뒤로 깔리면 그 위를 트럼펫이 느린 화면의 도망자처럼 천천히, 그러나 절박한 심정으로 내달린다. 오대수와 김우진의 심정을 이만큼 잘 대변하는 음악이 또 있을까.

또 있다. 11번, cries and whisper 아니, 사실 이 음악은 좀 뜬금없다. 그리고 솔직히 얘기하자면 정확히 어느 장면에 삽입됐던 것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심각한 얼굴을 하고, 살의로 가득찬 머리와, 증오로 이글대는 눈빛을 하고 있는 오대수가 가끔 내뱉는 생뚱맞은 나레이션처럼, 이 영화에 너무 잘 어울린다. 이런 고상한 왈츠라니! (이거 근데 왈츠 맞는가?) 참고로, 지금 내 휴대폰 벨소리는 이 고상한 왈츠의 정열적인 탱고버젼이다. 냐하~

휴대폰 이야기가 나와서 끝장을 봐야겠기에 또 하나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곡이 있으니 바로 마지막에 수록된 the last waltz다. 이것은 마지막 장면에서 미도가 오대수를 안고, 사랑해요 아저씨~한 후에 흘러나오는 곡으로 역시 아름다운 스트링 선율에 꼭 미도 같은 여릿여릿한 관악기 소리가 흘러나온다. 클라리넷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아니면 할 수 없고. - 그러니 앨범 부클릿에는 나같은 무식쟁이들을 위해서 지금 이 음악에는 어떤 악기들이 연주되고 있습니다, 라고 써 놨음 좋겠네!! 아, 휴대폰 얘기 중이었지. 지금 016-523-36**로 전화를 걸어보시라. 이 음악이 흘러나온다. 푸헐..

요즘 나는 일어남과 동시에(대부분 일어나기도 전에 동생이 틀어놓고) 올드보이 o.s.t를 틀고, 집에 돌아와 자리에 앉아서 다시 이 음반을 틀어 놓으니, 올드보이로 아침을 열고 올드보이로 하루를 마감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게다가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동생에게 전화를 걸 때마다 (내가 가장 전화를 자주 거는 내 동생의 컬러링도 바로 이 라스트 왈츠다. 움홧홧홧) 들리나니 이 음악들이니...나는 올드보이에 미쳤다. 마침 음반의 색도 보라색인데다, 저 기하학적인 무늬를 봐라. 빨려들 것 같지 않은가.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발~* 2004-03-10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우의 수로 말할 것 같으면 100이 나오는디... 설마 그걸 다 시도해보라는 말은 아니것고, 이왕 쓴 김에 팍팍 쓰심이~ ^^

soulkitchen 2004-03-10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훔훔..그건 낭중에, 개인적으로다..

비로그인 2004-03-10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오널부터 쏠키 휴대전화번호 1번부터 99번까지 눌러볼끼다. 나 실험도착증환자...

비로그인 2004-03-10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쏠키헌텐 쫌 미안헌 거시 가까이 살믄 '아름돌'에서 많이 구매할 수 있을긴디. 금방 포노에서 주문한 음반 세 장이 도착했는데 포노는 실적 좋은 사람들한테는 쌓인 적립금만큼 원하는 쟝르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한 장 주거던. 구입하는 금액에 따라 두 장이건 세 장이건 막 줘불더라고. 덕분에 이번 음반들 많이 싸게 샀고 글고 '고독한 삶의 자화상'어쩌고 하는 블르스 음반까지 한 장 덤으로 받았어. 블르수는 사실 '신촌 블르스'하고 '싼타나'밖에 몰러. 크하하하...또 블루스에까지 마수의 손길을...부록지까지 넣어주는데 지금 모던락의 탄생배경을 읽고 있구만. 근데 쏠키, 괜챦은 음악잡지 하나, 추천 좀 해 줄 수 있능겨? 폐간된 건 어쩔 수 없다치더라도. 정기구독할 수 있는 괜챦은 음반잡지같은... 사실 나도 예전에 째즈란 게 당최 뭐다냐, 하고 몽크뭉크라는 잡질 구독했는데 바빠서 안 보게 되고 그렇게 끊게 된 거여. 아무튼 포노같은 그런 막강한 인터넷음반회사같은 관계로다 매장들이 운영이 되나, 그런 생각도 들고. 하기사 나도 매장 지나치다가 돈 있으면 사고 그러긴 하니깐두루...

soulkitchen 2004-03-10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허허..그러지 마시유, 성님. 힌트 드릴텡께. 제 번호가요 016을 빼고 나머지 일곱자리는 버튼 네 개로 해결보는 번호구만요. 523-36**에서 뒤의 별 두개는 36과 중복되지 않으면서 네 숫자가 사각형을 이루고 있구만요. 쿠헐..어만데 전화해서 쏠키놈~떼끼놈~어른을 갖고 노냐~!하지 마셔요. *^^*

soulkitchen 2004-03-10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런 젠장..내 번호에는 사실 관심도 없으셨던 거였어.ㅠ,ㅠ 제가 예전엔 sub를 즐겨 보고, 거기 엽서 보내서 씨디도 몇 장 받고 그랬었는데 최근에는 저도 역시 보는 잡지가 없어요. 그 sub 편집장이던 사람이 웹진 [가슴]을 만들었는데, 또 제 눈 상태가 썩 좋지 않은 터라 웹진은 잘 봐내질 못하고..암튼 그려라. 그람 [가슴] 주소 알려드릴 테니까, 잠깐만요..

soulkitchen 2004-03-10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gaseum.co.kr 이네요. 저도 가끔 들어가는데 웹진이란 거에 적응을 못하겠더라구요. 종이잡지가 좋았는데..쩝..

비발~* 2004-03-10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

비로그인 2004-03-10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하하...전화번호 대번에 알아냈따! 캬캬캬...오널부터 별루 울 일 없었던 쏠키 휴대전화가 온동네 떠나갈 듯 울어제키겄구만. 여그 방문한 사람들이 한 통화씩만 걸어두...크크... 내 전화도 가끔 울긴 허지. '고객의 계좌에서 요금이 인출되지 않았사오니...' 어이구 지랄이다, 딱! 키키키...쏠키 또, 일하랴, 인사 받으랴...정신없는 하루 되겄뜸. 아무튼 사실 나두 이제서야 웹진같은 거에 좀 적응이 되는 거지 예전엔 심한 난독증이었어. 눈에서 눈물 핑핑 나고 활자가 산만하게 돌아다니는데 이거 이경규의 매직아이도 아니고 말여. 종이가 훨씬 집중력도 높혀주고 읽은 부분 다시 읽을 수 있어 좋고 중요한 부분엔 밑줄도 쫘악 그을 수 있고 게다 덤으로 오랫동안 생각에 잠길 수 있어 좋고...음...쌤도 입만 벌리지 말고 말쓈 좀 해 보쑈! 거 -

2004-03-10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ulkitchen 2004-03-10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이거..내가 설명을 잘못한 거 아닌가..그렇게 쉽게 알아낼 번호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어맛..사각형이라고 해서 혹시 네모를 그리는 순서대로 3652라고 생각하셨나보다..아, 이거 016-523-3652 번호 쓰시는 분께 미리 사죄으 말씀 올리면셔..성님, 제 번호는 그게 아니거덩요..사각형이 아니라 나비넥타이 그리는 순서구만요. 아이고, 이거 괜히 시작했네..쩝..

비로그인 2004-03-10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쏠키, 나두 나비넥타이로 찜했는디. 어...글고봉께 3652도 있었구만. 이거이거 퀴즈 난이도가 넘 높아, 낮춰, 낮춰, 낮추랑게. 아무튼, 확률은 딱 2분의 1이고만... 문제가 남느냐, 내가 남느냐! 도전 골든벨!

비로그인 2004-03-10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쏠키 메시지 갔떠? 안 갔떠? 나 맞춘거여, 틀린거여? 초조...불안...기대...아, 궁금타...

soulkitchen 2004-03-10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왔는데요...아, 이거 또 어만놈한테 갔네..이상타. 3652가 아니면 이제 남은 숫자조합은 하나밖에 없잖아요. 아, 이거 안되겠네. 성님 번호를 함 대줘보세요. 내가 그 휴대폰에 번호 팍 찍어드릴께.

2004-03-10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3-10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뛰...내가 또 머릴 굴린다고 엉뚱허게 굴려버려갖고 메시지 받은 놈만 '쏠키?' 이게 뭔 외계어도 아니고 말여, 당최 뭐다냐...허게 생겼구만. 난 저리 쉽게 문제를 내지 않을 거이다, 분명 함정이 있다해서 한 번 더 틀었지. 016-523-3614로 날려버린거여. 혹시나 틀릴까봐 016-523-3641을 동시에 전송해 봤는디...캬하하...이제 갔띠안아써?

비발~* 2004-03-10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달! 전달!

2004-03-10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3-10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3-10 1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발~* 2004-03-10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OST일 때는 노래 제목을 알아야 할 걸요? 아님 앨범으로 찾거나. 증거대봐요?
Cries of Whispers(우진테마) Looks Who's Talking(올드보이오프닝곡)
 


식물인간이 된 여자를 여전히 살아있는 여자처럼 사랑하는 순정파와, 식물인간이 된, 그래서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여자를 강간한 파렴치한. 이 영화는 그 두 남자 사이(혹은 한 남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의 매워질 수 없는 간극에 대한 이야기이다. "2003년 간직해야할 단 하나의 사랑"이라니! 내가 이래서 연애를 못하는지는 몰라도 나는 이 영화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그 사랑이 봐지지 않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감독은 어느 잡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한 남자가 자기 친딸을 강간한 죄로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나왔는데, 그의 절친한 친구가 왜 그랬냐고 묻자, 그앤 너무 예뻤고 그건 불가항력이었어, 라고 대답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식물인간인 여자환자를 강간한 어느 남자간호사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냈다. 그런 감독이 올곧게 사랑은 어디에나, 어떤 상황에나 있다며 이 이야기를 만들어냈을까.

아, 그래그래. 영화는 영화로만 보자. 감독의 의식 세계까지 따지고 들지 말자. 게다가 나는 영화든 책이든 씹어 먹는 걸 별로 좋아라하질 않는다. 그냥 술술 마실 뿐이지. 그러나 그렇게 술술 마실 뿐인데도 가시처럼 목구멍에 탁 걸리고 마는 장면이랄지 대사가 있게 마련이다. 영화 [연인]에서 제인 마치가 매끄러운 원피스를 입고 마차를 타고 갈 때, 그 원피스 안에서 둥글게 흔들리는 작은 젖가슴처럼.

이 영화에서 그렇게 불에 덴 자국처럼 선명하게 남아 있는 영상은, 남자간호사인 베니그노가 자기가 돌보는 환자이자 벌써 몇 년째 짝사랑(짝사랑이다, 짝사랑! 절대 서로 사랑했던 게 아니란 말이다)하는 여자 알리샤에게 이야기해주는 흑백영화 <애인이 줄었어요>의 한 장면이다. 임상실험이 안 된 (애인이 개발한) 약을 잘못 먹고 자꾸만 몸이 줄어드는 남자주인공이 결국은 엄지손가락만해져서 자기 애인과 잠자리에 드는 장면인데, 잔털이 촘촘히 돋은 여자의 아래 틈 사이로 드나드는 남자의 모습, 그 지극히 단순화해 놓은 틈이라니!! (김기덕이 영화 "섬"에서 두 주인공이 숨어든 갈대밭(그게 갈대가 맞던가 ^^a)을 그녀 다리 사이의 수풀로 형상화해놓은 장면과 함께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그림이다)

그 이야기를 해주던 그날 밤, 베니그노는 그가 지난 4년동안 가슴을 닦아주고, 머리를 깎아주고, 생리때마다 수건을 덧대줬던 알리샤의 몸을, 자기가 세상의 모든 말을 들려주고, 자신의 모든 사랑을 전달했으므로 이제 자기의 사랑을 받아줄 거라고 믿었던지, 취한다. 그리고 알리샤의 생리가 멎자 베니그노는 사실을 조작하여 은폐한다. (라고 하니까 그가 아주 지능적이고 치밀하기까지 한 놈 같은데 사실은 어리석을 정도로 착할 뿐이다) 그 사건으로 인해 알리샤는 놀랍게도 임신을 하고, 베니그노는 강간죄로 교도소에 가게 된다.

그러니 이것이, 사랑인가, 강간인가. 온전히 사랑이랄 수도, 온전히 강간이랄 수도 없어서 영화가 더 지랄맞게 가슴에 오래 남겠다. (그러나, 내 의견을 묻는다면, 2시간 가까이 이것이 사랑이었다고 얘기를 하고 있음에도, 그 결과가 좋았고 그 동기가 순수하다고 해도, 나는 이것이 여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성관계였으므로 강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베니그노의 강간이 깨운 그녀의 몸과 정신이, 베니그노를 끝까지 믿어준, 믿지 않았더라도 격려는 해준 마르코(그도 식물인간이 된 애인의 병간호를 하던 중, 베니그노를 만나게 되는데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애인의 상태에 대해 굉장히 낙담하며, 베니그노에게도 현실을 직시하라고 충고해주는 사람이다) 와 건강하고 건전한 사랑을 나누게 될 것임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p.s) 내가 언제부터 사랑이란 걸 믿지 않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니, 사랑니 네 개를 몽조리 다 뽑아버리고 난 후부터인 것 같다. 게다가 나는 이것들을 뽑고서 개당 5만 원씩 총 15만 원의 돈까지 받아 챙겼다. (건강보험에 치아특약이란 걸 넣었더니 발치하면 무조건 개당 오만 원씩이란다. 하나는 보험 넣기 전에 뺀 거라 참았다 나중에 뺄 것을..하며 땅을 치며 후회했더랬다) 사랑니를 빼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미치게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후엔 모든 게 시들해졌다. 사랑니를 돈받고 빼서 그랑가...쓰벌..별 생각이 다 든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4-03-08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라고 부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며...)세상에..그런내용이란 말입니까??영화안본지 하두 오래되어서...음...영화안봐도 내용이 머리속에 각인되는군요. 전요 사랑니 뽑아달라고 해도 안뽑아주는 의사 심보는 뭔지??전 안뽑아도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 인간 만났는지 저도 X벌 입니다.

soulkitchen 2004-03-08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전체에 대한 얘기가 없었네. 이 영화 참 괜찮았다. 다만 사랑에 관한 영화 어쩌구 광고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을 뿐이다. 아래는 이 영화에 삽입됐던 쿠쿠루쿠쿠의 가사다. 영화 해피투게더의 사운드 트랙에서 늘 듣던 건데 가사를 몰랐더니..크흑..이런 가사였군.

Cucurrucucu Paloma - by Caetano Veloso

그는 수많은 긴긴 밤을 술로 지새었다 하네
밤마다 잠 못 이루고 눈물만 흘렸다고 하네

그의 눈물에 담아낸 아픔은 하늘을 울렸고
마지막 숨을 쉬면서도 그는 그녀만을 불렀네

노래도 불러보았고 웃음도 지어봤지만
뜨거운 그의 열정은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네

어느날 슬픈 표정의 비둘기 한 마리 날아와
쓸쓸한 그의 빈집을 찾아와 노래했다네

그 비둘기는 바로 그의 애달픈 영혼
비련의 여인을 기다린 그 아픈 영혼이라네


soulkitchen 2004-03-08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니 그게 이상하게 자리를 잡으면 뽑을 때 위험하다고 하더라구요. 울 동네에 어떤 여자는 사랑니 뽑고 나서 아랫턱있는 데가 퉁퉁 붜서 꼴이 말이 아니더라구요. 안 뽑아도 된다카믄 뽑지 마소. 저는 네 개가 다 얼마나 맹렬하게 나던지 아파 죽겠어서 뽑았죠, 뭐. 아이구, 그라고 신랑을 두고 별 소릴 다 허세요..신랑 알믄 섭하구로. 그라고, 흠..언니는 간지럽고, 성님이라고 부르던지..클클..

비로그인 2004-03-08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하하하하하 언니라고 허락한다면 앞으로 동생이랍시고 막 나갈겁니다!! 아무래도 전 동생들보다 언니들이 좋더라구요. 무지 편하고음...또..음.. 여튼 언니가 더 좋아요 성님!!시로~시로~ 언니라 할겁니다. 비발언니!요건 어감이 쫌 그렇고 솔키언니! 복돌언니!!좀 어감이 머시기기하지만 언니로 밀고 나갑니다.

비발~* 2004-03-08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따 초점을 맞추어 야그를 해야할랑가, 잠시 멈칫. 영환가, 사랑닌가, 성님언닌가. 다 때려치고, 그냥 나 집에 왔다!

비로그인 2004-03-08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베니그노의 행위를 성폭력으로 간주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 쏠키 말대로 동의없는 관계였으므로 그것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고, 무엇보다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표현할 수 없는 사회적인 약자를 대상으로 관계를 맺었다는 건 더더욱 폭력적일 수 밖에 없단 말이지. 그리고 사랑한다고 반드시 성행위를 맺어야 한다는 건 잘못된 편견이야. 그건 별개라구. 사실, 이창동의 [오아시스]에서도 이와 비슷한 끔찍한 장면이 나오는데 신체적인 장애를 가진 공주의 발을 더듬는 종두의 모습. 그러면서 관계를 맺으려 시도하지. "너무 예쁘다, 예쁘다..."그러면서. 이창동의 시선이 사회에서 도태된 낙오자와 소외된 자들의 어떤 세계를 그리려했다는 것은 알겠는데 맨 첨 공주의 아파트에서 공주에게 행한 종두의 행위는 이창동이 여성을 너무 무시한 처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하더라고.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는 강간의 시도였어. 아무튼, 쏠키의 영화비평은 정말 볼수록 데끼리여! 근데 뭐, 발치보험이란 것도 있나...거참, 신기하네. 발치하고 돈도 받고...난 사랑니를 무려 다섯개나 뽑았는데..개당 오만원이면 이십오만원 아녀...서랍속에 돌아댕기는데 음냐...나도 도로 박으면 사랑이 올까나 ~

비로그인 2004-03-08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뽁스님이 또 언냐, 라고 불러주싱게 크크크...이거이 또 차력당 복돌이 아으...어깨에 힘 좀 들어가는구만요. 근데 쌤은 반상회, 으트케 된 거여요?

soulkitchen 2004-03-09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아시스] 저는 그 영화 안 봤습니다. 불편해서 못 보겠더라구요.

비로그인 2004-03-09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지금, 3호선 나방의 [그녀에게]듣고 있뜸...

비로그인 2004-03-09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오아시스]가 불편한 것보다 속이 터져 죽겠더라고. 드러누워 봤는데 경찰서에서 종두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공주의 모습보면서 어찌나 속이 터지던지. 저절로 인나 벽에 기대보는데 또 속이 터지고...아무튼, 그랬었고 [오아시스]가 좋은 영화임엔 틀림없지만 위에서 말한 그 장면, 맨 첨엔 잘 몰랐는데 선배가 지적해 주더라고. 아...그거 참 끔찍하더만. 그걸 미화시키려는 이창동의 시선이 한계가 있었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고...

연우주 2004-03-28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 이제야 봤어요. 그녀에게 보고 마음이 참 불편했더랬는데. 마지막에, 해피엔딩을 연상하셨군요. 그걸 연상하지 못한 제가 바보였던지, 작년에 같이 본 학원샘도 잘 될 것 같은데? 라고 하더라구요.
오아시스는 불편하게 하는 영화지요... 상념이 생기게 하는 글이네요.
소울 키친님이랑 친해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글이군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각의 TV 안 영화채널에는 발정난 몸뚱이들이 낑낑대며 부닥치는 영화가 제법 많아 긴 겨울밤을 솔찬한 눈요기로 보낼 수 있어 좋다.그날도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는데, 공중파 정규 방송으로 접어 든 채널 중 하나에서, 사람처럼 보이는 무엇이 꼬물거리며 문지방을 넘고 있는 장면이 나왔다. 보니 사람이었고, 여자였고, 다리를 전혀 쓰지 못했다. 더 보니 모두 세 명이었고, 모두 여자였고, 처음 본 사람 외에 다른 한 사람은 앉은뱅이(라고 생각됨), 또 다른 한 사람은 소아마비(라고 생각됨)였다. 세 사람은 함께 살고 있었고, 그것은 그런 그들의 독립 생활기를 그린 [거북이 시스터즈]라는 제목의 단편영화였다. 기억에 음악은 없었던 것 같고, 나레이터는 그녀들 자신이었으며, 목소리는 아주 담담했다. 우린 이렇게 불편하고 억울하게 살고 있어요, 라고 항변하지 않는 그, 담담해서 당당한 목소리가 나에게 또 하나의 목소리를 생각나게 했다.

“그 아이가 뭘 잘못했니?”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놀려댔어.” “그 아이에겐 잘못이 없어. 아버지는 난장이야.” 십 수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행복동 김불이 씨의 목소리. 그 밤으로 당장 나는, 오래되어 책장이 버석거리고 묵은 냄새가 나는 이 책을 꺼내 들었다. 모든 것이 화려하고 장황하기만한 때에 읽는 그들의 어조는 담담하고 건조해서 오히려 더 처연했다. 난장이인 아버지는 아프고, “나”는 곧 공장에서 잘릴 거고, 두 동생은 학교를 그만 두게 되었는데, 어머니는 어린 자식들 앞에서 아픈 아버지를 부여안고 통곡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어머니가 울었다”(p.74)가 전부다. 감정을 자극하는 어떤 수사도 없다. 그러나 그런 건조하고 짤막한 문장들 사이로, 씹어 삼킨 울음과 흘려 내버리지 못한 눈물이 만든 내(川)가 쉼 없이 흐른다. 그 내에 나는 곧 젖어버리고 만다.   


사실, 그들의 담담해서 당당한 목소리가 이 책을 생각나게 했다는 건 거짓말이다. 이 책을 처음 읽은 때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나는 앉은뱅이(라는 장애를 가진 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내가 그 단편영화를 보고 이 책을 생각해낸 것은 바로 그 앉은뱅이를 태어나 처음으로 봤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이 책을 통해 “앉은뱅이”라는 단어를 읽는 것은 꼽추나 난장이를 읽을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달랐었다. 꼽추나 난장이를 읽을 때의 잡힐 듯 그려지는 그들의 모습과 그로 인한 불편함이 앉은뱅이를 읽을 때에는 없었다. 그것은 이를테면 추상명사 같은 것이었다. 게다가 “앉은뱅이”라는 말은 꽃에도 잘 어울릴 법하게 예쁜 말이 아니냐. 그러다가 그 단편영화를 보고 다시 이 책을 꺼내 읽은 나는 앉은뱅이가 나오는 부분에선 그의 힘든 움직임이 그려져 숨까지 차올랐다. 길들은 그에게 너무 길고도 넓었고, 세상은 그에게 너무 높고 컸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 내에 내가 곧 젖어버린다는 말이나, 그 움직임이 그려져 숨까지 차올랐다는 말도 거짓말일지 모른다. 나는 그들의 처지와 그들의 외모를 보곤 그들이 바라지도 않는 동정을 날리며 속으로는 “작지 않은 그 여자가 난장이와 어떤 성생활을 했을까”(p.216) 상상하는 부류의 인간일지도 모른다. 난장이의 말을 믿고 그에게 수도를 맡기는 사람이기보다는 어머, 저 뒷집 여자가 난장이에게 수도를 맡기네..하며 숨어서 그들의 하는 양을 지켜보며 뒷말하는 사람일지도 모르며, “따뜻한 잠자리에서 남자아이를 생각했고, 그 남자아이를 끌어내기 위해 불쌍한 아이들을 파”는 아이일지도 모른다. 그래 나는 “햄릿을 읽고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교육받은) 사람”이어서 이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이불 속에서 과자를 먹으며, 과자 부스러기와 함께 눈물을 흘려내며 읽는, 차라리 그런 사람이다. 4인 가족의 최저 생계비가 83,428원인데 세 명의 자식이 일을 하고도 벌어오는 돈은 고작 80,231원인, 그런 나라는 알지도 못하고, 그런 가정의 형편은 짐작조차 못하는.


그러나 또 사실,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나는 이 책에서 아름다움과 희망을 보는지 모른다. 꽃삽으로 한 삽씩 떠엎어 다져놓은 작지만 알찬 꽃밭처럼, 잡초가 나 있던 표면의 마른 흙과, 땅 속의 젖은 흙이 보기 좋게 섞인 것 같던 그들의 시간. 이제 뿌리 뽑힌 표면의 잡초가 땅속으로 썩어 들어가 거름이 되는 것처럼, 그들의 고단한 현재에 과거의 아버지 말씀과 비참한 아버지의 죽음이 그렇게 거름이 되었던 것처럼, 끊임없이 지속될 우리의 현재에 그들의 남루한 생활과 비참한 죽음이 담긴 이 책이 맞춤한 거름이 되어 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거북이 그녀들이 힘든 이사를 마치고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인다. 그리고 불콰해진 얼굴로 저마다의 휠체어에 의지해 집으로 향한다. 그들의 휠체어 큰 바퀴를 따라 “절망과 함께 희망이 굴러온다.” (영화 “키즈 리턴”의 카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